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전 사장(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감에 앞서 김종갑 한전 사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16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탈원전 난타전을 이어갔다.
재무구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전을 놓고 야당의원들은 탈원전 정책 탓에 원전 이용률이 떨어져 흑자기업인 한전이 적자로 돌아섰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탈원전이 한전 적자의 주범인 것처럼 말하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고 응수했다.
더군다나 탈원전 정책은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며 세계적 대세라고 맞받았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 정부가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원전 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막고 원전 생태계를 붕괴, 와해시켜 이류 삼류 에너지국가로 만들려고 한다. 국가적 자해행위다”라고 질타하며 탈원전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2015년 한전이 작성한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원전 이용률이 72.9% 이하로 떨어지면 재무상 위기상황이 온다고 예측했다”고 언급한 후 “(탈원전으로 인해)재작년 90%선 이던 원전 가동률이 지난해 75%, 올 상반기 59%로 떨어져 적자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면서 “한전이 (탈원전)문제를 분명하게 제기했어야 맞다”고 김종갑 사장을 추궁했다.
같은 당 정우택 의원은 “한전 단기순손실의 증가 요인은 전력구입비 증가 때문”이라며 “원전을 돌리면 싸게 살 수 있는데 구태여 원전을 가동하지 않고 화력발전을 돌려 그렇다”고 탈원전 탓으로 귀결지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을 향해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구매 단가 인상으로 인해 엄청나게 적자를 한전이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며 “한전이 공기업이 아닌 일반회사였다면 김종갑 한전 사장은 다음 주주총회에서는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다. 대책을 세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부에 건의할 것은 건의해야지, 한전이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해선 안된다”고 몰아세웠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도 “한전이 2년 전만 해도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했는데 올 상반기 영업 적자만 2조 142억원에 달한다”면서 “그렇다고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없는 처지라 고민이 많겠지만 현실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전력구매단가가 원자력보다 1.9배나 비싼 LNG발전 전력구매가 계속 늘어 한전의 재무구조 부실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더욱이 연료비가 상승하는 LNG 비중이 커지는 것은 명백하게 비합리적인 경영이며 민간기업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 의원은 탈원전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이 공약해서 밀어 붙이면 공기업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꿇으라고 하면 굻는’ 공기업 행태가 반복되서는 공기업의 생존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도 “탈원전 정책으로 천문학적으로 전력구입비가 상승하고 정부가 전기료 인상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모든 부담을 한전이 끌어 안아야 되기 때문에 재무상태가 악화됐다”며 “전기요금 인상이나 탈원전 속도를 조정하는 수 밖에 없는 데, 한전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한전이 제 목소리 낼 것을 압박했다.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은 “탈원전으로 국가경쟁력이 하락하고 원전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어 야당 의원들이 절박한 심적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원전을 60년을 바라보고 점진적으로 줄인다고 말하고 있지만 10년에 걸쳐 추진한 원전을 갑자기 백지화하는 것이 점진적이냐고 따져 물었다.
야당 의원들의 맹공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세계적 추세라며 옹호하며 ‘한전 적자=탈원전 탓’의 등식 끊기에 나섰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에너지전환 정책이 한전의 경영실적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하지만 한전은 최근 10년간만 보더라도 1008년~2011년까지 당기 순이익이 적자였다”며 “올해 상반기 순손실도 보수기간이 길어져 원전을 생산하지 못하는 등 여러 요인이 발생한 것이지 탈원전 때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정 의원도 “원전 이용률이 94%에 달했던 2008년에도 한전 적자는 2조 8,000억원에 달했다”며 탈원전과 한전 적자의 연관성 끊기에 합세했다.
