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리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이 주민 동의 없는 고리1호기 계속운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펼치고 주민설명회 개최를 막고 있다.

미·일 등 운영허가 갱신 잇따라
원전운전 안전성 최우선 고려해야
국민도 원자력에 대한 인식 바꿔야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내년 6월 18일로 30년 설계수명이 만료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원전 계속운전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이 16일 정부에 평가서를 제출했다.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는 원자력법 시행령에 제시된 기준에 따라 장기 가동한 원전의 안전성평가서를 정부에서 종합적으로 심사, 안전기준에 만족될 경우 설계 당시 계획한 수명 이후에도 원전의 운전을 계속하도록 허가해주는 평가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럽이나 일본에서 계속운전 시 적용하는 10년 주기의 주기적안전성평가외에 미국의 평가기준인 주요기기수명평가와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추가,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안전성이 평가된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부는 원자력법상 계속운전과 관련된 안전성 검토는 사업자가 주기적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제출한 시점부터 18개월 이내에 평가심사를 마친 후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설계 당시 계획한 수명에 이른 장기 가동 원전에 대해 계속운전 안전성 여부를 평가하는 이유는 설계 당시에 과도한 안전성 여유도를 부여하였다는 점과 최근 정비, 유지기술의 발달로 설계수명 이후에도 충분히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 무엇보다 안전성이 확보된 기존 원전은 계속해서 활용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또 고유가 시대를 맞아 원활한 에너지 수급을 위해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은 안정적 전력공급은 물론 신규 전원 건설에 따른 제반문제를 해소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비용 절감 등의 국가적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에너지 선진국들은 원전의 안전성을 심도 있게 평가, 안전성이 입증된 경우 에는 계속운전을 승인해주고 있다.

운영허가갱신제도(LR)를 채택해 운용하고 있는 미국은 초기 운영허가기간을 40년으로 하고 20년 단위로 계속운전을 승인해주는 형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현재 42기가 운영허가갱신 승인을 획득했고 9기에 대한 갱신 심사 과정을 거치고 있다.

주기적안전성평가(PSR)를 활용하고 있는 일본은 총 60년까지 계속운전이 가능하다는 노후원전 기본정책 성명을 1996년에 발표하고 미하마(Mihama) 1호기 등 10기의 원전이 설계수명(30년) 이후 계속운전 중에 있다. 

또 영국은 현재 가동 중인 23기 원전 가운데 30년 이상 운전 중인 원전은 올드베리 원전 등 8기가 해당되고 있으며 프랑스, 캐나다, 스위스, 독일, 체코 등에서 계속운전을 시행중이거나 추진 중에 있는 등 계속운전이 원자력계에 있어 세계적인 추세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계속운전 실시에 앞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국민들의 원자력에 대한 인식제고 등으로 계속운전이 차질을 빚게 될 우려가 있어 국민들의 인식변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12일 계획했던 고리 1호기 계속운전과 관련된 주민설명회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홍보전시관내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100여명의 지역 주민들이 설명회 개최를 반대하며 플랭카드를 이용, 전시관 진입로를 원천 봉쇄함에 따라 결국 행사 진행이 무산됐다.

이날 지역 환경 및 시민단체로 구성된 고리 1호기 수명연장 반대대책위는 주민들의 동의 없는 수명연장이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지역민의 생명도 무시한 채 수명연장을 추진하는 무책임한 태도에 기장군민들은 분노한다“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강호원 고리원자력본부장은 “고리원자력본부는 원전 운영은 물론이고 고리 1호기 계속운전 추진과정에서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오늘 주민설명회를 통해 고리 1호기 계속운전 사업에 대한 추진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자세히 설명하고자 했으나 무산돼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며 주민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한수원은 지자체가 고리 1호기 계속운전을 조건으로 별도의 지원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지난해 개정된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에는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자력시설을 계속 운전할 경우 산업자원부장관이 고시하는 바에 따라 가산금을 지원토록 하는 근거가 마련돼 있어 법에 따라 지원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 한수원이 계속운전 평가서를 정부에 제출, 앞으로의 진행과정에 대해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