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연 일반연구원 전력연구원 전력경영연구소=고려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KAIST 화학공학 석사, ICU 경영 석사

최근 중국, 인도 등의 급격한 에너지 수요증가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게 됐고 이에 따라 예전의 지정학적인 요소에 의해 에너지 공급이 결정되던 시대에서 이제는 에너지에 의해 세계 정치, 경제가 결정되는 소위 “The Energy of Geopolitics" 시대로 패러다임 변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서 가스와 석유의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는 자국의 에너지 자원을 이용, 국제적인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풍부한 자원을 이용하여 동서축 전략(East-West Axis Strategy)을 추구하고 있다. 서쪽으로는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가스를 공급을 하고 있고 동쪽으로는 중국이나 일본, 한국 시장 등을 겨냥한 새로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두개의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러시아의 전략이 협력이나 경쟁, 마찰 등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향후 세계 국제 정치학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와의 에너지 분쟁으로 유럽 국가들을 긴장으로 몰아넣은 러시아의 정책은 에너지원 공급국의 에너지 지정학적인 힘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러시아의 가격인상 요구에 따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및 벨로루시간의 마찰은 이 두 국가에 그치지 않고 유럽 국가들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럽이 사용하는 가스의 50%가 러시아로부터 수입되고 이 가운데 80%가 우크라이나를 통해서, 그리고 나머지가 벨로루시를 통해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럽은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에 대한 신뢰성을 상실했으며 자국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강한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이에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 내 회원국들 간에도 러시아와 유럽의 관계 개선을 위한 해결책이 매우 상이, 유럽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정부의 시장개입을 자제하려는 영국 등은 러시아와의 충돌을 피하려 하는 반면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유럽의 협상 과정에서 양측은 상반된 요구를 하고 있는데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시장 자유화에 의한 투자촉진과 다원화로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하는 반면 러시아는 유럽연합에 가스도입 장기계약에 의한 투자촉진과 다원화로 유럽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시장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 및 아시아 시장에서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과의 협력 및 경쟁을 통해 에너지 지정학의 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국영회사 가즈프롬은 서유럽 가스 시장의 소비자들과 점점 가까워지려는 의도를 끊임없이 전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가즈프롬은 서유럽 가스시장의 확대를 위해 협력(cooperation), 투자(investment), 직접경쟁(direct competition)의 세 가지 전략을 수립, 서유럽 시장의 접근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협력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가즈프롬은 이탈리아의 Gas Plus와 Joint venture를 체결했으며 가즈프롬의 파이프라인 시설(pipeline capacity)과 이탈리아 공급회사의 가스 지역저장용량(local storage capacity)을 상호 교환, 러시아 대형 에너지 회사가 소비자와 직접 접근을 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의 가스회사 Eni는 가즈프롬과 2035년까지 공급계약을 확장하는 전략적인 합의에 사인했는데 이는 가즈프롬이 이탈리아 소비자를 직접 접촉할 수 있도록 하며 탐사, 파이프라인 건설 및 운영 그리고 LNG 프로젝트에의 협력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둘째 가즈프롬은 포르투갈의 가스 회사, Gapl Energia 지분의 3분의 1을 소유하기 위한 투자를 협상 중에 있으며 셋째 가즈프롬은 Gaz de France와 오랫동안의 비즈니스 관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경쟁을 하겠다고 표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러시아는 유럽 전역의 인프라 및 에너지 사업 소유권을 확대하기 위해 자국의 에너지 자원을 이용,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시베리아와 극동의 막대한 원유와 가스를 개발해 아시아로 공급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유럽에 이어 아시아까지 러시아의 에너지 영향권이 확대된다.

천연가스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 일본, 인도 등에 러시아의 새로운 수송관이 건설된다면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상당한 양의 가스를 수입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전체 가스 소비량의 약 25%를 러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을 건설, 수입하는 협정을 최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막대한 양의 가스가 러시아로부터 수입될 때 러시아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가스를 이용할 경우 우리나라는 치명적인 위협을 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적으로 에너지 안보가 모든 에너지 전력정책의 중심이 되어 관련 정책들이 수립 돼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도 어떤 형태의 산업 구조가 이와 같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며 전원계획 차원에서도 에너지 안보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전원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원자력과 신 재생에너지 같은 준 국산 에너지 보급의 증가가 필연적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 원자력 확대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이 같이 수립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