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철 날씨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덕스럽다. 지난달 말경 예년처럼 장마 같지도 않던 장마가 끝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8월 들어 매일 한 두 차례씩 갑작스런 폭우가 내리는 이상기후가 찾아 들기도 했다.

날씨 탓일까. 최근 우리 사회를 덮치고 있는 경제상황은 어느 누구도 도저히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 지난 주 지구촌 금융시장 특히 한국시장을 휩쓴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은 뇌성벽력을 동반한 시간당 100mm이상의 폭우와 견줄 만하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거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는 중소기업의 실상은 더욱 심각하다.

환리스크 문제를 비롯해 최근 국내 공공기관들이 공사용 자재 구입을 직접구매가 아닌 일괄구매로 하겠다고 밝혀 그나마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물량을 기대하고 있던 중소기업으로서는 큰 타격을 받게 돼 2중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시화공단에서 전기관련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사장은 “그동안 엔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을 기대해 환 헤지를 하지 않았는데 엔화 강세로 돌아서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가운데 공공기관에서 이 같은 조치를 한다는 것은 중소기업은 다 죽어라는 소리와 같은 것으로 기업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등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계속 쏟아내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자재를 사용하는 구매기관들의 행위만 놓고 보면 분명 엇박자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은 정부의 갖가지 우대혜택을 주기 위한 NEP와 NET, 우수조달품목, 성능인증 등 인증 제도를 갖춰 놓고 시행하고 있으나 이를 사용하는 수요기관들은 하나같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으로 업체들은 울쌍만 짓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외환 시장이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과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밖에 없을 것이며 현실에 연연하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역량에 과감히 투자하고 연구개발, 인재양성 등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기업의 위기는 유가ㆍ환율과 같은 외부요인보다는 혁신의 실패나 학습역량의 상실과 같은 내부요인에서 비롯되며 지속적인 혁신과 투명경영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만이 바로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100년 기업의 조건’의 저자인 케빈 케네디가 강조한 말을 곱씹어 볼 시점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 또한 부처간의 의견 조율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쪽에서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쏟아 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외면한다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로서는 어떤 장단에 춤을 춰야 할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로만 떠들어 대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정부 부처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