우원식 의원은 “기승전 탈원전 이야기를 하는 데 월성 원전 1호기는 발전단가가 122.82원으로 다른 원전의 평균 단가인 60.68원보다 높아 발전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서 폐쇄한 것이고 원전 가동률이 떨어진 것도 부실사고 때문에 고치느라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 의원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안전을 기반으로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는 걸 교훈으로 배웠다”며 “원전과 관련해서도 높아진 국민의 안전의식과 원자력 위험성 때문에 에너지전환 정책이 나왔고 안전을 담보로 하는 재생에너지가 세계적인 대세 흐름 안에 있다”고 반박했다.
위 의원은 “국민의 생활과 안전을 지켜내고 보장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무”라며 에너지전환도 원전 위험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에너지와 관련해서, 야당은 현재를 여당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잇는 것 같다. 당장 먹기 좋다고 잘 못 먹다가는 탈이 난다”며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하고 단가도 하락하는 추세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신규투자도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권칠승 의원은 “에너지전환 정책은 60년 초장기 플랜이다. 60년 뒤에 인류가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소에너지 재생에너지 인공태양광 등을 이야기 하지만 원자력으로 공급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없다”며 “이는 원전이 경제적으로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힘을 보탰다.
특히 원전 가동이 저하된 것이 탈원전 때문이라고 몰아 붙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탈원전은 시작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향후 몇 년 간은 원전이 더 지어진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여야간 탈원전 공방전의 중간에 끼인 김종갑 한전 사장은 차분한 어조로 일관되게 답변을 내놨다.
김 사장은 한전 적자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연료 가격 상승, 원전 가동률 저하, 정책비용 증가 등 세가지 요인을 꼽았다.
그러면서 “상반기만 하더라도 석탄가격이 18%, LNG 가격이 11% 올랐다. 또한   RPS 배출권 비용이 작년에 비해 1조2,000억원이 또 들어간다”며 “원자력발전과 관련없는 나머지 요인들이 원전 가동률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한전 적자가 탈원전과 관련되는냐 하는 논란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복합적인 요인이 원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 한전 국감에는 배재광 인스타페이 대표가 3년째 국감장에 출석, 관심을 모았다.
김기선 의원은 “지난 2016년 국정감사에서 카카오라는 사실상 대기업과 공기업인 한전에 특허를 빼앗긴 한 벤처기업의 억울한 문제를 한전에 제기했었다”면서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도 벤처기업 인스타페이는 여전히 힘겹게 ‘소송 중’이고, 카카오는 ‘승승장구’하며, 한전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태를 보고 한전 국정감사에 인스타페이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렀다”고 출석 배경을 밝혔다.
한전은 2016년 2월, 카카오와 제휴해 모바일 지로납부 서비스인 ‘카카오청구서’를 출시했다.
하지만 인스타페이는 이미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특허를 2010년에 등록했고. 2013년 7월에 한전을 방문해 전기요금 납부방식에 본 서비스를 도입해 줄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당시 한전은 자체 앱을 개발하고 있다는 답변과 함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이후 2015년 3월부터 카카오 측과 함께 동 서비스를 추진해, 2016년 2월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인스타페이는 2016년부터 특허무효소송을 걸고 법정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인스타페이는 특허심판원(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특허법원)에서 패소하고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배재광 대표는 “국가가 준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스타페이)은 서비스를 못하고, 특허를 침해한 사람(한전, 카카오)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법이 무도한 나라, 창업하고 벤처하는 기업에게는 너무나 힘든 생태계이다. 누구도 창업하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기선 의원은 “벤처기업이 혼신을 다해 개발하여 특허를 받은 기술이 대기업, 공기업 등 힘 있는 자들에 의해 기술탈취를 당하고 처절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에서 딥마인드 알파고와 같은 기술혁신이 불같이 일어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종갑 사장은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사장은 “배재광 대표가 소규모 창업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을 보고 저도 특허행정을 담당해본 사람으로 상당히 안타깝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특허청의 부정경쟁방지법 조사결과를 기다릴 밖에 없다”며 결과가 나오면 그대로 조취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16일 열린 국회 산자중기위 국감장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