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업계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가 전력신기술의 폐지였다.
전력신기술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상실하고 전기공사업계에 희생만을 강요하는 제도로 변질됐다는 게 전기공사업계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1997년부터 18년 동안 업계를 옥죄어 온 전력신기술이 드디어 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전력신기술제도가 ‘전력기술관리법’에서 폐지되고 산업기술혁신촉진법으로 통폐합하는 ‘전력기술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9일 정기국회 마지막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전력신기술은 안전성·경제성·시공편의성이 특별히 뛰어나 신기술개발자·발주자·시공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국가 경제발전과 산업간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제도의 취지로 출발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력신기술제도는 도입 취지와는 달리 소수의 신기술개발자와 발주자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전력신기술 시행에 따른 불이익은 상대적 약자인 시공회사에 전가되는 구조로 운영돼 시공업계의 민원과 원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오랜 기간 ‘철폐의 대상’이 돼왔다.

전력신기술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돼 왔드는 것도 전기공사 업계의 원성을 샀다. 지정절차가 1차 서류 심사에 그쳐 환경신기술·NEP·NET·건설신기술 등 1차 서류심사, 2차 현장실사, 3차 심사를 수행하는 다른 신기술과 달리 현장 적용성 및 근로자 안전은 배제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다한 기술료(약 21%, 타 신기술 약 5%)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는 이를 두고  국가 예산 낭비라며 질타했다. 전력신기술 지정과 관련한 뇌물·금품수수 등 비리로 얼룩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신기술 제도 중 가장 많은 개선 권고를 받았다.

또한 신기술 적용을 목적으로 일반 경쟁입찰 원칙을 무시하고 신기술 공종이 일부 포함된 공사를 단일공종으로 분리 발주해 개발업체와 수의계약함으로써 수십 년간 해당공사를 수행하던 다수의 전기공사 전문업체들의 입찰참가 기회마저 박탈해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력신기술의 지정절차와 수요기관의 현장적용 과정에서 많은 민원이 발생한 것은 불문가지다, 이에 한국전기공사협회는 신기술심사 전담기관인 대한전기협회 및 전력신기술을 가장 많이 설계에 반영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에 전기공사업계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수차례에 걸쳐 건의와 협의 등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노력을 시도했다. 하지만 시공업체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전기공사업계는 전력신기술로 인해 기술자들의 안전을 보장 할 수 없고, 시공비용은 증가하는 데다 공사비는 줄어 전기공사업계는 2중 3중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계속 됐다.

전력신기술의 폐해는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장철호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장은 전력신기술제도의 개선을 전기공사업계가 직면한 최우선 해결과제로 정하고 강도높고 주도면밀하게 제도 개선에 나섰다. ‘임기 내 반드시 개선할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정부와 국회에 전력신기술의 폐해를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결과, 이번에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전기공사협회는 그동안 나타난 수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전력신기술제도를 정비하는 것 보다 전력신기술을 공신력있는 심사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산업기술혁신촉진법의 신기술과 통합해 신기술 심사제도를 일원화하고 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신기술 통합을 강력히 건의했다. 이같은 노력은 지난 해 10월 노영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력신기술 제도개선을 위한 ‘전력기술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협회 관계자는 “‘전력기술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전력신기술 이해단체의 저지 대응으로 인해 입법 여부가 불투명했던 고비가 수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가장 큰 고비였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률안소위 입법논의 과정에서 협회 장철호 회장이 직접 참여해 ‘중소기업인 전기공사기업의 이익을 착취하고 근로자의 목숨을 담보하는 전력신기술은 반드시 통폐합 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이, 고민하던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정부에서도 신기술제도의 일원화 필요성을 주장한 결과, 이해단체의 강력한 대응에도 원안대로 가결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고비는 더 있었다. 지난 6월 25일 국회 본회의 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전력기술관리법’ 개정법률안은 약 5개월간 국내 정치현안들로 인해 상정이 되고도 논의를 못하는 상황이 지속돼 19대 국회 연내처리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기국회 폐회 하루 전날인 12월 8일 저녁 9시경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 극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기공사협회는 “입법이 불투명한 고비 마다 전국의 전기공사업계 회원들ㅇ이 오랜 염원인 전력신기술제도 통폐합을 위해 전기공사협회를 중심으로 솔선해 국회를 설득하고, 중소 기업인의 뜻을 국회에 전달하는 역할에 한마음이 되었다. 이러한 노력이 밑거름이 돼, 정부와 국회도 법안통과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결과 전기공사업계의 오랜 염원을 해결하는 성과를 이루게 됐다”고 분석했다.

협회는 “이번 ‘전력기술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19대 정기국회 본회의(2015.12.9.)를 통과해 지탄과 원성의 대상이 돼왔던 전력신기술제도가 산업기술혁신촉진법의 신기술로 일원화해 공정하고 공신력있는 신기술로 변모하게 돼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 공정경쟁 구현 및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상생협력을 이룰 수 있는 산업기술촉진의 신기술 제도로 혁신될 것”으로 기대했다.

장철호 협회 회장은 “아무리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법률도, 한번 제정된 법을 통폐합하기는 맨몸으로 높은 성곽을 오르는 것과 같이 넘을 수 없는 큰 장벽이 된다”며, “앞으로는 법안이 제정되기 전부터 업계와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문제 많은 전력신기술이 통폐합되기까지 협조를 아끼지 않으신 정부와 국회 관계자 그리고 전국 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 성과가 어려운 중소기업에 큰 희망으로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