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저수지의 존재는 전력부하 평준화를 가능하게 한다. 사진은 노르웨이 수력발전소 전경.

  일본 도쿄대학교는 지난 3월 전력자유화에 관한 리포트를 내놨다. ‘시장 메커니즘 도입에 의한 전기사업의 효과와 과제-구미 자유화 제도의 퍼포먼스 평가에서부터’라는 명칭의 보고서가 그것이다. 정책연구대학원등의 연구자들이 2년간의 논의를 거쳐 내놓은 보고서의 메시지는 구미 전력시장과의 차이에 유의하면서 전력자유화 논의를 진행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 구미는 1차 에너지의 인프라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미의 경우 화력연료를 이용할 경우 장거리 내륙수송이 뒤따르므로 화력연료를 수요지 부근까지 옮겨 발전하는 것과 원거리에서 발전해 수요지에 송전하는 것은 보완 경쟁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화석연료의 상품성이 커져 전력거래에까지 파급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구미지역은 큰 저수지를 갖고 있어 대용량 수력발전이 존재한다는 것도 주시했다. 북유럽의 경우 석탄이 풍부하고 수력자원은 빈약한 나라와 수력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인접해 있어 전력을 주고 받는 것이 가능해 큰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많은 거대한 저수지들이 전력 저장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전력거래가격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경쟁적인 도매경쟁시장을 구축하는 것과 시장 매커니즘을 활용해 설비를 신속하게 형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도쿄대의 보고서는 일본의 시각에서 해외 자유화 시장을 어떻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본지가 보고서의 요약내용을 정리한 의도도 여기에 있다.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자유화 논의의 한복판에 던져진 보고서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지에 유의하면서 일독을 권한다.(일부 내용의 경우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수정을 가했다)
  
일본에서는 전면자유화의 논쟁을 포함한 전기사업제도 개혁이 다시 논의 되고 있다. 논의에 앞서, 구미의 선행사례를 면밀하고 치밀한 분석과 비평을 통해 일본 실정에 맞는 정책 방향성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숫자를 비교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각 국가와 지역이 안고 있는 모든 조건(지정학, 1차 에너지 구성, 1차 에너지 인프라, 산업구조 등)을 상세하게 살피는 검토 작업을병행해야 할 것이다. 

  ■보완·경합하는 구미의 에너지 수송 인프라

 구미에서는 화석연료를 캐는 산출지로부터 소비지까지 내륙을 통해 장거리 수송하기 때문에, 내륙수송 코스트가 연료 코스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에너지 물류라는 관점에서 보면, 화석연료를 수송해 수요지 인근에서 발전하는 것과, 원격지에서 전기를 생산해 수송(送電)하는 것은 보완관계인 동시에 경합관계다.

 가스 파이프 라인망이 충실한 구미의 경우, 천연가스는 전력을 제외한 나머지 수요가 3/4를 차지할 만큼 상품성이 높다. 금융거래등 천연가스의 시장거래도 번성하고 있다. 미국은 NYMEX(New York Mercantile Exchange)에 상장된 거래가격이 거래지표로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업자는 전력계통측 지점별 전력가격인 LMP(Locational Marginal Price)등과 천연가스의 지점별 가격을 서로 견줘 ‘천연가스를 그대로 전매할 것인지’아니면‘ 전기로 바꿔 전력으로 판매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석탄도 마찬가지다. 구미에서는 탄광으로부터의 수송거리에 따라 철도나 내륙운하 등의 물류코스트가 달라져 왔다. 광대한 대륙에서는 연료물류 코스트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석탄가격이 지점별로 달리 결정되어졌다.

 결국, 구미에서는 전력가격과 화석연료의 가격을 결정하는 장으로서 시장이 활용되고 있다. 각 사업자는 시장거래를 통해 ‘천연가스를 그대로 판매할 것인지’, ‘발전하여 전기로 판매할 것인지’, ‘산탄지에서 발전하여 송전 할 것인지’, ‘수요지까지 석탄을 옮겨 수요지에서 발전을 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역으로 그러한 요구(needs)의 존재가 거래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거래소는 수력발전 운용최적화의 수단으로 기능

 예전부터, 계통을 광역으로 연계하는 것에 따른 경제적인 메리트로서 자주 언급되었던 것이 ‘수력발전과 화력발전의 경제운용’(이하 수력화력의 광역경제운용’)이다.

