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과 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KINAC이 국제 수준의 핵비확산 및 핵안보 전문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손재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원장은 KINAC의 향후 비전과 각오를 이같이 말했다.

원자력 전문가답게 그는 전문성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KINAC은 원자력통제 전문기관으로 우리나라의 원자력 활동의 투명성과 신뢰성 제고를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전문연구기관입니다. 저는 KINAC이 이같은 설립 목적에 충실할 역량을 갖추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는 “전문기관의 가치는 전문성에서 출발한다”며 “전문성을 어떻게 갖추느냐가 곧 기관의 존립과 연관되는 문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를 위해 성과목표관리(MBO) 등을 비롯해 기관의 고유 업무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상급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정부의 요청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축했다.

정부의 사이버보안 강화 정책에 대응해 기관 내에 사이버보안 전담 조직을 신설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해 7월 신임 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과학기술처에서 원자력안전과 통제 정책 업무를 맡으며 공직을 시작했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을 거쳐 초대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이제 취임 1년이 갓 지난 손재영 원장을 만났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전경

▲ 올해 KINAC를 이끄는 핵심 골자는?
=정부 정책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기관 주요 영역에서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안전조치 이행의 효과성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안 강구, 수출입통제 지원 체계의 효율화, 원전 사이버 보안 분야의 전문성 강화 등 기관의 기본 업무 수행 역량을 증진하는 한편 연구개발 능력과 핵비확산 및 핵안보 ‘싱크-탱크’로서의 정책적 기능 확대를 비롯 INSA의 국제 교육 역량 제고 등을 들 수 있다. 종합하자면 국가의 핵투명성 및 신뢰성을 위한 전문성을 확대하는 것이 경영의 핵심 골자이다.
이와 같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외부 환경이 그만큼 KINAC에게 보다 많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시설에 대한 규제기술 개발 요구는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으며 원전 사이버보안도 시급한 사항이다. 북핵 등 원자력통제 분야에서 정부로부터 정책지원 요구 또한 확대되고 있다. 국제사회도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강화된 우리의 역량만큼 우리나라가 보다 많은 기여를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화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국제규범 및 의무를 모범적으로 이행하는 국가임을 보다 널리 인정받고 우리나라가 현재 가지고 있는 강점 분야에서 국제 무대를 선도할 역량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 원전산업도 많은 변화를 도모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남아있는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후쿠시마 사건은 원전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시켜준 계기가 됐다. 여러 비상 상황에 대비한 다양한 안전장치들도 특수한 상황에서 얼마든지 순식간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 관련 규제 체제를 한 단계 더 강화하게 됐다. 특히 자연재해뿐만이 아니라 인위적인 테러를 통해서도 이와 같은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준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안전조치를 하고 있는 사진이다.

그 전에는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것은 ‘안전’부분에서, 테러 대비는 ‘안보’분야에서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건을 계기로 기존에 따로따로 생각하던 안전과 안보를 연계해 통합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확립하도록 적극 노력하게 됐다. 

남은 과제라면 이같은 규제 체제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기 구축된 시스템이 현장에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KINAC을 비롯해 많은 관계 기관들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때이다. 아울러 국민들의 신뢰성을 다시 확보하는 일에도 원자력계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적극적 소통 활동을 통해 국민들 사이에서 형성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 INSA(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는 국제적으로 인력양성의 요람으로서 많은 기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간의 성과, 그리고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원자력을 신규로 도입하려는 국가들이 핵안보를 강화하려고 해도 기술과 인력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인력 양성의 경우 단시일 내에 되는 것이 아니라 발전소 운영과 같은 현장 경험이 축적돼야 가능한 일인데 신규 원전 도입국들은 그러한 경험을 갖기 힘든 형편이다. 특히 핵안보는 비교적 최근에 부각되기 시작한 분야로 운영 측면의 엔지니어링  분야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기존과 차별화된 체계적인 준비도 필요하다.

INSA는 전문 인력 양성 측면에서 신규 원전 도입국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우리나라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전수하기 위해 수립된 기관이다. INSA는 대규모의 시험 시설을 갖추고 있어 다른 나라의 교육기관과 차별화 되는 실질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론 중심의 교육을 넘어 현장처럼 모사된 시험시설에서 체험형 현장 교육 과정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수강생들의 교육 효과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이미 베트남, 필리핀 등 원전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체험 중심의 교육과정에 대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은 과제는 INSA의 자체 운영역량 강화를 통해 내실화를 더욱 강화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핵비확산 및 핵안보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분야에서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성장을 이뤄 내면서 선진국으로서의 기술과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개도국의 처지도 잘 이해할 수 있는 중진국으로서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개도국 입장에서는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롤 모델인 셈이다. INSA는 이와 같은 교육 활동을 통해 국제 사회의 핵안보 강화 노력에 적극 기여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국가 이미지 제고를 통한 원전 수출 능력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사진이다.

▲ 올해 들어 원전 사이버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KINAC 역할과 대응은?
=KINAC은 원전 사이버보안 강화를 위해 원자력시설 사보타주 및 핵물질 불법이전 등 핵안보를 위협하는 사이버공격의 예방?탐지?대응과 관련한 규제체제를 구축하는 것과 아울러 관련 규제(심사, 검사, 위협평가)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이행을 위한 검사 도구와 사이버 취약점 분석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역량을 다 하고 있다.

2014년에 발생한 한수원 해킹시도 사건 등은 사이버테러 위협에 대한 대응을 더욱 더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법령 및 제도적 체계를 이미 구축해 놓은 상황으로 KINAC은 이를 바탕으로 만반의 원전 사이버보안 대책을 이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사이버보안 전담조직을 기관 내부에 신설하고 원전에 특화된 사이버보안 전문가가 참여해 규제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사이버보안과 관계된 여러 유관 기관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7단계에 이르는 사이버보안 이행 규제기준 및 가이드를 마련하고 현장 대상 특별검사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IAEA에서 제시하고 있는 국제 기준의 사이버보안 규제이행 체계를 확립하고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사이버보안 규제체계를 구축하는 등 성과를 통해 차후 국제 사이버보안 규제체제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우리나라는 원자력 분야의 선진국으로서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통해 해외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역량과 기술을 축적했다. 이와 같은 성과는 원자력 진흥 분야뿐만 아니라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핵비확산ㆍ핵안보 분야에도 이어져, 우리나라는 국제핵안보정상회의를 주관하는 등 핵비확산 및 핵안보 분야에서도 국제 이슈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결과는 국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큰 대의를 지지해준 우리 국민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KINAC의 업무인 핵비확산 및 핵안보라는 단어가 국민들께는 많이 생소 하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이 밀집된 지역이라는 특수성과 북핵 문제 등의 현안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핵비확산 및 핵안보는 더 이상 머나먼 이슈가 아닌 바로 생활에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중차대한 사항을 대상으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고 국익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 및 KINAC의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KINAC 임직원 일동은 국내 유일의 핵비확산 및 핵안보 전문기관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항상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