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철(금융인․전력경제신문 칼럼니스트)

공기 중에 고작 해야 0.04% 정도  포함되어 있는 이산화탄소를 대상으로 유럽이나 일본에서 활발히 금융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언뜻 이해가 되질 않는 대목이다. 우리가 늘 호흡하는 공기가 어떻게 해서 돈 벌이 수단이 된다는 말인가?

필자 자신도 애당초 “이산화탄소가 도대체 어떻게 금융상품으로 포장되어서 시중에 판매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지난 2005년 봄 ‘코 앞에 다가온 지구온난화 문제… 금융기회는 없는가?’라는 제하에 짧막한 보고서를 썼을 때만 해도 먼 나라의 헤프닝이겠거니 했다.

봉이 김선달이 누가 봐도 공공재에 불과한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것처럼 너무나 가당치 않았던 까닭에 ‘마지막 바보’를 찾는 쪽으로 발달하는 금융수법이 또 다시 선량한 투자자를 우롱하는구나… 그래서 소위 탄소배출권이라는 것을 내다팔아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는 감독당국의 철퇴를 받고 머지않아 시장에서 퇴장하겠지 하면서 한 동안의 유행이거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지구온난화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Societe Generale와 같은 프랑스 굴지의 은행이 로디아사와 손을 잡고 우리나라 온산의 비료공장에서 온실가스감축사업을 벌이고 연간 9백만톤의 CO2eq를 챙겨가는 등 돈 버는 현장이 속속 보도되어서 결코 뜬 구름 잡는 이야기만이 아닌 듯 하여 본 보고서를 내게 되었다.

CO2 300ppm의 비밀

이산화탄소(CO2)를 줄여서 ‘탄산가스’로 부른다. 콜라 등 청량음료에서 톡 쏘는 맛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바로 그 탄산가스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전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아 인류의 안녕을 위해서는 반드시 없애야 할 대상이 되어 버렸다.

흔히 공기의 입자를 세는 데에는 ppm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풀어서 쓰면 particle per million.. 즉, 백만 개의 입자 중에서 몇 개라는 의미이고 CO2를 예로 들어 대기 중의 농도가 300ppm이라면 ‘백만개의 입자 중에서 3백개’란 의미이자 백분율로는0.03%다.

나머지 99.97%는 질소, 산소, 아르곤 그리고 기타 기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으나 대개 그림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질소가 가장 많은 비중인 78%를 차지하고 정작 필요한 산소는 21%정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대기 중 99%가 질소와 산소로 채워져 있어 적어도 지구의 공기에 관한 한 다른 기체는 논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나머지 1%가 지구온난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ppm으로 환산하면 10,000ppm이고 여기서도 9,300ppm이 아르곤이요, 나머지 700ppm의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가 온실효과를 좌우한다.

▲ 그림-1

그림에서 보듯 300ppm이 CO2이고 400ppm은 다른 기체로 채워진다. 그리고 CO2 300ppm을 ‘탄소 평형(Carbon Equilibrium)’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적정한 수준이란 의미를 담듯 적어도 산업혁명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기 중에서 적정 수준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유지되어 왔었다.

잘 알다시피 식물이 엽록소라는 그들의 필수영양소를 만들기 위해선 태양광선과 이산화탄소가 필요하다. 소위 광합성(photosynthesis)작용이 그것이다. 한편 사람을 포함한 동물계는 ‘들숨’으로 산소를 흡인하여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그 공급처가 바로 식물계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모두 호흡에 의존하는데 이것이 지구생물의 존재 방식이고 서로가 반대 방식의 호흡 즉 식물은 산소를 날숨으로 내보내고 동물은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니 양자는 아주 훌륭한 형태의 공생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를 두고 식물계와 동물계의 계약관계라고 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인구 급증 동식물 공생관계 파괴

하지만 문제는 동물계, 특히 사람의 개체수와 활동이 많아지면서 이산화탄소의 방출량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니 식물과 동물의 공생 관계에 금이 가게 된다.

