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철(금융인․전력경제신문 칼럼니스트)

공기가 육안에 보이지 않듯 탄소배출권 역시 ‘실물’이 없다. 왜냐하면 유럽에서 지금 거래중인 소위 CERs(Certified Emission Rights)이 철저하게 웹상에서 매매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CERs을 발행해주는 유엔환경기구(UNFCCC)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일명 CDM project)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넷 상으로만 접촉이 가능하다. 유선확인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문자 그대로 100% 전자상거래

CO2 자체도 생소한데 이에 대한 비즈니스 방식 역시 아주 새롭다. 펀드가 유행하는 한국에서도 이름만 붙이면 고수익투자상품으로 행세하면서 이제는 탄소펀드라는 상품도 시판될 정도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수익성에만 관심이 있지 이것이 어떻게 지구온난화에 연결되고 또 ‘공기를 더럽힐 수 있는 권리’가 유가증권 행세를 하면서 좋은 돈벌이가 되는 지에 대해선 재미있는 신문기사의 일부로만 여기지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거나 위험성만 다분하면 돈을 묻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종사자들은 기후파생상품 등 하루가 새롭게 진기한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적어도 탄소배출권이 무엇이고 또 그것이 어떻게 훌륭한 수익원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복잡한 내용을 짧고 간단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이지만 적어도 ‘탄소배출권과 금융기회’라는 주제는 은행권에서 처음이고 또 필자 나름대로 덴마크 코펜하겐 환경박람회 참가,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의 벤치마킹 등 조사하고 공부한 것이 적지 않기에 많은 양을 옮기려는 욕심이 작용했다.

한편 지금 우리나라 은행계에서는 이른바 ‘카이로스’적인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미FTA합의에 이은 자본시장통합법 통과로 KEB를 포함한 한국계 은행들이 CB(commercial banking)의 틀에서 벗어나 과감히 IB(investment banking)로의 재탄생을 요구받고 있다.

이것이 금융당국의 주문인 이상 CB와 IB의 조화로운 공존 아니면 IB로의 특화 등 미래의 노정이 그리 녹록하지 않은 시점에서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형적인 IB 영역인 탄소배출권 사업에 KEB가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 자체가 간단치 않고 탄소배출권 관련 금융상품의 설계 역시 commodity 형태 접근이 아니라 deal/project 형태로서 보아야 하는 등 너무나 많은 것을 전향적으로 보아야만 했었다.

탄소배출권 뿐만이 아니라 2009년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다각적인 측면에서 ‘CO2 와 금융’이라는 주제의 연재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