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삼정KPMG 전무(대북비즈니스지원센터장)가 스마트그리드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는 전력 분야 남북한 협력과 관련해 “북한 전역에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고 이를 연결한 국가 단위 스마트그리드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협회 관계자는 “북한의 에너지 사정을 고려해 볼 때,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중앙 집중형 전력 인프라 구축보다는 분산자원을 이용한 마이크로그리드를 북한 전역에 구축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남북 경협에 있어 에너지는 핵심 분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면서, “스마트그리드는 미래형 에너지 산업으로, 우리 기업의 북한 에너지 분야 진출을 위해서는 스마트그리드가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스마트그리드협회는 19일 오전 7시에 서울 삼정호텔에서 제3회 스마트그리드 포럼을 개최, 북한을 둘러싼 대내외 정치·경제 상황을 짚고 비즈니스 진출 방안을 논의했다.
포럼에는 구자균 스마트그리드협회 회장과 유병언 비츠로테크 부회장, 정난권  남전사 대표, 배성환 켑코에너지솔루션 대표, 송양회 전기산업진흥회 부회장, 이금정 에너지기술평가원 PD를 비롯해 산업계와 유관기관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협회는 이날 북한 경제 전문가 김광석 삼정KPMG 전무(대북비즈니스지원센터장)와 김효진 상무(Deal Advisory)의 초청, 남북한 경협 전망과 북한 진출 방안에 대한 전문가 식견을 공유하며 업계의 전략 수립을 도왔다.
이날 ‘북한 비즈니스 진출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광석 전무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유지하는 방안과 북한 진출을 위한 현실적인 고려사항 등을 심도있게 짚었다.
김 전무는 “남북경협은 북 측이 개성공단 일방적으로 폐쇄하는 조치 등으로 인해 진행과정에서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을 기업에 안겨주기도 하지만 결국 ‘되돌릴 수 없는 경제협력’이라는 기본적인 전제가 깔려야 다음 단계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두를 꺼냈다.
그러면서 “북한 진출은 매력적인 기회(Opportunity)인 동시에 높은 위험(Threat)을 지니고 있으며,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민간의 노력과 위험을 낮추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대북 비즈니스 추진의 현실적인 제약 사항으로는 국제 제재와 북한 내부 리스크, 재원조달 한계를 꼽았다.
먼저, “최근 북한은 국제적 고립 상황에서 유엔을 비롯한 미국 등의 심각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어 남북경협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 부분의 장막이 걷히면 경협이 새로운 국면으로 재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북한 내부적으로도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하는 정치 환경뿐만 아니라, 노동제도, 조세제도 등이 완비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기업이 북한에 진출해 안전하게 사업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조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책 및 민간 금융기관의 신용 공여, 남북협력기금 활용, 프로젝트 파이낸스 활용, 국채 발행 등의 방법이 있다”면서도 “이 또한 국제 제재 해소와 북한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연결돼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북한 비즈니스 투자방식과 관련해서는 초기에는 설비제공형 위탁가공과 교역형태의 투자를 진행하고 향후에는 법인 설립 등 투자를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특히 “영속적으로 남북경협의 어젠다가 끊기지 않고 북한을 개발하려면 우리 기업이 미국 중국 기업 등과 동반진출하는 것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투자에 대한 재원조달 역시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패키지딜 등의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추진하고 북한에 관심이 많은 IMF 등 국제기구와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국제민간자본을 공동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진 상무는 ‘북한 경제성장의 기반, 에너지 산업’이라는 발제를 통해 북한 에너지 산업의 현실을 짚어보면서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북한 시장에 진출해 개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UN제재보다 훨씬 강력한 미국제제 하에서는 북한과 관련해 투자가 이뤄지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제재 중,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해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재 중에는 시장이 열릴 것에 대비해 남북한 산업 용어의 표준화 작업, 인허가 등 행정 절차를 점검해 북한의 행정 제도적 여건을 남한과 일치시키는 디테일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단기적으로 제제 완화 국면에서는 약간의 교역이 가능해지고 남포 개성 등 제조업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면서 전력 공급사업이 가능할 것이며, 더 나아가 제품 교역과 아울러 발전소 건설의 길도 열릴 것 이라고 전망했다.
김 상무는 “남북경협의 실타래를 풀고 확장하는 마일스톤의 키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 정상화와 북한의 WTO 가입 여부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베트남이 WTO 가입하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을 갖춰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앞으로 국제기구 가입이 다양한 국제적인 민간자금을 유입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향후 경협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원하는 것을 캡처해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북한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것이 북한이 개방을 하고자 할 때 다양한 이해당사국 사이에서 진정한 파트너, 친구로서 북한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스마트그리드협회는 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주제들로 포럼을 구성해 매 분기마다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