 수력화력의 광영경제운용을 실시한 사례를 보면, 먼저 화력국에서는 연료비가 싼 석탄발전을 일정출력으로 운전하고, 경부하시간대인 심야에 남은 전기를 수력국으로 수출한다. 피크 대에는 수력국으로부터 전기를 사들여 공급력을 확보한다. 이로 인해, 연료비가 싼 석탄발전의 가동률을 높이고 역으로 연료비가 높은 천연가스 발전을 억제하며 장기적으로는 피크용 화력전원설비를 덜 짓는 메리트가 얻어진다. 한편, 수력국에서는 심야시간대에는 저렴한 석탄발전에 의한 전력을 수입하고, 상당한 전력량을 저수지에 담아둔다. 전기의 가치가 올라가는 피크 시간대에는 야간에 저장했던 수력을 돌려 자국의 수요이상으로 전기를 만들어 화력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저수지의 타임 시프트(time shift) 기능을 이용하면 경제적 메리트를 얻을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을 경제학적으로는 ‘저장 가치를 화력발전기의 한계비용에 의해 발견했다’고 말할 수 있다.

 전형적인 예가 Nord Pool 이다. 북유럽지역은 국제간의‘수력화력의 광역경제운용’을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하기 전부터 시행해왔다.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한 후에는 전일 스팟(前日 spot)시장이 수력의 최적 발전량 발견(Volume Discovery)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수요?출수(出水) 예상은 실제 수급 前日보다 근접하지 않으면 정확도가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이다.  

  구미의 전력자유화는, 전력거래시장을 사이에 두고 1차 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물류의 최적화를 촉진시켰다. Nord Pool등의 거래의 깊이에는 이러한 배경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경쟁적인 전력시장구축의 어려움

 선진국에서 전력자유화를 최초로 실행한 영국은 前日에 행해지는 단일도매시장에서 모든 전력을 거래하는 ‘전면 Pool형’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자유화 이전의 중앙집권적 발전지령 소프트웨어를 거의 그대로 살리면서 시장 참가자를 입찰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발전사업자의 전략적 입찰에는 취약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최근 카네기멜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다수의 플레이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자간의 암묵적인 이해관계가 형성, 시장가격이 지배받는다는 것이다. 자유화의 성공사례라고 일컬어지는 미국 PJM도 전면 Pool형이다. PJM의 가격형성을 분석한 결과, 전일 도매전력거래시장 가격은 1개 사업자의 전략에 의해 가격이 지배될 가능성이 높고, 연료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결제가격이 상향 조정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전력위기 등을 겪은 후 2002년 8월 연방 에너지위원회(FERC)내에 시장감시?조사위(Office of Market Oversight and Investigations : OMOI)를 신설했다. 이후 PJM 전일전력거래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시장감시의 강화에 의해 원칙적으로 단기한계비용에 의한 입찰만 인정하는 시장(이것을 시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는 하지만)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질적으로 자유화 이전의 Power Pool로 회귀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영국은 2001년에 ‘전면(강제) Pool제’를 폐지하고, New Electricity Trading Arrangements(NETA)로 이행했다. 이런 새로운 구조에서는 전력거래시장을 민간이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고, 거래소에서의 거래는 임의적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임의 Pool제는 북유럽의 Nord Pool에서는 처음부터 채용했고, 영국의 구조가 북유럽에 근접했다고도 볼 수 있다.

 임의Pool제에서는 장기계약을 맺어 전력조달이 가능하고, 발전사업자 및 소매사업자도 단기의 가격변동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강제Pool제에서도, 선물거래의 일종(Contract for Difference)을 이용함으로써 가격변동리스크의 헤지가 가능하다. 임의Pool제의 최대 장점은 장기계약의 존재가 발전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을 축소하고 독점에 의한 전력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다. 덧붙여 말하면, 일본에서 채용되고 있는 제3자 Access 방식(TPA)은 발전 송전을 분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임의Pool제와 다른 점이지만, 장기계약이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지배력을 억제한다는 점에서는 임의Pool제와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 사진은 Gravfosskraftverk.

■Nord Pool은 대규모 수력의 혜택

 Nord Pool의 가격은 다른 국가, 지역의 시장과 비교할 때 변동 폭이 적고, 안정되어 있다. 그 이유는 수력발전에 있다.

북유럽에서는 약 3년 치의 유입량을 저장할 수 있는 거대 저수지가 많이 존재한다. 이 저수지들의 저수능력을 활용한다면, ‘수력화력의 광역경제운용’을 통해 화력?원자력의 부하를 1년 내내 평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비수기의 기본 수요를 수력?원자력이 담당하고 그 이상의 수요변동은 수력이 커버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장가격을 중개하고 수요 변화에 따라 발전량을 늘리고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고, 전력거래가격이 안정되게 된다.

