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은…

오늘날의 세계화 추세는 모든 국가와 영역을 막론하고 거부할 수 없는 국제교역의 대세가 됐다. 이에 우리 정부가 WTO-DDA 및 FTA 추진에 있어 협상 상대국들의 에너지관련 공공분야에 대한 전향적인 개방과 경쟁 요구에 점진적으로 부응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점과 전력시장의 자유화는 기회와 위협이라는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어 새로운 혁신적 발전의 전기로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대처해 나가야만 한다는 점이다.
세계화라는 용어가 1980년대 들어서 ‘뉴욕타임스’에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이래 신자유주의를 배경으로 시장자유의 극대화와 국가규제의 최소화가 WTO와 FTA에 의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통합된 세계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에너지시장에 있어서도 개방과 경쟁을 통한 자유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FTA는 Free Trade Agreement의 약자로 자유무역협정을 뜻하며 나라와 나라 간의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여 무역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한 양국간 또는 지역간에 체결하는 특혜무역협정을 가리킨다.
그동안 FTA는 대부분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등 서구유럽의 유럽연합(EU) 및 미국·캐나다·멕시코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과 같이 인접국가나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지역무역협정으로 불려지기도 했다.

이 FTA는 WTO 체제에서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EU가 좋은 사례로 FTA의 모든 회원국이 자국의 고유한 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완전히 철폐하고 역내의 단일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공동으로 유지해 가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NAFTA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FTA의 각 회원국이 역내의 단일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공동으로 유지하지 않고 자국의 고유 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계속 유지하면서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해 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의 우월성을 지지하고 지역주의는 다자무역체제에 부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 왔다. 특히 지역주의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 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바탕으로 지난 1996년 WTO 싱가폴 각료회의 등의 각종 국제회의에서 지역주의의 규범강화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국제논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지난 1995년 WTO 출범 이후에도 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체제를 보완하는 지역주의는 계속 확산·심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지역주의 물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상대국인 미국과 EU, 아세안 등이 모두 지역무역블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NAFTA와 AFTA 협정 체결이후 역내국간의 무역은 증가한 반면 역외국과의 무역은 감소, 향후 수출증대와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지역무역협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수출의존적 경제구조하에서 우리의 안정적인 수출시장 확보 및 투자 유인효과를 증대하고 경제적 이해관계 공유를 통한 정치적 동반그룹을 형성키 위해 우리나라도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국가와의 지역협정을 추진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에너지 분야의 개방은 아직까지 FTA 협상에서 제외돼 있다. 그러나 향후 언제든지 에너지 분야의 개방을 요구할 것은 뻔한 일이며 지금부터라도 대비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세계 에너지수요는 향후 30년간 1.5배 정도로 증가하며 개도국이 전체 수요증가분의 85%를 점유하고 에너지 부존자원의 가채연수는 석유 41년, 석탄 164년, 천연가스 67년, 우라늄 70년 정도로 예상되며 신재생에너지가 증가하겠으나 화석연료가 지배적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세기 에너지정책에 있어서의 가장 큰 과제는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시스템의 구축이었으나 오늘날 에너지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슈로는 기후변화협약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과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지 않는 지속가능발전, 에너지원의 다원화와 에너지확보의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체계 구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자유화가 세계경제 및 인류후생을 증진시킨다는 분석과 전망 아래 1995년 WTO 출범이후 에너지 분야가 새로운 자유화 대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으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력 및 가스 산업에 대한 개방과 경쟁이 추진됐고 WTO-DDA 및 FTA를 통해 에너지시장의 자유화가 계속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높은 무역의존도와 세계 10위의 에너지 다소비, 97%의 에너지 수입비중 등을 고려, 세계 에너지시장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에너지정책 기조를 지속가능발전의 목표 아래 시장주도의 개방형시스템과 시장개척형 기술개발로 전환한 바 있다.
WTO-DDA 및 FTA 협상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에너지서비스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미국과 EU 등은 계속 상당부분 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2007년까지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는 세계 8위이고 전력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비중은 전체 에너지부문의 1/3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전기품질이나 경영능력은 국내외 평가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신용등급도 국내기업 가운데 최상위 등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산업 주체인 한전에 대한 외국인 주식지분은 40%를 상한으로 허용되고 있으며 민자발전사업에 대해서는 외국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 전력산업 자유화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부정적 평가들이 대두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추진의지가 우세, 문제점을 보완하는 선에서 선진국들은 전력산업 자유화 기조를 유지하고 소매전력시장에 대한 확대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기회요인으로는 해외사업영역 확대, 첨단 기술협력 강화, 글로벌 경영체계 구축 등을 그리고 위협요인으로는 경영권 사냥 시도, 전력수급 불안정, 에너지안보 취약, 규모의 경제효과 저하 등을 들 수 있다.

한전의 강점으로는 우수한 전력품질, 해외신인도, 공익적 전기요금체계, 전력수급관리능력 등을 약점으로는 전력원가 상승요인 산재, 경쟁체질 미약, 글로벌 경영인력 미육성, 첨단전력기술 부족 등을 들 수 있어 시장 개방을 앞두고 철저한 대응방안 마련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한전은 2015년 ‘세계 최고의 글로벌 종합에너지그룹’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한전은 새로운 패러다임하의 대응전략 추진으로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과 글로벌경쟁력의 확보’를 통해 ‘세계적인 글로벌에너지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중전기기분야에 있어 FTA 체결시 국내 중전기기산업은 주 수요처인 한전에 납품으로 수요가 비교적 안정적이며 국산화 개발이 초기에 이루어진 전동기, 개폐기, 변압기 품목 등 일반 범용기기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기술력이 취약한 대용량 발전기, 초정밀 배전제어장치, 원자로 등의 설비운영기술 및 조립·제작기술의 경우 선진국의 90% 이상 육박한 수준이나 주요 부품·소재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날 것이다.
국내 중전기기분야의 관세율은 미국보다 높은 편으로 FTA 체결시 우리의 관세장벽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아질 것이며 단기적인 가격 경쟁력 개선효과 보다는 장기적으로 무역 인프라 개선을 통한 미국시장 진출확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미국 중전기기 시장에서 일본, 중국 등 주변 경쟁국의 시장점유율이 높지만 FTA 체결 후 관세철폐로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선점 할 수 있으므로 미국시장에 관심을 갖고 별도의 마케팅 전략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또 중전기기분야의 경우 한 · 미 FTA 체결시 우리의 관세장벽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낮아지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품질 및 가격경쟁력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며 향후 미국시장 진출 확대가 예상되는 중국, 인도, 남미국가 등에 비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제품 기술력의 제고, 대고객 서비스 개선, 브랜드 가치의 제고 등 지속적인 핵심경쟁력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기업성 강화요구, 시장개방 확대, 경쟁도입 등 전환기에 있다.

한·미 FTA 협상시 에너지수요의 해외의존도가 97%에 달하고 전력계통은 고립돼 있어 인접국과의 계통연결 및 전력융통이 안 되는 에너지안보 취약 국가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에너지시장 자유화는 우리에게 시련과 많은 도전을 안겨 주는 한편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 전반과 전력산업의 구조를 선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 급속한 환경변화에도 소비자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시켜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