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홍익대 교수

지난 기고에서 우리는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높은 에너지 과소비형으로 진행하는 중이고 계속적으로 이 형태를 유지하면 정말 위험한 국가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에너지 소비 형태의 심각한 사태를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며 현재의 수요관리에 대한 국민 및 공무원의 인식 전환 및 정부의 강력한 수요관리 정책의 추진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처럼 방관자적 입장만 취하다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지리멸렬하게 그 상황에 대응하기 보다는 예방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현재 수요관리를 개선하고 강화시키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국은 어떻게 수요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비교해봐야 하므로 이번 기고에서는 주요국의 현재 수요관리 대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나 일본은 에너지 소비량의 변화가 매우 적은 형태로 가고 있으며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이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형태로 에너지 소비 현상이 구분돼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현재 계속해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패턴을 나타내고 있으며 향후 유럽과 같은 지속가능형으로 가느냐 혹은 미국과 같은 에너지 과소비형으로 가느냐 하는 갈림길에 있다.

한편 미국의 캘리포니아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지속가능형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캘리포니아에서 70년대 중반 이후 에너지 효율 향상 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해 온 결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관련 인프라 구축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호주의 경우 최근에는 미국과 같은 에너지 과소비형의 형태를 보이다가 점진적으로 에너지 소비 증가가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1인당 CO2 배출량이 많으므로 향후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기 위해 효율기준 등 강력한 수요관리 정책의 추진에 따른 결과이다.

이와 같은 에너지 소비 패턴은 각 국의 가치 체계의 배경 하에 국가별로 그 특성에 맞게 정책을 시행하는데 유럽은 라벨링에 의해 일본의 경우에는 Top Runner 프로그램을 통해 기기의 효율기준을 제약하는 방안을 취하고 있으며 호주와 캐나다는 MEPS와 라벨링, 등급제 등을 통해 고효율기기를 보급하고 있다. 미국은 이것 외에도 장려금 지원제도를 활발히 시행하는 국가로서 각 주와 전력회사 또는 수요관리 컨설팅 업체마다 다양한 제도를 갖고 있으며 효율기준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렇듯 각각 명예를 중시하는 유럽형 가치와 돈을 중시하는 미국형 가치에 따라 선진 국가들은 그 나라 국민의 성향에 적합한 정책을 마련했다고 분석된다. 이중 호주의 경우에는 유럽 이민자들을 기반으로 명예를 중시한 문화인데도 에너지 과소비 증가 추세를 보이자 주로 효율 등급과 최저효율기준(MEPS)를 중심으로 하되 부분적으로 장려금 지원 정책을 도입, 적극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등과 같은 목적에 맞게 정책을 연방정부소속인 AGO라는 기관을 통해 취하고 있다.

▲ <표>국가별 장려금 지원대상 고효율기기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일본과 같이 정부의 정책 시행에 대해 국민이 잘 순응하는 편이지만 규칙을 따르는 면이 아직 부족하여 오히려 미국과 같이 돈의 가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장려금과 같은 지원 정책이 필요하며 이와 동시에 시대적 요청으로 규율에 의한 정부 주도의 정책도 같이 시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과소비 패턴으로 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시급히 억제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가능형의 에너지 소비 패턴으로 가기 위해서는 미국의 체계 특히 캘리포니아의 사례와 과도기적으로 에너지 과소비형에서 지속가능형으로 변화하고 있는 호주의 사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합한 정책을 도출하기 위해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모형의 개발과 이를 통한 개선 방안 도출이 필요하다.

아래 <표>를 보면 장려금 지원 대상기기가 국가별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각 국가의 철학이 다르고 생활 및 자연환경이 다르며 전력에너지의 소비에서 차지하는 해당 기기의 점유율이나 전기에너지사용 특성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1970년대 캘리포니아의 레이건 주지사 시절에 처음 수요관리 프로그램을 도입, 성공을 거둔 뒤 레이건은 대통령이 되어서 미국 전역에 적용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에도 잘 사는 주이고 여러 경제지표가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형태를 지속가능형으로 유지시키고 있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미국은 DOE(에너지성)에서 하는 효율등급제도, 최저효율기준과 같은 최소 만족 조건이 있고 FEMP(연방에너지관리프로그램)와 같이 보다 효율이 좋은 제품을 정부에서 구매해 주는 제도와 EPA(환경청)에서 시행하는 Energy Star와 같이 최우수 제도 등 다양한 제도를 갖고 있고 가능하면 에너지 효율 우수 기기에 지원을 해주는 장려금 제도도 같이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PUC(공익사업위원회)라는 기관에서 즉 정부 기관으로 독립적 권한을 갖고 스스로 시행하는 형태로 정부 주도로 민간 시장으로 민간에서 개발한 자원을 수요관리 시스템을 통해 평가, 시행함으로써 시장 전환을 유도, 관련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수요관리를 추진토록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도 미국과 비슷한 OFGEM(에너지규제위원회)라는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독립적 권한을 가지고 스스로 시행하는 정부 주도로 민간 시장에서의 수요관리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를 전동기 지원제도의 가장 성공적인 시장 전환 사례로 들 수 있다. 먼저 일반 전동기와 고효율전동기의 가격 차이 이상을 지원해 주는 큰 리베이트는 프로젝트의 초기에 주된 영향을 주었고 보급에 따라서 서서히 감소됐으며 최대 보급 시점이 지난 이후로는 최저효율제가 도입되면서 리베이트는 중지됐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고객 방문과 분석도구 사용 등 교육 프로그램이 사용됐으며 전동기 판매상에게도 리베이트의 20%가 지급됐다. 이러한 노력으로 캐나다는 고효율 전동기 보급을 10년 만에 가능하게 했다.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명예를 중시하는 국민성을 바탕으로 장려금을 지원, 유도하는 것보다는 불문율 형식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유도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에는 NEMMCO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바로는 빅토리아주에서만 장려금 지원 프로그램을 찾을 수가 있는데 호주의 다른 지역과 달리 빅토리아주는 보유 지하자원이 미흡하고 전력시스템의 말단에 위치해 있는 특징으로 인해 전력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전을 위해 다른 지역보다 에너지 효율 향상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퀸즐랜드주의 경우에는 배전회사가 수요관리 사업자의 사업 초기에 투자함으로써 사업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없애주고 일정 기간 또는 투자회수 기간 이후에 배전회사가 사업자에게 설비를 비롯한 모든 사업 영역을 넘겨줌으로써 사업자와 배전회사 양자가 모두 Win-Win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 크게 성공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는 판매회사를 별도로 분리, 경쟁체제로 이러한 역할을 이행토록 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