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섭 중부발전 조달협력실장

한전이 지난 해 말 본사를 나주로 옮긴 후 나주·전남권이 ‘빛가람 에너지밸리’로의 변신을 모색하면서 주목받았다면 올 들어서는 국내 최대의 화력발전단지가 밀집돼 있는 보령·서천지역이 ‘화력발전산업 클러스터’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한전의 에너지밸리와 비견되는 ‘화력발전산업 클러스터’는 중부발전이 추진하는 특화된 글로컬 창조경제 혁신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공기업 지방 이전을 역발상의 자세로 지역사회와 공동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둘은 ‘이음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화력발전 클러스터가 지방 이전 공기업의 본보기로 부상하면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이윤섭 중부발전 조달협력실장의 행보도 빨라졌다.

이 실장은 지난 5월 본사 보령 이전이후, 산·학·연 협업을 통해 화력발전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본격 추진함으로써 ‘지역상생을 선도하는 에너지 공기업’으로 거듭나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는 “글로컬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동반성장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해 지역기업의 수주기회를 넓혀나가는 한편, 연관 산업의 매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본사 이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산·학·연·관 협의체 및 네트워크’를 활용해 R&D, 기술이전, 산업혁신, 국내외 판로개척 등의 사업을 중소기업별 생애주기별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중부발전의 노력이 지역경제가 획기적으로 활성화되고 연관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는 보령·서천지역이 국내외 화력발전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는 원년인 만큼,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된 니즈가 중부발전을 통해 공유가치로 창출(CSV)될 수 있도록 소통 리더십에 기반해 내실 있는 성과들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발전산업 클러스터 지역 육성에 따른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를 계기로 발전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가속도를 붙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지역기업의 경쟁력이 중부발전의 원가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지역 대학들과 연계해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 개발을 도모할 계획입니다. 이들 인력과 기술이 중부발전의 정비·공사 분야에 기여하고 그 것을 통해 중소기업이 수익을 올리고 국내에서 검증된 부품과 기술을 가지고 해외로 동반진출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인 기업 육성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인식을 반영하듯 그는 보령으로 본사를 옮긴 후 지역기업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
특히 기존 중부발전의 동반성장을 대표하는 ‘동반성장 1+2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고 입체적으로 추진, 상생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동반성장 1+2 제도’는 중부발전이 2013년 1월 공기업 최초로 발전소 건설공사에 도입한 제도로 2014년 3월부터는 적용범위를 발전소 설계용역으로까지 확대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의무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실질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도모한 것이 제도의 취지이다.

그는 “당초 2018년에 개방하기로 계획했던 발전소 정비시장에 지역업체 의무 공동도급제도를 적용, 3년 앞당긴 올해부터 경쟁입찰 형태로 개방했다”고 밝혔다. 지역업체 의무 공동도급제도는 중부발전이 발전회사 최초로 시행하는 제도로 공동수급체 대표에게 입찰참여시 충청남도 보령, 서천 지역업체 2개사 이상을 참여시키도록 의무화한 제도이다. 이미 두 건의 공사에 적용돼 시행됐고 한 건의 공사가 입찰을 진행 중이다.
제도 적용으로 인해 보령, 서천 지역업체는 매년 약 2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 연간 300억 원 이상의 계약을 중부발전으로부터 수주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지역업체에 돌아가는 몫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그는 “지역기업들이 대기업으로부터 하도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당당히 대기업과 같이 입찰에 참여하다 보니 수익성이 좋아지고 자체 역량을 확충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계약관리 부문과 관련해서는, 공정한 계약제도 개선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왔다. 특히 조달 및 법률전문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구매제도 개선위원회를 구성·운영, 조달분야의 투명성 제고와 불필요한 규제 정비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사실적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중소기업 적격심사 때 재무상태 등급을 완화하는 등 진입장벽을 완화했다. 올 들어서는 별도의 실무위원회를 추가 구성, 분기별 활동에 나서 구매제도 개선위원회의 실효성을 한층 제고했다. 

