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사)전자정보인협회 회장)

조선 말기 외무아문(外務衙門) 등에서 번역을 맡았던 관리가 번역관(飜譯官)이었다. 1894년(고종 31) 6월 경장관제(更張官制)를 처음으로 시행할 때 외무아문에 번역국(飜譯局)을 설치하여 여기에 주임관(奏任官)의 번역관을 두었다. 다음 해 외무아문을 외부(外部)로 개칭할 때 번역국을 폐지했으나, 번역관 2명과 번역관보(補) 3명을 두어 주로 일본어를 번역케 하였다. 그밖에 궁내부(宮內部)의 예식원(禮式院)에 번역과장·번역장·번역관보를 두기도 했다.
‘번역소학(번역소학)’은 ‘소학(소학)’을 한글로 번역한 책인데 10권 10책, 인본이다. 1518년(중종 13) 왕명으로 김권·최숙생 등이 번역하여 간행한 것으로 복간본이 일부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번역문학이란 한 나라의 언어로 된 작품을 다른 나라 언어로 옮긴 문학을 말한다. 여러나라 언어로 된 문학작품을 폭넓게 읽기 위해서 번역문학은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번역이 원작과 완전히 등가물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시의 번역은 촉어역이건 의역이건 간에 극히 난해하여 어려운 작업이다.<번역자는 반역자>라는 말이 시사하듯이 번역은 언제·어디서나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원저작자의 마음의 기미(機微:낌새)를 잘 포착하여, 또는 그 작품이 쓰여진 시기를 이해하고 또 때로는 원작에 손색이 없거나 또는 그 이상의 것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문학작품의 “완역(完譯)은 모욕(侮辱)”이라는 비아냥도 생겨났다.
김소운의 일역(日譯)한 현대 한국 서정시나, 아미요가 프랑스어로 번역한 ‘플루타크 영웅전’, 슐레겔이 독일어로 번역한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은 모두 그러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번역권(飜譯權)은 저작권의 일부로 인정되며 저작물을 번역·출판하는 일체의 권리를 말한다. 문예나 학술저작물의 저작권은 이러한 번역권을 포함한다. 그리고 번역권자란 저작권 외에 원저작자로부터의 번역권의 양도, 번역의 허락을 받는 자를 말한다.
외국의 문학을 자국어로 번역하여 소개하는 문학이 번역문학(literature in translion)이라는 것은 이미 서술한 바 있다. 유럽의 각 나라 문학을 일본·중국 및 한국 등에서 번역하여 근대문학 발전에 이바지하면서부터 생긴 명칭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정의에 있어 번역문학의 시초는 고대 로마시대에 그리스 문학을 그들이 번역하고 모방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로마 초기의 작가 시인들인 나에비우수(G.Naevius)나 엔니우수(Q.Ennius) 등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은 그리스 문학을 로마어로 번역하는 동시에 작품의 아이디어까지 모방하여 왔었다. 러시아 초기에 비잔틴 문학을 모방하여 번역한 것도 일종의 번역문학의 시초라 하겠다. 또 인도의 불교문학을 중국 및 한국·일본 등지에서 번역한 사실도 넓은 의미로 그와같은 범주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대저 번역문학은 선진 국가의 문화흡수 및 그 국가 생활 감정의 상호인식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근대에 들어와서는 일찍 서유럽 문명에 눈 뜬 일본인 이나 중국인들이 그 첫걸음을 내 디디었다. 한국에 있어서의 번역문학의 시초는 불교나 유교서적이 훈민정음이 반포된 직후의 언해(諺解)사업으로 번역된 것부터 시작되었다. 서구서적이 본격적으로 번역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부터 개화사상(開化思想)이 들어와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소위 번안시대(飜案時代)라는 극히 조잡한 번역이었고, 그나마 제대로 된 번역이라고 할 만한 책이 나온 것은 아마도 외국인들의 성서한역(聖書韓譯)때부터 일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번역문학이 시작된 것은 아무래도 1926년부터 일본 도쿄에서 외국문학을 전공한 한국인 유학생들이 조직한 <외국문학연구회>라는 모임으로 잡지 <해외문학>을 발간한 때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때의 중요 멤버로는 김진섭·이선근·이하윤·손우성·정규창·김명엽 등이 적극적으로 번역문학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그 후 극예술연구회 등에서 1935~1937년 경부터는 유령(幽靈)번역시대를 거쳐 전문가들의 손에 의하여 올바른 번역들이 나오게 되었으나 일제 치하의 민족문학 말살책으로 변변히 자라오지 못하다가 마침내 1945년 해방을 맞이하였다.
해방직후의 남북으로 혼란된 사회질서에 제대로 된 번역자의 자질과 인쇄기관의 미비 그리고 잇따른 1950년 6·25 동란 등으로 혼란한 길을 걸어오다가 1957년 경부터는 을유문화사의 번역상 등이 제정되었고 이때부터 다시 외래문학의 번역열은 점고되었다. 따라서 변영태·변영로의 시조영역(時調英譯), 심재홍의 춘향전, 정인섭의 한국현대사와 한국고담집 그리고 한국현대소설집의 영역 등 한국작품 영역과 아울러 외래서적 한역사업도 기업화적인 경향과 더불어 대단한 관심의 뜨거운 초점이 되고 있었다.
근래에는 번역문학상제도와 한국문학번역협회가 생기게 되었고, 요즈음에 와서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한국의 현대문학(장편단편시)을 영어로 영역하여 한국의 예술과 풍속 기타 여러 분야를 해외로 소개하는 문학상 제도가 1970년 11월 1일에 발족하였고 또 펜클럽, 예총산하에 문인협회 등이 있어 해외문학을 외국어로 의욕적으로 번역하는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이제 많은 한국의 시와 소설이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등 주요 외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은 이제 G-10국가로 한강의 기적을 통한 경제 10대강국에 포함되어 있어 아세아의 맹주로 추앙받는 나라가 되었다. 번역도 국력인 고로 우리나라에서도 노벨문학상을 받을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