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사)전자정보인협회 회장

공익법인은 오늘날 현대국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주요한 정책방향이며 이념적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익법인은 복지국가의 실현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가 미처 소화하지 못하는 복지 수요를 민간부문에서 대신 보완하고 보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통해 복지국가로서 폭넓은 지출 재원의 일부를 대신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익법인의 선순환적 운영을 위해서는 원활한 재원의 조달이 필수적이며, 소정의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설계는 복지국가의 실현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기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내놓은 기부재산이 그가 처음부터 의도한 대로 공익적 목적에 사용되는 지에 확신을 얻고 싶어함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여부는 결국 기부하는 사람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모금기관을 포함한 공익법인의 공덕심과 사회성, 투명성에 대한 검증과 철저한 지배와 관리구조는 공익법인체 운영의 전부임은 더 이상 말할 나위도 없다. 일반 대중의 광범위한 기부 활성화를 위한 주식 출연비율의 확대도 역시 근본적으로는 공익법인이 지닌 긍정적 효과를 높이고 사회적 편익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제고할 방안을 개편하고 확대하는 것이 항상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의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운동의 확산과 기업의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경영 추구에 힘입어 기부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일반인들의 인식이 대폭 개선되었다. 때마침 이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노력으로 전반적인 기부 규모는 목하 증가 추세에 있는 바람직한 사회 분위기에 있다. 그러나 각종 전문 보고서나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기부금에 대한 개념이 아직도 낮은 데다가, 또한 우리나라의 기부금 단체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 낮고 투명성 평가는 신뢰도가 여전히 밑바닥을 감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슬픈 실정이다.
이에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기부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부자의 신뢰도를 일층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써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시스템의 적극적인 활용도 필요할 것이다. 종전에는 장부작성 의무나 공시의무를 통해 제공된 정보가 별로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었다. 더군다나 통일된 회계기준의 미비와 제출서류의 비표준화 같은 문제로 공익법인 공시시스템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17년 제정된 공익법인 회계기준이 2018년 사업연도부터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정상화된 공시시스템의 이용 극대화를 통해 공익법인 활동의 과정이 투명해지고 공정하다는 점을 널리 일반 대중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원적이고 원천적인 해결책은 민간의 자발적인 투명성 제고 노력과 이를 자연스럽게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것이 물론 보다 본질적인 차원의 유도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까지의 공익법인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제도들은 하나같이 일원화되지 않은 관리체계 속에서 여기저기 흩어져 산만한 양상을 보였다. 더구나 너도나도 복잡하고 산만한 일관성없는 제도를 만들어 냈고, 그때 그때 특정 쟁점이 문제가 되는 일부 사례에 치우쳐 제도를 이리저리 조령모개식으로 변경하였다. 결국에는 전반적인 공익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반 대중에게 팽배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공익법인의 좋은 취지에 따른 제반 활동들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결과적으로 양산하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긴 기간 동안 많은 시련과 우여곡절을 통해 시행착오를 경험해왔다. 어느 것을 형상화시키고 동시에 어느 것을 억제하고 규제·폐지하는 제도와 정책은 실현가능성이 극히 미미하여 높지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하여 실감하였다. 그리고 탁상에서의 무자비하고 무모한 규제는 애초 의도와는 아주 다른 예기치 못한 제3의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것도 통감하게 되었다. 특정 상황에 대한 그때 그때의 지엽적인 제도 형성·설계·변경을 통해 공익법인의 활동이 충분히 보장되고 투명성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기부문화가 일층 활성화되고 또한 일반 대중에게 생활화될 수 있는 타당한 정책 수립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