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영구정지에 들어가는 고리원전 1호기는 운전정지 후 즉시해체 방식으로 해체작업에 들어간다. 해체기간은 15년인 2032년까지, 해체비용은 6,43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달 26일부터 이틀간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고리1호기 안전해체 및 해체산업 인프라 구축’을 주제로 ‘제1회 원전해체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은 2017년 영구정지하기로 결정된 고리1호기의 안전한 해체와 해체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마련됐으며 관·산·학·연 관계자와 전문가 등 260여명이 참석했다.

한수원의 원전해체 기본계획과 기술개발 로드맵, 산업계에서 수행중인 해체 관련 기술개발에 대한 주제발표와 전문가 패널토의를 통해 효율적인 원전해체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노성래 한수원 원전사후관리실장은 “이번 워크숍은 국내 최초 원전해체를 준비하며 각 산업체의 다양한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며 “성공적인 원전해체를 위해 대내·외 교류 및 소통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동일 산업부 원전환경과장은 “원전 주요국에 비해 70% 수준인 국내 원전해체 기술수준을 오는 2030년까지 100%로 끌어올리는데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오늘 처음으로 개최되는 원전해체 워크숍과 같은 행사를 통해 개방적 혁신이 이뤄지고 전문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영기 한수원 원전사후관리실 해체사업팀장은 가동원전 해체 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원전해체의 기본원칙으로 ▲원전의 안전운영 영향 최소화 ▲국가 정책과 지역사회 발전과 연계된 해체정책 유지 필요 ▲각 원전노형 특성·환경에 따른 해체시기, 단계, 공법의 유연성 유지를 제시했다.

이어 최 팀장은 “안전 최우선의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원전해체를 수행하면서 방사성폐기물 사업/기술에 대한 불확실 요소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해체 추진체계와 관련해서는 “사업관리, 엔지니어링, 해체폐기물관리를 위해 전문인력과 축적된 정보를 보유한 원전사업자가 주관해야 된다”고 강조하면서 “제염/철거, 해체폐기물관리, 부지복원 분야를 전문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분야별 전문업체와 협업해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리1호기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해서는 단기저장시설 건설 및 이동완료 후 해체작업에 착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1단계로 처분시설 운영 전까지 단기저장 시설을 건설해 이송 관리하고 건설지연 시에는 인접호기로 분산 저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2단계로는 처분전 보관시설 또는 처분시설로 이송하고 불가능시 부지내 단기저장시설 또는 인접호기로 이송해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최 팀장은 “원전 해체의 합리적 규제와 적정 기술기반 확보 및 사회적수용성(PA)이 충분한 선진국가의 경험, 해체준비 2년을 포함해 총 15년에 걸친 해체기간 등을 고려해 국내 해체비용은 호기당(2014년말 기준) 6,437억 원으로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체폐기물량은 호기당 1만4,500드럼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고리 1호기에 사용후핵연료는 처분시설 운영 전까지 단기저장시설을 마련해 관리하고 단기저장시설 건설이 지연될 경우 인접호기에 분산 저장을 검토 중”이라며 “고리 1호기의 안전한 해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접한 고리 2호기의 운전영향 최소화를 위한 해체원전과 운영원전의 물리적 구분 운영 방안 등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최 팀장은 안전해체를 위한 선결과제로 ▲사용후핵연료 제거 ▲고리2호기 안전운영대책 마련 ▲영구정지 및 해체관련 규제 제도 개선 ▲원전해체 핵심기술 확보 ▲해체폐기물의 효율적인 처리/처분 방안 마련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공청회 등) ▲작업단위별 기술수준 및 계약방안 수립 등을 꼽았다.