 북유럽 국가들은 이같은 수력운용을 통해 저수지의 타임 시프트(time shift) 가치를 최대화하는 동시에 전체 발전 코스트를 최소화 한다. 수력발전은 변환방식이 간단해 신속하게 발전할 수 있다. 때문에 저수지는 시장거래에 있어 전력저장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수력발전의 기민한 움직임은 리얼타임 시장이나 계통보조서비스 시장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前日보다 실제 운용에 가까운 시간영역에서의 수급불균형은 수력이 해소한다. 이로 인해 전력시장 거래 특유의 거래가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도 가능하게 되고, 본래 번잡스러워 원활한 운영이 어려운 실시간 시장이나 계통보조서비스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것도 전력자유화의 성공 요인으로 생각된다.

 노르웨이의 경우 눈여겨 볼 만한 사실은 수력 발전사업자가 많아 시장지배력의 발생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력발전사업자는 국영, 공영 형태로 지역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지배력이 발생하는 것은 피크시간대에 타 사업자가 설비용량을 풀 가동해 발전하고 있는 경우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소수의 사업자가 발전량을 조절하면서 가격을 크게 올릴 수가 있다. 시장지배력 해소의 관건은 피크 시간대에 공급을 증감할 수 있는 한계적 발전사업자가 많이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렸다. 이 점에서 수력은 크게 우위를 점한다. 수력은 갈수기에 대비, 물을 항상 담아둔다. 통상 피크시간대에도 단기간이라면 발전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이 오르면 발전량을 늘려 가격을 억제하는 힘을 갖고 있다. 

 ■시장 메카니즘에 의한 시의적절한 설비형성은 가능한가

 자유화 이후의 전원투자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급이 타이트하면 전기요금이  오르고, 상승한 가격이 새로운 전원투자를 유발하기 때문에 필요한 설비량이 확보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9년부터 2002년까지 PJM에서의 공급력, 수요, 가격의 추이를 보면, 전력가격을 시발점으로 전원투자는 이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전기 운전시작까지의 리드타임에 의해 수급이 압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후, 필요한 설비량 이상의 대량 가스터빈이 운전을 개시했기 때문에 설비가 남아돌고, 설비가동률의 저하, 가격의 붕괴, 발전회사의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주요한 이유가 있다. 하나는 자유화 이후의 제도가 어떻게 변할 지 불투명했기 때문에 자유화 이전에 신규 전원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예비력 부족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또 규제완화 초창기에 좀처럼 보기드믄 무더위가 발생했다. 이 두 가지 요소로 인해 과거에 보지 못했던 프라이스 스파이크(가격 급상승)와 급격한 변동성(volatility)이 야기된 것이다.

  PJM의 상황은 자유화 초기의 불안정성과 혹서가 겹친 것이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자유화 이후의 전원투자에 관계되는 의사결정을 시스템 다이나믹스 접근방법으로 모델화한 분석에 따르면, 진입?탈퇴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전력사업에 있어서는 이러한 Boom&Bust 싸이클이 쉽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 사진은 NedreVinstraKraft.

 PJM등에서는 소매사업자에게 예비력을 포함 공급력 확보 의무를 부과하는 등 잉여공급력을 거래하는 시장으로서 용량시장을 설치하고 있다. 용량시장은 원래 전원설비의 옵션가치(혹은 kW가치)를 발견하는 場 역할을 할 것으로 의도됐으나 실제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필요한 예비력이 부족한 영역에서는 예비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위약금에 상당하는 시장경제가격이 형성되지만, 그것을 상회하는 영역에 들어가면 한순간에 제로 베이스까지 떨어져 버린다. 2001년 후반기 이후, PJM은 전원과잉 현상이 발생했고 필연적으로 용량시장의 시세가 떨어졌다. 한편 前日 도매전력거래시장은 시장감시를 강화한 결과 단기한계비용에 의해 예정된 상황이 연출됐다. 그 결과, 어느 쪽의 시장에서든 고정비를 회수하지 못한 업체는 도산했다. 현재 미국전체가 전원과잉 상황이고 불량 채권대상 발전기의 총 용량은 도쿄전력의 총 발전설비 규모인 7,000만 kW에 달한다.

용량시장의 단기 가격 시그널로는 투자를 유발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PJM은 NYISO의 구조를 참고해 새롭게 RPM(Reliability Pricing Model)이라고 일컬어지는 시장을 만들었다. 이 시장에서는 필요한 예비력 전후에 가격의 차이를 해소하기 때문에 기울기를 갖는 수요가격곡선을 정하는 동시에 이 곡선을 지역별로 세분화했다. “수요가격곡선을 결정하는 구조가 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여러 의문이 불거졌지만, 결국 시장이 구축됐다. RPM 시장은 규칙개정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이후의 시장동향을 보지 않고는 성패를 단정지울 수 없다.

