고리1호기가 다시 불을 지폈다. 설계 수명 30년이 흘러 지난해 6월 발전이 중단됐던 고리 1호기가 다시 가동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2월 주민들과 재가동에 합의한 이후 연료장전과 시험운전을 거쳐 17일 본격적으로 전력생산에 돌입했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지난 30년 간 지역주민과 원자력 관계자들의 이해와 협조로 고리 1호기 계속운전이 가능했다”며 “원전을 더욱 안전하고 투명하게 운영해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고리1호기 재가동은 원자력 역사에 새로운 족적을 남기는 뜻 깊은 거사다. 고리1호기는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로 국내 전력소비의 40%를 원자력이 담당하는 발판을 놓은 국내 최조 원자력발전소다. 고리1호기는 가동이후 국민생활과 경제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 유가의 파고를 넘는 견딜 수 있는 배경에는 원자력이 굳건하게 자리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만큼 고리1호기는 그 자체로 원자력의 역사(歷史)이자 새로운 기록을 써나가는 현재 진행형의 역사(歷史)다. 

원전의 계속운전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많은 이득을 가져다준다. 2조5000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설계에서 건설까지 10여년이 걸리는 원전 건설 여건을 감안하면 기존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은 원전을 새로 짓지 않고 지존 설비를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가 막대하다. 더 나아가 지구온난화로 야기된 기후변화협약을 슬기롭게 대응하는 측면에서도 고리1호기 재가동은 환경 친화적인 접근이며 해법이다.

재가동의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재가동에 따른 엄격한 규제 기준을 만족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초창기 지역주민들이 안전성에 우려를 나타냈고 계속운전이 지역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집회를 갖고 관계 요로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이 커 갈등을 빚었다. 이같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수원이 까다로운 재가동 규제 조건을 만족시켜 허가를 따내고 주민과의 협의체를 만들어 갈등의 요소를 풀고 재가동을 실현시킨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회적 이슈를 자발적 논의와 민주적 해결 방식으로 풀었다는 점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다. 무엇보다 재가동되는 고리1호기가 안전하게 운영되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원자력인과 지역주민이 고리1호기의 생명을 다시 살려 힘차게 가동되는 만큼 앞으로 국가경제에 큰 원동력이 되도록 앞으로의 행보도 함께 맞춰가야 할 것이다. 어디 쉬운 일만 있겠는가.  열린 행정과 믿음의 바탕위에서 원자력유토피아 시대의 입지를 넓혀가는 지혜를 모아나가는 방법이 최선이다. 원자력은 앞으로도 안전성과 경제성 그리고 수용성의 3박자를 만족시킬 때만이 국민과 지역주민의 동의와 사랑을 얻을 수 있다. 고리1호기 재가동을 계기로 원자력발전소와 주변지역인과 상생의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