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평가원(원장 윤교원)의 파업이 해결 기미없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2월 7일 산기평직원 22명이 파업을 시작한 이후 100일이 넘어가고 있다. 사측은 “파업을 주도한 노조가 단체협약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 직원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며 파업을 의미축소했다.

파업 노조원들은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한 사측은 그간의 노동탄압을 사죄하고 피해보상을 포함시킨 새로운 협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과기노조 산기평지부 노조원들이 '노조탄압 중단 및 단체협약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과기노조 산기평지부 안형수 지부장은 “이미 법원으로부터 부동노동행위 인정, 부당해고 무효판결을 얻어냈다”며 “22명이라는 소수인원이지만 산자부와 산기평의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관련 책임자 처벌로 국가예산의 투명한 집행과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지부장은 “최근 서울고법으로부터도 어용노조 승인취소, 전 산기평원장과 관련자들에게 유죄선고가 내려지면서 노조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노조의 뜻이 관철 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단체협약에 나서지 않고 있는 사측은 “노조전임자와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등 핵심쟁점에 대해 노조가 지나친 요구조건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사측이 협상테이블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기파업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갈등은 지난 2002년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 2002년 3월 모 일간지에 산업자원부의 기술료 부당전용(약 500억원)건이 외부로 알려지면서다. 산기평이 지난 2002년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건물을 구입하면서 기술료 500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언론보도 이후 2003년도에 단행된 사측의 정리해고를 놓고 노조측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노조측은 “언론에 자료를 제보한 직원을 골라 사측이 구조조정을 빌미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사측은 “산자부가 확정하는 산기평 전체 운영예산 가운데 인건비가 전년대비 30% 줄어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사양측은 지난 2003년 이후 현재까지 민사, 형사 및 구제신청이 34건에 이르는 등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형사사건만 사측 7건, 노조측 9건에 달한다.

2004년 9월 산기평 직원 81명이 새로 노조를 설립, 노조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고 활동을 전개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이에 대해 과기노조 산기평지부는 즉각 노조설립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해 받아들여짐에 따라 노노갈등으로 번져있는 상태.

현재 산기평 내에는 사실상 직원 168명 가운데 118명이 한노총소속 산기평노조에, 22명이 민노총소속 과기노조 산기평지부에 가입, 복수노조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노사갈등과 노노갈등이 겹쳐진 산기평의 사태가 언제,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