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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구원, 가속화되는 전기화 시대 미래 모빌리티 판도 주도
2022년 01월 09일 (일) 13:51:08 전력경제 epetimes@epetimes.com

핵심 기술 자립···국내 넘어 세계 주목 성과 창출
‘트렌치 모스펫’ 개발···전력반도체 공급 부족 해결
LBTS, 미국 영국 이어 세계 3번째 구축 운영 중  
2033년까지 시장창출 1.2조 일자리 창출 3천여명 
사업 참여 따른 매출 기대효과는 무려 1.5조 달해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원이 SiC 전력반도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최근 대다수 산업과 일상에서 전기가 중심이 되는 일명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KERI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추진 동력이 기존 화석연료 엔진에서 전기기술 중심으로 변화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KERI는 국내유일 전기전문 연구기관으로서 미래 모빌리티 핵심기술 자립을 실현하기 위해 전기차, 전기선박, 드론/플라잉카, 수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다수 창출해 왔다. 지난해 KERI의 대표성과인 ’SiC 전력반도체‘와 ’전기선박 육상시험소‘를 소개한다.

◇ 전기차용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전력반도체는 전력이 필요한 곳이면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산업의 주요 부품이다. 전류 방향을 조절하고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등 사람으로 치면 근육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 전기차에서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연결하는 고성능 인버터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활용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그린·디지털 뉴딜 정책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와 5G 이동통신망 등 미래 산업의 패권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전력반도체의 핵심인 제어 효율을 유지하는 소재는 기존 실리콘(Si)에서 재료 특성이 우수한 탄화규소(SiC, Silicon Carbide)로 대체되는 추세다. 우수한 열적·전기적 특성을 지닌 SiC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10배 높은 전압과 2배 높은 열을 견딘다. 전력 소모도 작아 칩 크기를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SiC 전력반도체가 전기차에 적용될 경우, 10% 이상의 전비(電費)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매우 크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차 시장에 비해 SiC 전력반도체는 소수의 선진 국가들만이 독점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전력반도체의 대량생산을 가져올 수 있는 트렌치(Trench) 구조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KERI의 성과는 SiC 전력반도체의 국산화 실현을 넘어, 공급 부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초고난도 ‘트렌치 모스펫(Trench Mosfet)’ 기술을 세계 3번째(독일-일본)로 개발한 것이다.
트렌치 구조는 반도체의 용량이 커지면서 반도체 칩 평판에만 셀을 집적시키는 방식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며 나온 방식이다. 기존 평판(Planar) 구조는 전자들이 수평으로 형성된 채널을 통과한 뒤 수직방향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면, 트렌치 구조는 모스펫 가운데에 좁고 깊은 골(도랑)을 만들어 전자가 수직으로 형성된 채널을 바로 통과해 이동하는 방식이다. 면적 활용도를 크게 높여 반도체 칩 크기를 10% 이상 줄일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기술이다. (단위 면적당 흐르는 전류 10% 이상 향상)
하지만 트렌치 구조는 안정적인 전압 및 장기적 내구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아 전 세계적으로도 독일과 일본만이 어렵게 양산화에 성공할 정도로 기술 장벽이 매우 높았다. 이에 지난 20년 간 전력반도체 분야만 외길로 매진해 온 KERI 전력반도체연구센터가 그동안 쌓아온 SiC 소재 특성 데이터 및 전력반도체 소자 설계 역량을 토대로, 세계 3번째로 초고난도의 SiC 전력반도체인 ‘트렌치 모스펫’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KERI 트렌치 모스펫 국산화 실현은 최근 전기차 시장의 화두인 전력반도체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치 구조로 반도체 칩이 작아진 만큼 1개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의 제작 수량이 크게 늘어난다. 예를 들어 SiC 전력반도체를 제조하는 6인치 웨이퍼(기판) 1개를 기준으로, 기존 평판 구조를 통해서는 1,000개의 반도체 소자를 만들 수 있었는데, 트렌치 구조를 활용하게 되면 100개 이상 소자를 더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SiC 전력반도체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며, 궁극적으로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기차 시대 도래로 전 세계적으로 SiC 전력반도체의 공급난이 일어나고 있고, 관련 기술의 고도화 및 자립화, 그리고 양산화 능력 확보가 국가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KERI의 트렌치 모스펫 기술은 우리나라도 SiC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선진국과 견줄 정도의 훌륭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성과다.
KERI는 개발한 ‘트렌치 구조 SiC 전력반도체 모스펫’ 제조 원천기술을 포함해 제품 상용화를 위한 각종 측정·분석 기술 등 종합적인 기술 패키지를 전력반도체 전문 제조기업인 예스파워테크닉스(주)(대표 김도하)에 지난해 기술이전했다. 기술이전 금액은 과제수탁 계약 포함 총 20억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다. SiC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연구팀은 장비 구매부터 양산화 라인 구축까지의 전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등 그동안 수입에 많이 의존했던 SiC 전력반도체의 국산화 및 대량 생산화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 전기선박 육상시험소(LBTS)