이종설 한수원 원전사후관리팀장은 원전해체 기술개발 로드맵 개요를 소개하면서 “원전 해체사업에 필수불가결한 핵심기술 43개 가운데 이미 33개에 대한 기술이 확보됐고 확보되지 않은 10개의 기술은 2017년까지 한수원 주도로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계 인허가 2개과제(해체공정 난이도 평가, 오염도·선량변화 예측평가), 폐기물 처리 3개 과제(슬러지 처리, 삼중수소 처리, 폐기물 활용안전성 평가), 부지복원 2개 과제 (실시간 방사능 현장 측정, 부지재이용 평가)등 고도화기술은 내년부터 2021년까지 산학연 합동으로 중장기 기술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 및 인·허가분야는 원전운영사가 주도해 개발하고 계통제염 및 원자로 원격절단 분야는 원전운영사, 전문업체 공동으로 개발, 부지복원기술은 산·학·연 공동으로 국내에서 기술 개발한다”고 했다.

이 팀장은 SWOT 분석을 통해 40여년 간 원전을 유지보수해온 우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수로 압력관 교체. SG(증기발생기)교체경험, 건설에서 운영까지의 사업관리 능력은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반면 국내에서 처음 해보는 일이다 보니 원자로 원격절단 및 특성평가 기술취약, 원전해체 경험 미미, 선진국 대비 관련분야 전문인력 부족 등을 약점으로 평가했다.

고리1호기 해체결정으로 기술력 제고, 해외 해체시장 확대, 정부의 해체산업 육성정책 수립 등을 기회 요인으로 들었다.

미·독·프·일 중심의 해외업체가 국내시장 잠식우려와 규제강화, 정부의 해체 자회사 분리요구, 해체사업 과다경쟁 등을 위협요인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 이제 원전 해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10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운용 중에 있는 상용 원자력발전소는 총 443기에 이른다.

이중 가동 중단 결정이 내려진 원전은 2014년 2월 기준 모두 149기로 미국 32기, 영국 29기, 독일 27기, 프랑스 12기, 일본 11기 순이다. 이외에도 캐나다 6기, 러시아 5기도 가동 중단 상태에 있다. 이들 원전에 가동 중단 사유는 기술적인 설계수명이 종료된 경우가 가장 많지만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사고 등 다양하지만 실제로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모두 19기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원자력산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1세대(1960~1980년대) 원전의 해체시점이 다가오면서 오는 2030년대부터 해체시장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원전해체를 기다리는 영국은 29기가 영구정지중이며 26기가 해체중이다. 영국은 지연해체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는 즉시해체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지연해체는 방사성물질의 반감기를 고려해 30~60년의 긴 시간동안 시설을 폐쇄하는 것으로 안전한 방법이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해당구역 통제를 위해 비용이 늘어 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반면 즉시해체는 운전정지 후 바로 해체를 시작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해체작업을 완료하는 방식으로 유지비용과 안전관리비용이 적게 들지만 방사선 피폭위험이 가장 큰 방식이며, 영구밀봉은 콘크리트와 같은 구조물로 완전히 매몰하는 것이다. 지연해체의 경우 최대 60년인 것에 비해 매몰은 300년까지 보관기간이 연장돼 안전하지만 장기간 보관 시 방사성물질이 자연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해체 방식의 공통점은 운영정지 즉시 사용후핵연료를 제거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원전 해체기술을 서둘러 확보해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원전건설 기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원전을 해체하는 기술은 아직은 어느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고리1호기 대상 전문 업체 상용기술을 개발하고 해체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만들어 해외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 10월 원전 해체산업 육성에 관한 정책을 발표했으며 한수원은 정부 정책을 반영해 원전해체 기본계획과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했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해체에 대비해 2012년부터 원전해체 기본전략과 ▲로드맵 이행계획 수립 ▲원전해체 표준설계 및 해체계획서 개발 ▲계통 제염기술 개발 등의 과제를 수립·시행중이며, 2013년 원전사후관리실을 조직해 해체관련 업무를 전담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고리1호기 해체를 통해 건설-운영-해체를 아우르는 원자력산업의 전(全) 주기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