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2016년 우리를 둘러싼 국내 상황을 되돌아보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사자성어로만 설명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것 같다. 교수신문은 매년 12월에 그 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는데, 2016년은 ‘군주민수’(君舟民水)로 선정하였다. 이는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니 우리의 시국을 매우 적절하게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2016년은 해외에서도 격랑과 이변의 한 해였다. 6월에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가 국민투표로 결정되어 캐머런 영국총리는 사임한 바 있다. 보다 극적인 것은 11월에 치러진 미국의 대선에서 보호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향후 트럼프 정부의 정책 시현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경제와 에너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가능성이 높다. 한편, 주요 선거가 치러지는 2017년 유럽연합도 극우 보수주의, 보호주의로의 회귀가 전망되어 대외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의 앞길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의 ‘1인체제’ 구축과 일대일로(一帶一路)로 압축되는 팽창주의로 나아가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임에 틀림없다. 즉, 우리를 둘러싼 대외의 정치적, 경제적 환경이 혼돈과 불확실성으로 압축되며,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임에 틀림없다.    

2017년, 정유년, 붉은 닭의 해가 어김없이 밝았다. 올해는 2016년의 연장선상에서 전력 및 에너지산업과 우리나라 정치,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격랑과 변화를 겪을 것이다.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이러한 혼돈과 불확실성 그 자체에 매몰되는 것보다 문제 전체를 가능한 단순화하여 근본에 바탕을 둔 단순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력산업은 다양한 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원, 수송 시스템인 송배전망, 전기를 사용하는 사용자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력산업의 주요 구성 요소와 2016년을 관통한 문제점을 연관적으로 나열해 보기로 하자. 원전-지진과 판도라, 석탄-미세먼지와 온실가스, LNG-고가의 에너지원, 집단에너지-적자, 태양광과 풍력-민원과 고비용, 연료전지-화석연료(LNG) 사용, 청정석탄(CCT)-화석연료(석탄) 사용, 송전망-밀양사태, 주택용 전기요금-누진제, 종별전기요금-교차보조, 도매전력시장(CBP)-후진적 구조 등과 같이 모든 요소와 시스템이 갈등과 문제투성이로 보인다.

만약 이러한 각각의 문제에 매몰되어 정부나 정책입안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Do Nothing), 더 큰 문제를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것임에 틀림없다. 한편 관점을 우리 소비자에게 돌려보자. 우리의 대부분은 전기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고, 미래에도 편리하게 이용할 의사가 있으며, 가급적 저렴한 가격에 청정한 에너지원을 사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즉, 어쩌면 우리는 엄격한 비판자와 편리를 추구하는 이용자 사이의 이중성을 줄타기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국, EU, 영국 등에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 즉, 소비자가 생산자를 직접 선택하여 그 비용을 직접 지불하는 소비자 선택권이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국회, 정부, 정책입안자 등이 이러한 역할(즉, 소비자 선택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전력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전력정책을 선도하는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전력산업을 둘러싼 각각 문제점에서 벗어나 문제를 단순화 해보면 2017년 정유년(총명한 붉은 닭의 해)에 전력산업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태양광 및 풍력을 중심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극대화하자. 둘째, LNG(복합 및 열병합)의 역할을 높이는 저탄소 에너지믹스 및 분산형 전력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구축하자. 셋째, 원전은 안전이 담보되는 한 에너지 안보의 측면에서 일정 수준 필요하다. 넷째, 석탄은 미세먼지 및 온난화가스 감축을 위하여 발전량은 줄이되 설비의 폐쇄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측면에서 최소화하자. 다섯째, 북한을 포함한 인접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전력망의 연계와 전력시장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자.

이러한 전력정책 방향은 갈등과 혼돈을 최소화하지만 필연적으로 비용 상승과 고예비율을 가져올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도 이를 본격적으로 받아 들여야 할 시점이다. 값싸고 깨끗한 전기는 현재로서는 양립 불가능하다. 다만, 한전을 중심으로 하는 전력관련 회사들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비용절감을 하여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하여야 한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2017년이 향후 수 십년 후 전력산업의 결정할 원년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