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주요 내빈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소규모 신재생 시스템을 북한 주민에게 지원해 하루라도 빨리 전기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남과 북의 '전력길'을 여는 첫 번째 수순이라는 주장이 제시됐다.
문승일 서울대 교수는 6월 26일 열린 ‘남북 전기산업 협력 및 진출전략 세미나’에서 “현재 거론되는 전력계통 연계 방안들은 계획을 세우고 지금부터 모든 노력과 돈을 들여 추진해도 북한 주민들이 전기의 혜택을 받으려면 최소 5년이 걸린다”며 “오히려 주민 위주의 소규모 신재생+ESS 공급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거나 발전소·송전설비를 짓는 것은 긴 시간과 큰 비용이 소요되는 등 한계가 뚜렷하다는 현실을 감안한 제안이다.
그는 “가정용의 경우 2kW 태양광에 5KW ESS를 붙이고 PCS에 연결해 쓸 수 있도록 지원하면 취약한 북한 주민들의 후생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가 통해야 마음이 통하듯, 전기가 당장 들어가야 기본적인 문화생활을 할 수 있고 우리의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다”며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 주민에게 소규모 신재생시스템 100만개 지원을 제안했다.
문 교수는 통일시대를 여는 2번째 전력망 모델로 에너지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에너지 보급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한 번에 해결하기 불가능한 전력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거점도시 후보지로 원산을 추천했다.
“북한 전력망 구축은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에너지 정책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돼 있다”며 “그런 것으로 시간을 뺏길 게 아니라 적절한 지역을 선정해서 각 지역에서 아주 새로운 기술로 전기 뿐 아니라 열과 가스의 마이크로에너지를 만들어 자립할 수 있는 모형을 보여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원산을 택한 이유로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술지원이 쉬우면서도 남북 교류 사업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군사시설 등 위험요소와의 접근성이 낮고 지경학적 개발 잠재성과 향후 도시발전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산을 에너지 자립화하고 국제 휴양도시로 만들어 간다면 투자한 것을 분명히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광지로 뿐만 아니라 도시자체를 개발해가는 그림을 그려가면서 에너지 허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례가 원산에서만 머물지 말고 북한의 곳곳으로 확대해 나가길 희망했다.
다음으로 남북을 넘어선 국가전력망과 슈퍼그리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계통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국가전력망을 구성할 때는 남북한의 계통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과 북을 넘어서 국가 간의 계통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망이 심하게 노후화된 북한은 마치 절연체처럼 꽉 막고 있다”고 비유한 후 “남북한만 연결하는 것은 또 다른 고립계통을 만드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기간전력망을 만들어 갈 때는 반드시 중국, 러시아 필요하다면 일본과의 연계가 감안된 큰 그림에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남북한의 현재상황, 있는 전력망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면 나중에 결국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북·중·러 중심의 연계 기간전력망이 구성되면 우리가 그 중심에 자리하고 운영주체로서 역할이 커져 그 역할만으로도 에너지 강대국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신재생 지원, 에너지 거점 선정, 동북아 연계 기간전력망 구성 등의 전략을 동시에 진행해야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기산업진흥회 전기연구원 숭실대학교가 주최하고 서울대 전력연구소 전기산업통일연구협의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산학연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 통일에 대비하는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했다.
이날 장세창 전기산업진흥회 회장은 “2015년부터 전기연구원, 서울대, 숭실대와 공동으로 3년 동안 정책과제를 수행하면서 북한 중요 전력기기 현황과 표준 등을 조사·분석한 바 있다”며 “이를 기초로 북한 주요 전력설비에 대한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하고 조만간 오픈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 전력계통이나 전기산업 실태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어, 앞으로 남북 전기산업 협력과 대북 시장진출을 위한 우리 기업에 대한 정보제공이 가능하도록 구체화할 것”이라고 했다.
장 회장은 “앞으로는 남북경협 재개 이후 추진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중국 횡단철도 사업 등과 같은 전후방 연계사업 등에서도 우리 전력기자재 산업의 접목과 활로를 찾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진흥회는 그간의 통일 준비과정을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전기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결집하고 구체적 통일 로드맵을 제시해 정책적, 산업적 어젠다 선점과 실행전략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세미나 참석자들이 장세창 전기산업진흥회 회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