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설비시장 성장 둔화
전력체계 새로운 틀 세워야

21세기는 포스트모던하다. 이 시대의 삶과 일은 과거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인류역사를 진보라고 믿는 관점에서나, 엔트로피의 증가에 의한 소멸과정으로 회의하는 관점에서나 결과적으로 동일하다.

20세기의 마지막 2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더니티의 세계관에 대하여 그 실효성에 의구심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관을 세우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펼쳐져왔다.

그리하여 지식기반 체계(포스트 모더니티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라고 부르는 ‘새로운 세계관’ 아래 경제, 산업, 문화, 사회의 모든 것들이 근대성을 해체한 후 이를 반성 보완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설계, 구현되고 있다.

이제는 전력산업에 대해서도 새로운 틀을 세워야 한다. 21세기가 새로운 방식의 전력기술과 산업을 요구하고 있다. 전력부문이 기존의 에너지 시장과 설비시장 모두에서 당면하고 있는 새로운 수요창출의 한계와 성장의 둔화는 기존의 세계관이 효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이다.

새롭게 세워야 할 전력체계는 수평적 자율체계, 유연한 컨버젼스, 분산된 P2P 기반의 창발성 체계, 비동기화된 시간과 공간의 유연성이 가져오는 안정성, 네트워크화된 메타체계 등으로 이루어지며, 사실 정보통신, 금융, 다른 부문에서는 이미 ‘지식기반 체계‘라는 틀 아래에서 이러한 기술적 산업적 구체화가 성공적으로 구현되고 있는 중이다. 

향후의 포스트모던한 전력체계는 기존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대담한 방식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패킷 기반의 에너지 거래체계, 비동기화된 운영방식, 멀티 에이전트와 마이크로그리드 방식의 분산된 지능형 아키텍쳐, 다양한 품질과 소비의 자유형식을 제공하는 멀티모달 서비스,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수평적으로 확장되는 에너지 서비스 사업 체계 등.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본을 자유롭게 압축, 확장하는 포스트 모던한 기술과 전략으로 전기 에너지 산업을 다시 디자인하고 이를 시장에서 승부해야 한다.

이것은 어쩌면 전력시스템이라는 용어 조차 버려야 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전력이란 동기성을 전제로한 이름으로 비동기화된 새로운 시스템은 당연히 전기 에너지 시스템이라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력공학이 도전해오던 기존의 난제들은 더 이상 해결해야할 기술적 과제가 아닐 것인데, 이는 포스트모던한 체계 아래서는 기존의 문제들이 새로운 기술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술적 관점에서는 지금껏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방식의 많은 완전히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나 새로운 해결을 요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