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사업법은 전통적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체계로 현재까지 전력산업과 시장의 발전에 기여해 왔으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전력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전력분야의 근간이 되는 전기사업법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문승일 서울대교수(기초전력연구원 원장)는 산업통상자원부가 12일 팔래스호텔 로얄볼륨에서 한국전력거래소, 스마트그리드사업단과 함께 개최한 ‘에너지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반영하는 전력산업 제도 설계’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문 교수는 ‘전력산업 여건 변화와 전기사업법’이라는 기조발표를 통해 “현 에너지 법률체계가 에너지 신기술에 대한 법률적 대응이 현격히 부족한데다 신기술을 보편화하는 데 큰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에너지법 체계의 재조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이후 법적 지위 체계가 충돌하는 정합성 문제도 제기했다.
기존 법률의 법적 지위 문제로 ESS를 사례로 들었다.

“발전사업자, 송전사업자, 배전사업자, 전기판매사업자 등으로 구분하고 있는 기존 전기사업법에서는 ESS의 기능을 100% 활용하기 어렵다”며 “전기차도 충전만 한다고 하면 수용가 설비로만 보면 되지만 V2G의 경우 발전기 역할도 할 수 있는 만큼 ESS처럼 전기차도 발전자원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상발전기의 경우 설치 운영을 위해선 관련된 규정이 7개나 될 정도로 관련법이 너무 많다”며 “평소에도 사용 가능하고 비상시에도 작용할 수 있게 법의 중복 문제와 정합성 문제를 총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교수는 “새로 만들어질 (가칭)에너지신산업촉진법에서는 법적인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신기술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며 “올해 5월 제정된 프랑스 에너지전환법처럼 단순히 선언적인 성격의 법이 아닌 정책 추진 방법과 절차상의 주요원칙까지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에너지신산업 규모는 이미 대형화되기 시작했으며 지속적으로 시장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연방, 주), 시장, 금융, 소비자 등의 융합적 지원으로부터 에너지신산업이 성장해 비전통 기업에서 에너지신산업 스타기업이 탄생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태양광, 배터리 등의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북미 시장을 개척할 것을 주문했다. 이광민 변호사는 “에너지신산업은 전력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우리산업을 견인할 핵심동력이지만 현행 전기사업법 및 지능형전력망법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 현실에 부합하는 적정한 규율의 수준 및 구체적 내용을 설정하며 사업자 상호간 및 사업자와 사업자간의 법률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관련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유관산업의 합리적인 성장과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며 국가적 목표의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창호 아주대 교수는 ‘SG 지원제도 현황 및 개선방안’으로 ▲시장 유연화 ▲요금원가 고려 ▲광역화 분산전워 확대 ▲법제도-시장구조 마련 ▲원천기술,표준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이날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축사를 통해 “최근 인류 전체의 숙제가 된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물론이고 새로운 기술과 다양한 분산자원의 등장은 전력산업과 전력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러한 변화를 담아낼 수 있도록 기존 제도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 정책관은 “그간 정부는 전력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지능형전력망의 구축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을 제정해 전기사업법에 에너지신산업의 하나인 수요반응 시장을 수용했다”고 언급한 후 “전기자동차 충전·에너지저장·스마트미터 등 새로운 기술과 혁신상품의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분산 자원·전력 데이터·마이크로 그리드의 구체적 정의와 활용을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외에서는 에너지와 전력분야의 기본법을 활용해 전력시장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왔다”고 언급했다.

채 정책관은 “전기와 관계되고 전력산업과 전기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술과 혁신은 기본적으로 전력산업과 전력시장을 다루는 제도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전통적 제도와 시스템이 가지는 전력공급의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라는 기본원칙을 견고히 지키면서 21세기 기술과 시장의 발전을 담아내고 전력산업의 혁신과 변화를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다뤄진 전력분야 신기술 및 서비스 동향과 해외 입법사례 등을 바탕으로 시장의 변화를 담아내고 전력분야 신산업의 창출을 촉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새로운 혁신기술과 서비스가 전력산업과 전력시장에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의와 근거를 명확히 마련해, 전기차 충전사업, 전기차 충전기의 별도 부하 관리, 분산형 전원과 모집 및 중개시장, 전기저장 장치, V2G·초고압직류송전·마이크로그리드 등 혁신기술, 신기술 표준 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 소매요금 관리 및 충전요금 관련 분쟁해결 절차, 스마트미터 개인정보 보호와 전력 분야 공공데이터의 활용 등 전기소비자 보호와 신규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제도도 정비할 예정이다.
아울러 구역전기사업의 자생력 강화, 전기발전보일러 등 신규 분산형 전원의 전기설비 기준 마련, 배출권거래 및 신재생의무이행(RPS) 정산제도 개선, 분산전원에 대한 전력시장 우대 등 온실가스 감축과 분산형 전원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