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두승 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위원장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논의의 주인공이 사용후핵연료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것과 공론화의 목적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홍두승 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위원장은 8일 서울팔래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산업회의(회장 조석, 한수원 사장) ‘제181차 원자력계 조찬강연회’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권고’에 대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제시했다.

홍 전 위원장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라는 문장에 위원회의 철학이 녹아 있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이란 문장에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를 포함한 국민의 의견을 담아 지속가능한 정책 방향을 권고하는 위원회의 사명이 담겨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최우선 원칙은 국민의 안전이며 사용후핵연료는 국가의 책임 하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선택한 관리기술이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입증된 것이어야 하며 기술 적용의 결과가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 사항으로 “현재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용량이 초과되거나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안정적인 저장시설을 마련해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51년까지 처분시설을 건설해 운영해야 하며 이를 위해 처분시설 부지 혹은 부지조건과 유사한 지역에 지하연구소(URL)의 부지를 2020년까지 선정하고 건설과정에 착수해 2030년부터는 실증연구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과 지하연구소(URL)가 들어서는 지역에 주민이 참여하는 ‘환경감시센터(가칭)’를 설치해 삶의 질을 높이고 안정적 경제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지역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처분시설이 운영되기 전이라도 2020년에 선정된 지하연구소(URL) 부지에 처분 전 보관시설을 건설해 처분 전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불가피한 경우 각 원전 안에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해 처분 이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찬강연회장

그러면서 “만약 원전 안에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해 한시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경우 ‘사용후핵연료 보관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투명하고 효과적인 비용 적립과 관리를 위해 주민재단(가칭)을 지역에 설립해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운반, 처분 및 독성과 부피를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의 개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단계별 세부계획을 수립해 실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규제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사회적 책무를 갖고 기술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통합적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안전성과 더불어 책임성, 안정성, 효율성,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 민간사업자, 국민이 공사의 지분을 공유해 사용후핵연료 관련 기술개발과 단계별 관리를 책임지는 ‘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공사(가칭)’를 설립해야 한다고 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투명성, 안정성,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용후핵연료 특별법(가칭)’을 조속히 제정하고 필요할 경우 기존의 법령을 개정해야 하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곧바로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의사결정 기구인 ‘사용후핵연료 관계장관회의(가칭)’와 실무추진단인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추진단(가칭)’을 정부조직 내에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만드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었다. “정부는 지금까지 축적한 지질 및 기술정보를 총동원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수립해 실행하는데 총력을 기울어 주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국회도 힘을 모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석 원자력산업회의 회장(한수원 사장)

주제발표에 앞서 조석 원자력산업회의 회장(한수원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권고안이 그간 풀지 못한 숙제인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중요한 원칙과 실행방안 그리고 구체적인 일정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최근 원자력산업에 매우 의미 있는 정책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하고 지난주 국회 산업위에 보고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원전 4기를 반영한 결과와 고리1호기 계속운전 미신청 된 점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천지 1,2호기 건설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이라며 “그간의 경험을 거울삼아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면서 모범적인 지역상생 협력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리1호기 계속운전 정지에 대해서는 “원자력계 모두가 고리 1호기의 폐로결정에 아쉬움이 많을 것이지만 저는 고리1호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 앞으로 고리1호기는 우리나라 원전 후행주기 기술개발을 완성시키는 최초의 발전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수원 사장인 저부터 고리1호기 TF팀장이 되어 관련규정과 정책 그리고 기술개발을 위해 규제기관을 비롯해 학회, 연구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월성1호기가 946일 만에 재가동을 시작했다”며 “월성1호기는 올해 초 원안위로부터 2022년까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지만 지역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지역 상생방안 합의 등을 통해 재가동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이러한 모든 성과들이 원자력계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찬강연회에는 조석 원자력산업회의 회장을 비롯해 문해주 미래부 국장, 박동일 산업부 원전환경과 과장, 김광암 원안위 위원, 신석봉 주미대사관 상무부, 이용래 경주시청 원자력해체기술연구센터 단장, 조병옥 한수원 본부장, 이종호 한수원 본부장, 박정근 한전 해외부사장, 서종태 전력기술 전무, 이재희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이명철 한국방사선진흥협회 회장, 김호성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최미란 한국원자력여성 중앙회장, 장문희 원자력학회장, 성풍현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김하방 두산중공업 부사장, 유홍규 대우건설 원자력사업단장, 구양서 포스코건설 이사, 송진섭 현대건설 원자력사업단 전무 등 국내 산학연 관계자 18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