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시리풍력발전단지를 가다>
주민참여형 윈드팜 성공적 정착
15MW 13기 ‘주민 풍요’ 이끌어
마을형편 펴고 관광객 발길 늘어

신재생에너지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상생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한 제주 가시리 풍력발전단지 모습

바람 많은 제주의 바람을 담아 지역주민의 사랑을 받으며 풍요의 바람을 일으키는 곳이 있다.
행정 구역상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68번지에 자리한 가시리풍력발전단지(윈드팜)가 그곳이다.
탁 트인 드넓은 목장에 들어서면 초원 위에 세워진 대형풍력발전기들이 푸른 제주바다를 달려 뭍으로 오르는 바람을 잡아 쉼 없이 힘차게 날개 짓을 해댔다.
한진산업(1.5MW 7기)과 유니슨(750MW 3기), 효성(750kW 3기) 등 3개사가 13기 15MW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라는 명칭에서 보듯 설치된 풍력발전기 모두 국산제품이다.
국산화 풍력발전기의 성능을 검증하고 제조사의 트랙 레코드 확보를 통해 수출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목적으로 단지를 조성한 것이다.
국비 255억원, 도비 181억원 등 총 435억8,300만원을 들여 지난  2012년 3월 지어졌다.
2012년 11월 제주에너지공사가 단지를 이관받아 운영하고 있다.
연간 전력생산량은 3만4,164MWh 규모에 이른다.
무엇보다 이 곳이 주목받는 것은 국내 최초로 부지 선정 공모를 거쳐 조성된 주민참여형 풍력발전단지라는 점이다.
최근 풍력발전 건설 추진과정에서 사업자와 지역 및 주민들과의 갈등이 빚어 애를 먹는 것과는 온도차가 크다.
물론 사업 초창기 단지 건설에 모두가 찬성한 것을 아니였다고 한다.

정윤수 가시리 이장

정윤수 가시리 이장은 “처음 공모에 응모해 전문가들로부터 최적의 입지로 뽑혀 선정됐지만 투표과정에서 일부 마을주민의 반대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정 이장은 “소나 말을 방목해 키우던 농가가 축산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이유로 반대를 했다”면서 “하지만 풍력발전단지 설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나 말들이 학습효과가 생겨 풍차 기둥 아래서 풀도 뜯고 잠을 잤다. 이후 불만요소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자연유산을 하는 경우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풍력발전으로 축산농가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는 없다고 단언했다.
정 이장은 풍력발전단지 조성의 가장 큰 효과는 마을에 생기가 돌고 활기가 넘쳐난다는 점을 들었다.
풍족하지 않은 마을 살림에 큰 자금이 수혈되면서 ‘형편이 폈다’고 표현했다.
500여 가구 1,500여 명 주민이 사는 가시리는 농장 부지를 발전단지로 제공하는 대가로 매년 마을발전기금 3억원을 받는다.
여기에 발전소주변지역지원금 3,000만원도 더해진다.
해마다 들어오는 기금은 장학금, 노인·청년·부녀회와 11개 동아리 활동 등에 지원하고 연말에 한 차례 열리는 문화축제에 쓰인다.
지원금은 관광지 유지보수 등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예전에는 이장 직을 맡아 일을 수행하려면 마을에 쌓아놓은 돈이 없어 사재를 팔아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술회하면서 “이제는 형편이 크게 나아져 다양한 사업을 구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풍력발전단지는 관광지로서도 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우는 큰사슴이오름에 피는 유채꽃과 벚꽃에 더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정 이장은 “뷰가 좋아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명소로 알려지면서 찾는 이가 많아졌다. 유명세를 타면서 덩달아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마을 인지도도 높아졌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노을이 질 때의 풍경을 으뜸으로 꼽았다.
정 이장은 풍력발전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과 관련해 “사업 공모 당시 주민들에게 풍력발전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알려주는 등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소통 노력을 펼친 점이 풍력발전 수용에 크게 작용했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주민친화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려면 발전기 일부를 마을에 기부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 주민에게 지분이나 수익이 더 돌아가는 방향으로 사업이 설계되고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내 제조업체에 국산화의 길을 여는 디딤돌을 놓고 상생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한 가시리풍력발전단지는 근사한 풍경만큼이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같이’하는 동행의 ‘가치’를 실현해내며 재생에너지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것만으로도 귀한 존재로 자리잡은 것이다. 
때문에 이 곳은 풍광을 즐기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주민수용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정책 담당자나 지자체, 사업자들에게 반드시 방문해야 할 ‘핫’한 명소로 추천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