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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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e 전문가들 “요금 정상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022년 06월 23일 (목) 17:22:22 전력경제 epetimes@epetimes.com

3원씩 찔끔 올려선 현 위기상황 극복 어려워 
꼼수 대책보다 정상화 ‘자이언트 스텝’ 시급 
판매시장 경쟁도입·한전 지배구조 개선 통해
정상 작동하는 요금체계 구축 토대 마련해야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격히 치솟는 데도 불구하고 국내 전기요금은 요지부동이다. 전기요금을 제 때 올리지 못한 한국전력은 지난 1분기 7.8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 연료가격 고공행진은 오는 하반기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올 한해 23조원에 달하는 누적적자가 예상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전력 에너지 전문가들이 “전기요금 정상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전력산업연구회는 ‘전기요금 정상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라는 제목으로 27일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세미나에서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의 현황, 문제점 그리고 대책’에 대해 발제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수이 홍익대 교수, 박종배 건국대 교수, 조성봉 숭실대 교수 등이 패널로 나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놓고 집중 논의했다.
이날 윤원철 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제시했다. 윤 위원은 “최근 들어 90%를 밑도는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로 인해 한전의 재무여건은 급격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금융부채와 부채비율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전력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서 교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위원은 “전력채 발행한도를 초과하게 되면 한전의 유동성 위기로 전력시장이 마비되고 전력생태계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한전의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은 가격왜곡과 비효율적인 자원배분 문제를 야기한다고 우려했다. 현재 세대는 전기를 싸게 사용하지만 다음 세대가 고스란히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소위 ‘세대 간 교차보조’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세금을 많이 내는 납세자가 반드시 전기를 많이 소비한다고 단정할 수 없기에 자신은 저렴한 요금을 지불하고 나머지를 누군가의 세금으로 충당시키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은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필수 투자재원 부족 현상을 낳고,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 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정부의 꼼수 대책이 아닌 전기요금 정상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연료비 연동제의 비정상적 운영, SMP 상한제를 통한 민간기업에 부담 떠넘기기, 정부 주도 재정보조 등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요금규제는 역사적 경험에서도 이미 판명이 났듯이 원래 의도와는 달리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위원은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대책으로 ▲물가안정 명분으로 전기요금을 규제하는 것을 중단하고 ▲시장여건을 감안해 연료비 연동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며 ▲독립 규제기관 신설을 통해 전기요금에 대한 정부개입을 차단하는 한편 ▲정부의 행정 재량권을 제한하고 ▲연료비 상승에 대비해 한전에 위험관리 의무를 부여할 것을 촉구했다. 윤 의원은 “무엇보다도 ‘독점’이면서 ‘공기업’이라는 한전의 속성 때문에 시장원리가 아닌 정책 판단에 따라 전기요금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며 “전력판매 부문에서 시장경쟁을 도입하고 한전 지배구조를 개선해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전의 재무상태 악화 및 이로 인한 전력채 발행량 급증이 국내 채권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짚었다. 정  위원은 글로벌 연료가격 급등에도 전기요금 조정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한전의 영업손실 폭이 확대되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대규모 사채발행을 통해 부족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한전이 사채발행 한도를 규정하고 있는 한전법에 따라 늦어도 내년에는 더 이상의 사채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대규모 사채 발행으로 인해 전력채(AAA)의 금리가 신용등급이 더 낮은 회사채(AA+)보다 높아지는 소위 전력채 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전은 부족자금의 대부분을 채권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채권시장 왜곡에 따른 한전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결국 전기요금의 추가적인 인상요인으로 소비자가 부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현재 한전의 재무상태는 단순히 한전의 문제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력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이다”며 “안정적인 전력공급 및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이 홍익대 교수는 “최근 한전의 적자는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 이미 한전은 자본잠식 상태에 있으며, 채권시장에서의 회사채 발행도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의 지속 등으로 인한 세계 공급망 교란으로 석유, 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이는 연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므로 전기요금의 인상이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일부라도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꺼리고 있지만 한전이 제시한 kWh당 3원의 요금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 공급망 교란에 의한 물가상승은 법인세 인하, 이자율 상승, 통화량 조정 등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으로 해결해야지 전기요금 동결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제한적이나마 전기요금을 인상해 소비자에게 여름철 에너지 절약의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최근 무역적자는 급등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주원인이므로 국가적인 차원의 에너지절약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가정용 및 비가정용 모두 OECD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정책에 추진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도 전기요금은 장기적으로 인상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현 한전의 적자 수준이 통제 불가능한 영역에 들어섰다고 언급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따른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해 전력구입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가스요금과는 달리, 전기요금은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가 어려운 요금결정 거버넌스를 갖고 있으며 원가주의가 정착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전력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한전의 발전사업자와의 위험관리 체계의 미흡도 내포돼 있다고 짚었다. 
전기요금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단기 방안으로 ▲한전의 경영 혁신과 비용 절감이 필요하며 ▲안전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원자력 등 저원가 발전원을 최대 활용(‘22년 정산가격: 원자력 59원/kWh, 석탄 146원/kWh, LNG 214원/kWh, 유류 245원/kWh)하고 ▲독립적 규제기관을 설립하며 ▲연료비 등 통제 불가능한 비용요금 전가를 통한 원가주의 정착 ▲한전의 발전사업자와의 위험 관리 계약 추진(최저 수익 보장, 최대 수익 제약) 등을 제언했다. 장기적으로 ▲한전과 발전공기업의 저원가 LNG 직도입 확대 ▲가스망의 중립성 확보 ▲소비자의 전기판매사업자와 연료 선택권 확대 ▲가격입찰과 지역별 가격제도 도입 등 도매전력시장의 개혁, 전기/가스/열을 아우르는 에너지가격 규제기관의 도입 등 시장주의의 정착을 주장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전기요금의 구조적 문제점을 거론했다. 조 교수는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지원, 가정용 천연가스에 대한 교차보조,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가스발전량 과소예측과 이에 따른 추가 LNG 현물도입이 불러오는 가스가격의 상승분, 지역별 교차보조 등이 숨어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전기요금의 억제가 전력의 비효율적 소비를 통해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불러들이며, SMP 상한제와 같이 전력시장을 왜곡하고, 수익자가 내야 할 부담을 공공부문의 과도한 부채를 통해 결국 납세자에게 내도록 하는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한편, 상장회사인 한전의 주주권익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전기요금의 결정과정에 있어서도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고 요식행위로 한전 이사회가 의결하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정직하지 못한 절차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재량적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선거를 앞두고는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져 지금과 같은 천문학적 한전 부채와 적자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출중심의 에너지 다소비업종이 많은 제조업을 보호하는 산업부와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도 전기요금 억제의 유인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전기요금은 독립규제기관을 통해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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