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합발전은 시스템 효율이 높고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으며 분산전원으로서 송배전 손실 감소 등의 장점으로 인해 정책적으로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열병합발전을 사업 형태로 구분하면 크게 소형열병합발전과 구역전기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소형열병합발전이란 주민투표에 의해 사업시행과 사업을 주관할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이 결정되며 에너지절약전문기업은 해당 사업의 에너지절감 목표를 설정하고 사후 에너지절감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투자비회수기간 이후의 설비는 주민 소유가 되며 주민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한편 구역전기사업은 정부가 소매 분야의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2004년 7월부터 신규 택지지역에 한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구역전기사업자 제도는 특정 지역에 일정규모의 발전설비를 갖추고 해당 지역 소비자에게 전기와 열 등을 직접 공급 및 판매할 수 있는 사업이다.
소형열병합발전과 구역전기사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형열병합발전은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형태이지만 구역전기사업은 사업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사업이라는 점이다.

국내 소형열병합발전은 그림에서와 같이 1988년, 롯데월드를 시작으로 2006년 9월말 까지 122개소에 145MW가 설치됐으며 특히 공동주택(아파트)을 중심으로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구역전기사업은 2004년 10월, 시범지구인 사당지역이 허가를 받은 이후 2006년9월까지 15개 지역이 사업 허가를 받았으며 2007년 1월 현재 1개 시범지역만이 운영 중이고 대부분은 2008년부터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열병합발전은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장점으로 인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사례를 보면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정책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소형열병합발전과 구역전기사업자가 해당 설비에 대한 구체적인 운전 의무가 부과되지 않은 제도적인 상황을 이익극대화 차원에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시범지역의 예를 보면 공급 능력은 최대 전력 수요의 70%를 구비 하였음에도 이를 가동하지 않고 공급 구역 내 전력 사용량의 56% 가량을 한전에서 구매한 전력으로 충당했으며 특히 요금 단가가 비싼 시간대에는 자가 발전을 하고 기타 시간대에는 한전에서 저렴한 전력을 수전 받아 단순 재판매를 통해 차액을 얻고 있다.

이러한 운영형태는 앞서 언급한 정책취지와는 상당한 거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형열병합아파트와 구역전기사업자는 열병합발전의 연료인 천연가스 구매 가격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특히 구역전기사업자의 경우 설비용량 구비 요건 완화, 설비용량의 상한선 완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이용한 구역전기사업 활성화 등의 정책적, 경제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업자 이익 극대화 측면만을 강조할 경우 발생 가능한 문제점은 명백하다. 첫째 부문간 교차보조를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전압별 요금 체제로의 개편이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부문간 교차보조를 완화하기 위해 용도별 요금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현행 요금제도의 개선 없이 소형열병합발전아파트와 구역전기사업자가 증가할 경우 주택부문의 높은 누진율을 회피함으로 인해 혜택을 받아온 사업자들의 저항이 예상된다.

둘째 소형열병합발전아파트나 구역전기사업자는 설비 운전의 의무를 가지지 않는 반면 전력공급 신뢰성 확보의 의무가 있는 한전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추가적인 발전설비를 건설해야 하며 이는 국가차원에서 비효율적인 중복투자를 유발하고 결국 국민의 전력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전력시장에 경쟁을 도입한다는 명분과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해 소형열병합발전과 구역전기사업 제도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전력의 공공재 성격을 감안하면 경쟁보다도 전력 공급 신뢰도 확보와 합리적인 전력 요금 체제 수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중론이다.

또한 현행 요금 체제의 허점을 이용한 구역전기 사업자의 행태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돼야만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 및 하계 피크 부하 감소로 인한 투자비 감소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예를 들면 구역전기사업제도의 참고 모델을 제공한 일본의 특정전기사업자와 같이 해당지역 수요의 100%를 감당하는 설비설치와 운전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명백한 분산전원으로써의 정체성을 부여할 필요성이 있고 둘째 현재와 같은 사업자 측면의 지원 정책이 사업초기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 시장논리에 맞는 지원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현재 추진 중인 요금체계의 개선을 적극적으로 검토, 민간 사업자에게 올바른 시장 신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기타 도서 지역이나 산간 지역에 소형열병합발전의 보급을 장려하고 이에 대해 정책적, 경제적 지원 등을 제공한다면 소형열병합발전의 효용성 극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소형열병합발전과 구역전기사업의 본격적인 보급에 앞서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부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귀결되고 결국은 정책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가 에너지 정책에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형열병합발전 및 구역전기사업자를 유도하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며 객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소형열병합발전 및 구역전기사업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합당한 역할을 수행한다면 국가, 국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약력: 연세대학교 화학과 학사 및 석사
                   전력연구원 전력경영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연구분야 : 분산전원 및 열병합발전/구역전기사업 시장 전망 및 정책수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