송전선에 대해서는 ‘use-it-or-lose-it’(일정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잃게 되는 원칙）라는 기본원칙아래 모두가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가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있다. 특히 구미에서는 혼잡방지책으로 물리적?금융적 송전권(FTR : Financial Transmission Right)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적을 살펴보면 송전권 시장의 효과는 한정적이다. 송전선건설의 인센티브로 기대한 혼잡요금은 주로 탁송요금 가격을 낮추는데 그치고 있다. 혼잡에 의해 유통설비의 경제가치가 증대하고, 증설하게 되면 반대로 가격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시장원리는 증설의 인센티브로서 기능하지는 않는다.

 송전선 증강 계획은 각처에서 종종 정비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반드시 송전선이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 전원입지점(電源立地点)의 불확실성에 의해 투자회수에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PJM을 시작으로, 전원 신설에 수반되는 송전선 증강에 무임승차자는 용납되지 않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지만, 수년 후 역방향 조류(潮流)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해당 송전선의 FTR 가격을 잃고 만다. 그러한 리스크를 범하는 대신에 LMP가 높은 지역에, 소용량의 가스터빈(컴바인드 싸이클 가스 발전 포함) 발전기가 건설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가스 파이프라인이 발달하게 된 결과이며, 가스파이프라인이 송전선에 대해 갖는 에너지 물류 관점에서의 비교우위다. 이 결과, 송전선은 크게 늘지 않고, 전력의 광역시장 형성에 수반되는 전력조류(電力潮流)는 운용한도에 가까워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구미의 자유화는 무엇을 가져왔는가

 구미지역은 지역 별로 수력자원과 화석연료 자원이 편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뢰도 향상 및 화력 수력발전의 광역경제운용에 의한 경제 메리트 추구의 관점에서, 지역간?국가간 전력거래에 대해 니즈(요구)가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송전기술이 날로 향상되면서 연계 강화가 착실하게 이행, 지역간?국제간의 전력거래가 증가해 왔다.

 예를 들면, 유럽에서는 북유럽?알프스 지역의 수력, 독일·동구의 화석·갈탄, 프랑스의 원자력이 코스트 경쟁력이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공급력이 넘쳐나고 이탈리아는 공급력이 딸리는 상황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값싼 전원이 주로 이탈리아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 유럽의 전력 흐름이다. 1990년대에 전력사업의 자유화가 시작되고 각국?지역에 전력거래소가 설립되었으나, 기본적인 전기의 흐름은 대체로 자유화 이전과 같고 국가간 전력거래의 물리적 거래량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천연 가스는 가스 파이프라인(기간 파이프라인과 배급 파이프라인)에 의해 최종 소비지까지 수송될 수 있었다. 발전용 가스는 변환지점인 발전소까지 기간 파이프라인에 의해 수송되고 그것이 최종 소비지점이 됐다. 석탄은 산탄지로부터 철도나 내륙 운하를 거쳐  최종소비지점 혹은 발전지점까지 수송된다. 이와 같이 연료의 내륙수송이 전력계통에 의한 거래와 보완관계인 동시에 경쟁관계이기 때문에, 복합적인 에너지 시장으로서 기능했고 여기에 금융거래가 도입되면서 거래량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전원(異種電源)의 거래 포인트가 된 곳의 거래량은 점차 커지고 있다.  
              
