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리더(전력경제신문 창간 15주년 특집 기획)
에너지전환 이끌 재생E 연구개발 '가속도'
최고 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
세계 최초 해상풍력 일괄설치시스템 구축
국가 과제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뒷받침’

해상풍력 일괄설치시스템, 왼쪽으로 석션버켓이 놓여있다.

국제 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만을 사용하는 도전에 나섰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 이후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재생에너지 개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여겨진다.
유럽연합 통계국인 유로스탯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전환을 주도하는 유럽은 2018년 전체 전력생산량 중 18.9%를 재생에너지로부터 얻고 있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선진국 66%가 이미 전력 판매 요금보다 낮은 생산 단가에 도달함으로써 경제성을 확보했다.
특히 2030년 재생에너지 비율 목표를 45%까지 높여 잡고 풍력, 태양광, 바이오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쏟아 붓는다.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70여 개국이 2030~2060년에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한 것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 달성하는 에너지전환 계획을 수립했다.
2017년 15.1GW 규모인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63.8 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 설비 95%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해 선진국형 청정에너지원인 태양광·풍력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을 수립했다.
2020년 10월에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화석연료 발전을 전량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환하면 태양광 300GW, 풍력 15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이 필요한데, 이는 지금까지 설치된 태양광, 풍력 설비의 34배에 달한다.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이 화두로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이 재생에너지 효율과 용량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4월 새로운 태양전지 개발을 통해 기존 태양전지 효율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한 바 있다.
올 들어 해상풍력 발전기의 설치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해상풍력 일괄설치시스템의 개발을 완료하는 등 재생에너지의 핵심이 되는 태양광과 풍력 부분에서 국내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400kW 농업공존형 태양광 실증설비(전남 나주)

◇태양광 발전 보급 확대 기술 개발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드 태양전지 모듈 (5x5 cm2)

태양광 확대 및 응용 방안은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기존 사회 인프라 등과 융합해 설치 장소의 기능을 유지함과 동시에 전력 생산을 가능하게 만드는 융복합 기술이다.
전력연구원이 주목하고 있는 태양광 확대를 위한 개척 분야는 염전과 농업 등이 꼽힌다.
염전용 수중 태양광 발전은 수심 5cm 내외의 염전 증발지 바닥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기존 염전의 소금 생산 기능을 유지함과 동시에 태양광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염전과 태양광 발전은 일조량이 많고 그림자가 없으며 바람이 풍부해야 하는 등 설치 및 운용 환경이 유사해 동시 적용이 가능하다.
이미 전력연구원은 100kW 염전용 수중 태양광 발전시스템 실증을 수행했다.
도로 태양광 발전은 도로 위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기존 도로의 기능을 유지하며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자동차 도로, 자전거 도로, 보도 등에 접목이 가능해 설치 잠재량이 상당하다.
전력연구원이 10kW 자전거 도로/보도용 태양광 발전 실증을 수행한 결과 10% 이상의 이용률을 보였다.
농업공존형 태양광은 영농 부지에서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기술이다.
농작물 재배와 동시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일본, 중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논, 밭, 과수원 적용 연구가 한창이다.
전력연구원은 기술 개발 초점을 발전사가 참여할 수 있는 유틸리티급 농업공존형 태양광과 지역단위 계획입지 방식의 농업공존형 태양광에 맞췄다.
이를 위해 400kW 실증시험 설비를 구축하고, 입지 분석, 단지설계, 작물 생장과 태양광을 동시에 예측하는 통합운영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태양광 보급 확대와 함께 또 중요한 요소가 태양전지 효율 향상이다.
태양전지 에너지변환 효율은 10% 수준에서 현재 25%까지 향상시키고, 탠덤 전지는 35% 이상의 효율에 도전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양이온-금속이온-할로겐이온으로 구성된 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는 물질로, 이 구조를 갖는 물질 중 높은 광 흡수 특성을 가진 광활성 물질을 태양전지에 활용한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약 10년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근접하는 효율을 달성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연구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전력연구원은 2017년부터 국내외 기관과 공동으로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 물질, 전자전달 물질, 홀 전달 물질 등과 같은 소재를 개발해왔다.
신규 버퍼층, 패시베이션층 등을 적용해 소자 효율 및 내구성을 개선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적용해 역구조 평판형 태양전지의 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인 20.4%로 끌어 올렸다.
더불어 내구성을 높여 상업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봉지 기술도 개발했다.
현재는 모듈의 구조 개선과 내구성 확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규모 발전용 기술개발과 함께 도심 빌딩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건물 일체형 태양전지 기술 역시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중요한 기술로 평가 받는다.
향후 건물 일체형 태양전지는 건물 건축 시 사용되는 외벽 및 자재에 태양전지를 포함해 별도의 설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유리 창호형 태양전지는 대규모 건물 일체형 태양전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연구원은 200W 유리 창호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시제품을 개발해, 20kW 이상 건물에 실증평가할 계획이다.
유리 창호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실증을 통해 차세대 태양전지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고, 자립형 저탄소 배출 에너지 사용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해상풍력 발전 확대 기술

해상풍력 일괄설치시스템(MMB) 개념도

해상풍력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용지확보가 쉽고, 계속해서 강한 바람을 얻을 수 있어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에너지원이다.
최근에는 경제적 개발, 높은 발전량을 얻을 수 있는 고효율 대용량 터빈 개발, 먼 바다의 깊은 수심에 설치할 수 있는 부유식 등 신개념 지지구조 개발, 기상과 환경 정보 예측 기반의 고효율 단지 운영, 해상안전 확보, 안정적 계통연계 분야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개별 터빈의 용량 증대와 단지개발 규모 확대는 발전량 증대와 개발비용 절감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해상풍력 터빈의 용량은 2000년대 2~3MW를 시작으로 최근 들어 10MW 이상의 대용량 터빈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2000년대 해안에 소규모로 조성되던 해상풍력단지는 최근 들어 먼 바다 GW 규모 단지로 바뀌는 추세다.
해상풍력의 에너지 단가를 기존의 에너지원에 근접하게 만들어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 또한 중요하다.
그중 하나가 새로운 개념의 지지구조물 개발이다.
전력연구원은 기존의 파일 항타 방식이 아닌 대형강관의 내외부 수압 차이를 이용해 해상에 기초를 설치하는 석션버켓 설치공법을 개발, 군산 실증단지에 성공적으로 설치했다.
석션 기초는 무소음, 무진동의 친환경 공법이며, 하루 만에 설치가 가능한 급속설치 공법으로 공사비 절감 효과가 크다.
해상 사업 기간 단축과 대형 해상장비 최소화를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한다.
석션 기초를 이용해 해안 안벽 앞에서 석션 기초를 임시로 설치하고, 기초 위에 타워와 발전기를 일괄 조립해 해상풍력 시스템을 완성하고, 이후 특수목적선(MMB)를 이용해 한 번에 인양-운반-설치하는 것이다.
전력연구원이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을 완료했다.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로서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십 배에 이르는 재생에너지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고 우리나라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전력연구원의 연구개발 방향은 어떻게 효율을 향상하고, 발전량을 확대할 것인가, 그리고 이것들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해 에너지전환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것인가 등 효율 개선과 발전량의 확대라는 두 개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는 전력연구원은 풍력발전 분야의 연구개발과 함께 태양광 발전 분야의 연구개발을 통해 국내 전력산업이 확대일로에 있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물론, 탄소중립, 나아가 제로배출을 달성하는 데 이바지해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