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이사회가 21일 전기소비가 많은 7∼8월에만 할인 구간을 확장해 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최종 개편안에 대한 의결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는 정부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전은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열어 민관합동 태스크포스가 내놓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최종 권고안(개편 1안)을 상정, 심의했지만 이사진 간 의결이 엇갈려 의결을 뒤로 미뤘다.
이사회에서는 누진제 개편안 심의를 1시간 반 넘게 진행하는 등 진통이 이어졌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앞서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TF는 18일 누진제 개편안 3가지 가운데 여름철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1안을 최종안으로 한전에 제시한 바 있다.
이안은 지난 해 한시적으로 시행한 방식과 유사한 안이다.
김태유 한전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결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류하고 조만간 다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전은 계속적인 적자로 더는 재정적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누진제 개편안에 난색을 보여왔다.
상정한 안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한전은 2,747억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을 추가로 안아야 한다.
지난해에도 여름철 전기요금을 깎아주면서 3,587억원을 손실을 봤다.
산업부가 정부 예산에 한전 손실액 보전에 나섰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353억만 보전 받는 데 그쳤다.
한전 소액주주들도 누진제 개편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전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개편안을 의결한다면 경영진을 배임 행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한전 소액주주행동 측은 “포퓰리즘 정책인 전기료 인하를 옳지 않다”며 “누진제를 철폐하고 소비자들이 전기를 사용한 만큼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지난해에도 8월 초에 결정해 7월까지 소급적용을 한 만큼, 차후 이사회에서 의결만 된다면 다음 달 시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사회에는 김종갑 한전 사장 등 상임이사 7명과 이사회 의장인 김태유 서울대 공과대학 명예교수 등 비상임이사 8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