그는 “중부발전은 발전회사 가운데 설비가 가장 노후화돼 있어 연료 도입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령 1,2호기의 경우 가장 먼저 지어져 선구자 역할을 했지만 그만큼 노후화가 빨라 고회분탄·고유황탄 등 싼 연료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게다가 수송선 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부두 접안능력도 취약하다. 15~20만 톤 선박 접안이 가능한 타 사 대비 보령화력 부두는 13.5만 톤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고가의 장기 수송선박을 다량 보유하고 있어 수송비 경제성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협소한 저탄장, 열악한 석탄취급 설비 등 낮은 하역효율도 고민거리다.

이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중부발전은 ‘연료 도입 타이밍’을 절묘하게 조절, 발전회사 가운데 가장 좋은 연료도입 단가를 실현해 눈길을 끌었다.

“시황을 면밀히 살피던 중 낮은 가격이 형성된 5월부터 6월까지 현물수송선을 최대한 대량 투입하고 유연탄 도입량을 과감하게 늘려 다량 구매했습니다. 현재 자료상으로는 도입단가가 최상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 운영을 잘 하면 모처럼만에 상당한 연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향후 신보령 1,2호기와 신서천 화력이 준공되면 2020년에는 2,10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그는 “등락폭이 커 시황이 불안정하고 다양한 리스크(Risk)에 노출돼 있는 유연탄 시장을 특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라고 밝혔다.

5개 발전회사 가운데 최초로 발전용 LNG를 직도입하고 있는 중부발전은 올해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경험을 여러 차례 겪었다.

중부발전은 2008년부터 LNG 직도입을 추진했고 2010년 12월 Vitol사와 10년 가스도입 장기 계약을 맺었다. 이어 올 1월 장기계약 첫 항차를 들여오면서 직도입을 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장 1월 1일부터 직도입 물량을 사용해야 할 상황이 벌어져 지난 해 12월에 현물시장에서 SPOT 1항차를 구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직도입을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현물항차를, 그것도 일반항차가 아닌 소규모 항차를 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중부발전이 직도입 시작부터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는 것이 당시 국내 LNG시장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이에 중부발전은 그동안 구축해 놓은 각 공급사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현물구매 입찰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면서 위기 상황을 돌파했다. 그것도 경쟁력있는 가격에 현물구매를 성공시켰다. 이후에도 세 차례 더 가격이 싼 현물항차를 차질없이 도입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국제유가 급락에 빠르게 대응한 것이 저렴한 LNG 현물항차들을 신속하게 성공적으로 도입한 원동력이었다”고 술회하고 “이를 통해 올해 7월말 기준 누계 약 70억원에 이르는 추가수익을 창출해냈다”며 LNG팀의 노고를 다시 한번 칭송했다.

급박했던 순간은 한 차례 더 있었다.
올 4월 중부발전 보유 발전소의 LNG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기 확보한 저장용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다음 항차의 도입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공급사와의 손해배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어 LNG팀은 비상이 걸렸다.

“LNG 바이어로 국제시장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매 신뢰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자칫 대응을 잘못하면 재판까지 가고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LNG팀 직원들이 밤을 꼬박 새우며 기만하게 대응에 나섰다.
“여러 수단을 동원해 대응방안을 찾아 나섰고 결국 같은 LNG 저장시설을 이용하는 다른 직도입사들을 설득해 직도입사간 물량교환 및 사용을 통한 해결책을 시행했습니다. 다른 직도입사에게 물량을 빌려주어 먼저 사용하도록 하고 추후 저장용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 반환받는 방식이었습니다. 국내 LNG 시장에서 직도입 초기 중부발전이 보여 준 능숙한 LNG 운영에 놀라워 하더군요."

이처럼 급박한 위기상황을 겪으며 LNG팀의 역량이 크게 제고됐다고 그는 진단했다. 국내에 참고할 만한 적당한 사례가 없어 많은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첫 ‘LNG 직도입자’의 외로움을 이겨내며 직원들의 사명감이 더욱 커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향후 유가변동에 따라 LNG 직도입의 효과는 달라지겠지만, 우리 회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LNG 직도입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조달협력실 모든 부서가 수익과 원가절감, 동반성장을 추구함으로써 회사의 경쟁력과 지향하는 바를 실현하는 중요한 부서”라고 언급한 후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공동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