한 가지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아파트의 거실에서 사람 3명이 머물면 약 2시간 만에 CO2 농도가 3배 가량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당초 700ppm 안팎이었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으로 급증한 것이다.  4시간 후에는 2,500ppm까지 올랐다.

실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가스레인지 등 연소기기를 모두 꺼놓은 상태로 얻은 결과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 간에는 호흡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산소가 부족해진다는 얘기이고 산소함유량이 21%가 되어야 정상적인 호흡이 가능하므로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호흡을 하니 산소 농도는 자연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만일 18% 미만이면 산소결핍증으로 인체에 유해하고 16% 미만이면 불이 꺼지며 4%이면 4분내에 사망한다고 한다. 사람의 개체수는 1800년 10억에서 1900년 20억, 2006년말 65억으로 폭증했다.

하지만 이른바 ‘BIOMASS주)’論에 따르면 나무가 뿜어주는 신선한 산소는 거의 무한대다. 지구촌 총생물량 750억톤 중에서 동물계가 20억톤인 반면 식물계는 압도적으로 많은 730억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정설에 따르면 인간의 역사를 700만년으로 보고 있으므로 모두 인류가 겪어본 대기중의 CO2 농도다. 물론 시간의 단위가 너무나 길고 농경문화가 시작된 지 1만년도 채 안 되니 10만년전을 포함한 그 이전의 수치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대기중의 CO2 농도를 참고하면 지난 2~3세기 동안 급격히 증가했고 300ppm을 상향 돌파한 것은 극히 최근의 ‘사건’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표-1

탄소평형선이 깨진 이유는

지금부터는 탄소평형선인 CO2 300ppm이 깨진 원인과 이것이 가져다주는 불편한 진실을 다루고자 한다. 사실 대기중의 CO2 농도가 증가한다고 사람에게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환경 캠페인에 따르면 기준치를 1,000ppm으로 잡고 시내 곳곳에 대기오염 측정판을 설치하여 을지로 지하광장을 예로 들면 500ppm을 기록하고 있어서 ‘쾌적한 서울 만들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짐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안의 CO2 농도는 2,500ppm을 가볍게 뛰어넘고 또 우리나라 유치원과 초중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도 2,300ppm으로 나타났으며 아이들의 활동량이 많은 쉬는 시간에는 무려 3,000ppm을 웃돌았다고 한다. 따라서 300ppm을 깨고 430ppm이 된들 그리고 유엔환경협약이 목표로 하는 550ppm도 그렇게 생명을 위협하는 수치는 아니다.

외려 생명을 직ㆍ간접적으로 위협하는 자연재앙을 걱정해야 할 노릇이다. 아무튼 300ppm선이 무너졌다. 필자는 이것을 ‘red thin line’이라고 부르는데 환경의 루비콘 강을 이미 건너가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CO2 300ppm 붕괴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이것이 무너진 첫째 이유는 인구의 급증이라기 보다는 화석연료의 과잉 채취와 무절제한 사용 때문이었다. 화석연료 자체가 탄소 덩어리이니 인간의 무절제한 사용으로 대기중에 CO2가 많아진 것은 당연지사다.

둘째는 지구의 자정기능이 파괴되어서 탄소평형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인데 적어도 ‘지구한랭화’설로 1970년대 차가워지는 세계를 걱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화석연료의 절제된 사용으로 탄소평형을 되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으로 세계의 평균 GDP성장률이 5%를 넘나드는 등, 19세기 이전까지의 1% 미만 성장률에 비해서는 너무나 커다란 성장을 일구어 왔다. 산업혁명 이후의 세계 문명이 철저하게 탄소 의존형 성장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성장 = 오염’이란 등식이 굳어져 버렸고,

넷째, 고도성장의 인프라 확충을 위해 아스팔트가 지표를 메워버리고 무단벌목으로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열대림이 사라짐에 따라 산소배출량은 차츰 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탄소평형의 파괴를 설명하는 요인은 더 있겠으나 이 정도로 하고 그렇다면 탄소평형 파괴로 무엇이 얼마만큼 문제인가를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