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풍현 서울대 교수(가운데)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한규 교수, 이덕환 교수, 성풍현 교수, 온기운 교수, 박주헌 교수

수출 강대국 대열 탈락할 위기 봉착
현행 한전·한수원 이원화 ‘동력 분산’
원전수출지원법 제정, 추진단 가동을

‘제2의 원전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범부처간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과 함께 원전 수출 구조를 일원화해 전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원자력계 주문이 늘고 있다.
UAE로부터 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4기를 수주하는 감격을 맛본지 10년이 되는 지금 우리나라는 수출 강대국 대열에서 탈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게 원자력 학계의 진단이다.
세계 원전 시장에서 러시아, 중국 등 비 OECD국가들은 국제적 규제를 받지 않는 파격적 정부 금융지원을 쏟아 부으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수출국들은 원자로 건설을 비롯한 연료공급, 유지보수,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완성된 핵주기로 접근하는 추세다.
탈원전을 추진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유일하게 설계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력을 확보하고, 가격경쟁력에서도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보다 유리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탈원전 하에서도 원전 수출은 추진한다’는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문제다.
이는 당국자의 책임감과 열정이 미약할 수 밖에 없어 NuGen 인수 실패로 이어졌다.
원자력생태계 붕괴 조짐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원전 기자재 대기업인 두산중공업은 내년에 공장 가동률이 10%선으로 떨어져 극심한 경영난에 봉착할 전망이다.
덩달아 460여 협력 업체 매출도 1/7 수준으로 급감해 폐업기업이 급증하고 우수인력이 이탈하는 등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온기온 숭실대학교 교수는 6일 에교협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원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바뀌지 않는 한 원전 시장을 경쟁국에 모두 빼앗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전과 한수원으로 이원화돼 있는 수출구조를 일원화해 전력을 집중시켜야 하며, 인프라 기반이 약한 신흥국들이 요구하는 인력양성 지원에도 적극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2016년 6월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의해 원전수주 주체를 한전 단독 추진에서 한수원도 가능하도록 조정함으로써 한수원의 역할이 중요해졌으나, 한수원의 해외사업 경험이 적고 국내 원전사업에 특화되었기 때문에 대규모 재원조달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한전과 한수원은 각기 따로 수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그나마도 부족한 원전 수출 업무 전문가의 양분과 협력 부재 상황을 초래해 왔다”고 꼬집었다.
주 교수는 “협상 주관과 금융지원, 포괄적 경제협력, 외교협력, 원자력 인력양성, 인허가 지원 등을 총괄할 범부처적 유기적 협력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원자력협회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우리나라가 참여할 수 있는 신규 원전 사업은 약 50개로 추정되는 등 원전 수출 시장은 충분하므로 원전수출 체계를 정비해 후속 수출을 실현할 당위가 있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주한규 교수는 범부처 유기적 협력체 필요성과 함께 원전 수출의 막대한 경제적, 외교적 효익을 고려해 원전수출지원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이 특별법에 따라 범부처 공무원과 원자력 산업계 실무자들로 구성된 원전수출추진단을 신설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원전수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신한울 3·4호기의 즉각적인 건설재개를 통해 탈원전으로 인한 우리나라 원전 산업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도입국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 교수는 “원전수출추진단은 1차적으로 사우디와 영국 원전 수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중단기적으로는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등 동구권 국가를 대상으로, 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 아시아 국가와 이집트,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 대상으로 수출 전선을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향후  소형 원자로 등 각국 여건에 맞는 원전 형식 다변화도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울진이나 영덕에 원전 수출 전략지구를 조성해 APR+, APR1000+, SMART 등 수출 전략 노형 시범 건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