 수력발전을 보면, 유럽에서는 Nord Pool, 미국에서는 COB를 들 수 있다. 석탄발전을 보면, 유럽에는 EEX, 미국에는 Palo verde등이 있다. 특히 각종 전원의 교차점(폴란드의 석탄, 이탈리아의 천연가스, 프랑스의 원자력, Nord Pool의 수력)이 되고 있는 EEX등은 거래량이 현저하게 늘고 있다. 구미에서는 1차 에너지생산지로부터 최종 소비지점까지 물류?1차에너지 종별간의 복합적인 경쟁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구미에서는 전력자유화가 가져다 준 첫번째 변화는 전력시장을 사이에 두고 에너지 물류의 최적화를 촉진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로지스틱의 관점에서는 가스 파이프라인이나 철도?내륙운하 등 내륙수송과 송전선에 경쟁관계를 야기했다. 특히 거대한 저수지에 의한 전력저장은 화석연료가격에 의한 전력시장가격이나 화석연료발전량의 변동을 사이에 두고, 발전량이 조정되기 때문에 저탄(貯炭)이나 천연가스의 지하저장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두 번째로는 에너지 물류의 효율화를 촉진한 결과, 사업규모의 확대, 발전과 판매, 더욱이 상류(上流)와의 수직통합이 진전되었다. 특히, 선물거래에 의한 가격변동 위험회피에 덧붙여, 설비소유를 포함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결과, 발전과 판매의 결합정도는 당초 제도가 설계된 시점에 비해 높아지게 되었다. 이는 공급 측에서 볼 때, 전력사업은 설비건설과 투자회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설비산업이지만, 수요 측에서 보면 실은 철저하게 대체수단은 전기밖에 없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생각된다. 또한 전력은 순시(瞬時)생산 순시(瞬時)소비의 특성르로 인해 유통업계의 재고조정 기능은 발전설비 장기운전이나 가동률로 일원화 된다. 전원계획?입지?건설비용?열효율?노후도 등 발전소에 관계된 기밀정보가 경영상 생사를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에, 발전과 판매는 ‘효율성을 개선하는 수직통합’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화석연료의 권익 취득 등 상류(上流)와의 통합으로 향하고 있지만, 이것도 정보취득 코스트를 감안한다면 ‘효율성을 개선하는 수직통합’의 연장이다.

 세 번째로는 시장메커니즘에 의해 시의적절한(timely) 설비구축이 어렵다는 것이다. 고정비가 큰 전력사업은 전원투자에 있어 Boom&Bust 사이클이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되고 있다. 전력의 시장가격을 트리거로 전원투자는 시행되면서, 발전기 운전 개시까지의 리드타임에 의한 수급이 급박해 짐과 동시에 그 후 대량의 전원이 운전 개시하고, 설비잉여가 되고 가격의 저하와 많은 전원의 채무초과를 초래했다. 또한 에너지물류에 있어서 가스파이프라인의 비교우위에 의해 전원입지의 불확실성이 현격하게 높아지고 송전선 건설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놓이고, 전력거래의 광역화에 의해 송전선의 운용한도에 직면하게 되는 힘든 상황에서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이것은 에너지 물류의 효율화에 반하는 문제다.

 일본의 전력시장은 구미의 상황과는 상당히 다른 전제조건이 놓여 있다. 일본에서는 국산 에너지인 수력자원이 극단적으로 일부 지역에 편재돼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화석연료는 해상수송을 통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간 전원구성은 필연적으로 차이가 발생하거나 지점별로 발전용 연료가격이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구미국가에는 없는 독특한 국토사정이 일본 내에는 엄연히 존재한다. 일본 내에서 전력시장개혁의 논의를 진행시킬 때는 이처럼 각기 다른 차이점을 인식하고 현실을 직시한 분석과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 이다.

<용어 해설>
 Nord Pool : 1993년 1월 노르웨이 국내의 전력거래소로 발족, 1996년에 스웨덴과의 시장 통합을 이룬 후 1998년에 핀란드, 199년에 덴마크 西, 2000년에 덴마크 東이 가입해 현재의 다국간 전력거래소 ‘Nord Pool’에 이르고 있다. Nord Pool Spot AS는 북유럽 4개 국가의 5개의 TSO가 80%, Nord Pool ASA가 20% 출자했다.  Nord Pool ASA는 노르웨이의 계통운용자인 Statnett과 스웨덴의 계통운용자인 Svenska Kraftnat이 50%씩 출자했다. Nord Pool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현물시장과 금융시장으로 크게 나뉜다. 현물시장은 전기를 주고 받는 전일전력거래시장(ELSPOT)이 있고, 금융시장으로서는 선물시장(Eltermin)?CfD(Contract for Difference)시장?옵션시장(Eloption)이 있다.
PJM : 북미 7주(펜실베니아, 뉴저지, 메릴랜드, 델라웨어, 오하이오,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 와 콜롬비아 특별구를 관리 지역으로 하는 ISO, 1998년 4월에 거래시장의 운용을 개시했다.
Power Pool : Power Pool은 신뢰도 향상과 경제운용을 목적으로 2개 이상의 전력회사의 계통이 상호적으로 움직이는 전력융통 혹은 발송전 시스템의 계획?운용에 있어서의 협조체제를 말한다. 그 이점은 각 계통의 수요 不等時性에 의해 전체 부하의 피크가 저감되는 것에 따라 부하율이 개선되어, 필요한 전원설비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 각 계통의 상호융통이나 긴급시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서, 공급신뢰도가 향상된다는 점, 일상의 운전으로 전원의 경제적 분담(부하배분)이 가능하게 되어, 발전연료비의 최소화가 도모된다는 점, 3가지를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