KERI가 국내 최초 그리고 세계 3번째(미국-영국-한국)로 구축해 운영 중인 ‘전기선박 육상시험소(LBTS, Land Based Test Site)’는 고부가 전기선박의 핵심기술 개발 및 관련 산업 지원에 필요한 기반 조성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추진돼  2015년 완공된 핵심 시험설비다. 
최근 육상 분야의 전기차에 이어 해양 분야에서도 전기선박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추진 시스템은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이나 발전기로부터 공급된 전력을 이용해 추진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기추진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전기선박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연료비용도 저렴하다. 또한 추진 모터의 소음과 진동이 적고, 설치 위치도 자유로워 설계의 유연성도 매우 높으며, 기존의 디젤엔진 선박보다 조종 능력이 더 높다.
그동안 전기선박은 잠수함과 호위함 등 함정 분야에서 주로 활용돼 왔다. 전기추진 시스템은 기계식 추진 장치 없이 전기로만 함정을 추진하기 때문에 수중방사 소음을 최대한 제한할 수 있어 대잠수함 작전에서 생존성 확보에 매우 유리하다.
또한 대용량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레일건 등 미래 무기체계에 전력추진 시스템용 전력을 일시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추가 전력 보강 없이 무기체계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자동화·무인화·네트워크화를 위한 ICT 체계도 구축할 수 있다. 선박의 설계 구성이 단순해 정비성이 우수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미국의 최신예 구축함인 ‘줌왈트(Zumwalt)’ 및 영국 항공모함인 ‘퀸 엘리자베스(Queen Elizabeth)’ 등 수상 전투함 분야까지 전기추진 체계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선박은 추진 시스템이 선박 하부에 탑재된 이후에 고장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정비가 어렵고 배를 해체해서 수정해야 한다는 큰 어려움이 있다. 특히나 잠수함은 바다 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전기추진 시스템을 선박에 탑재하기 전 통합시험을 육상에서 확실하게 진행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세계적 수준의 전기선박 육상시험소의 보유 여부가 다가올 해양 방위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관건이다.
KERI는 이미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해 2013년부터 경남도, 창원시, 방위사업청 등과 협력하여 전기선박 육상시험소(LBTS) 건립 사업을 추진했고, 2015년 준공 결실을 맺었다. 총 사업비는 405억원이 투입됐다. KERI는 지난 7년간(2013년 ~ 2020년) 전기선박 육상시험소를 기반으로, 전기선박 분야와 관련한 다수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총 연구비 990억 규모 25개 연구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최근에는 전기추진 체계 기반 수상 전투함의 첨단화를 위해 합동참모본부 및 해군 등 국방기관, 현대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 등 세계적인 조선업체들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전기선박 육상시험소로 인한 파급효과는 약 5,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국내 최초로 독자 설계 및 건조한 3천t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장보고-Ⅲ급)’을 포함한 전기선박 분야 총 401개 항목 시험을 수행해 192건의 개선보완사항을 도출했다. 이를 통한 건축기간 단축 368일, 건조기간 단축효과 및 전력화 지연손실 비용 절감 효과 4,684억원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육상시험소를 통해 거둔 기술수입 대체효과는 370억원에 달하고, 전기선박 관련 산업 발전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270억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3년까지 전기선박 육상시험소 관련 사업으로 인한 파급효과를 시장창출 1조 2,363억원 및 일자리 창출 3,000여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 기업들의 사업 참여에 따른 매출 기대효과는 무려 1조 4,698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전기선박 관련 산업 R&D 및 생산기지 선점, 차세대 전기에너지 산업 중심지로서의 도약, 지역기업 사업 참여에 따른 경제 활성화 등의 간접 효과도 계속해서 기대하고 있다.
향후 KERI는 국방 분야를 넘어 민간 분야에서도 전기선박화를 지원한다. 유럽에서는 연안을 오가는 차도선의 전기선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KERI는 연안을 오가는 차도선 및 여객선 분야까지 전기선박의 기술 개발을 확대해 미래 전기선박 시대를 주도해 나간다는 목표다.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선박 육상시험소(LBTS)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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