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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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시장 전환을 적극 고민해야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
2015년 05월 26일 (화) 11:59:21 전력경제 epetimes@epetimes.com

   
박종배 건국대 교수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에너지와 전력산업이 요즈음과 같이 역동적으로 변화하였던 시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우선 최근의 유가 변동을 잠깐 살펴보면, 작년 상반기에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유가가 2015년 들어 45달러 내외까지 급락하였고 이는 대체제인 천연가스와 석탄의 동반 폭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2008년에도 발생하였는데 당시 오일 피크 논란과 연계되어 유가는 비정상적으로 급격하게 치솟아 당년 7월에는 배럴당 140달러를 상회하였고, 이후 2008년말 글로벌 경제 불황의 여파로 40달러 수준까지 급락한 바 있다.

이러한 국제 연료가격의 급격한 변동성은 단기적으로 에너지 기업의 수익성과 가계에 직접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근간이 되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면, 2008년 수립된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고유가를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하여 2030년 석유 및 가스의 자주개발률 40%,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11%, 원자력 설비 비중 41% 등의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였고 이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뒤따른 바 있다. 2014년 1월의 제2차 에기본도 유사한 고유가 상황에서 발표되었다. 수요관리와 분산전원이 강조되기는 했지만 원전의 비중을 29%로 설정하여 지속적인 신규 건설을 선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96% 이상의 에너지원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고 그 수입액이 연간 약 1,000억달러 내외에 이르고 있으므로 국가 차원의 에너지와 전력 정책을 수립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이다. 또한 국가 주도의 에너지 정책 수립과 집행은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정부 정책 목표의 반영과 그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압축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국내외 불확실성이 극대화 되어 있는 환경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불확실성 극복 주체가 정부만으로 제한되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다수의 주체가 다양한 시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위험을 체계적으로 분산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론이기도 하다.

필자는 몇 주 전에 미국 전력시장 전문가들의 자유 토론회에 우연히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미동부 전력시장, 캘리포니아 등 서부 전력시장의 현황, 문제점, 발전 방안을 사전에 자료 준비 없이 주제별로 이틀 동안 논쟁을 지속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러한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거의 30여명의 전력 전문가들이 전력수급과 전력시장 효율성 증대 방안에 대하여 평소의 연구와 고민을 바탕으로 기탄없이 논쟁하고 의견을 교환하였다.

저녁 만찬에서 전력산업의 탈규제 효과에 대한 개별 의견을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에 대하여 전력사업 투명성 증가, 계통운용 투명성 증가, 전력산업 효율성 증가 등도 언급되었지만 무엇보다 투자 위험의 시장 전가가 지배적이었다. 즉, 15년에서 20여년전의 중앙집중식 계획에 기반을 둔 전력설비 투자에서는 독점적 전력회사의 투자 실패(과대투자 및 과소투자 공히 투자 실패임)는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되었다.

하지만 설비투자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사업자에게 이양된 현재에는 사업자에게 모든 위험이 전가된다. 즉, 다양한 의사결정자가 다양한 기준을 바탕으로 다양한 위험을 검토함으로서 유연한 전력설비계획이 자연스럽게 수립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수립하고 있는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대하여 국회, 여론, 환경단체, 사업자 등의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높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부가 향후 원자력 몇 기, 석탄 몇 기, 가스발전 몇 기를 명시적으로 직접 결정하기 때문이다. 선정된 사업자는 환호를, 탈락된 사업자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탈락된 사업과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해당사자는 이후로 오랫동안 에너지와 전력 정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미래를 예측하고 적절한 사업자를 선정하였기 때문에 투자의 위험은 없다고 간주하거나 있더라도 정부(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이지만)에게 귀결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의 경우도 사업자보다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국면이다.

비록 미래의 새로운 사업 위험이 있다손 치더라도 정부의 의사 결정으로 추진된 것이므로 비용 전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러한 방식의 수급계획을 지속해야 할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유럽연합이나 북미 등의 전문가들과 이야기하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 왜 정부가 중앙집권적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으로 귀결된다. 이미 이들은 짧게는 5년전, 길게는 20여년전부터 시장기능으로 전환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할지라도 이제는 수급계획을 시장기능으로 전격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이와 동시에 도매전력시장의 개혁, 전력판매경쟁의 도입, 판매사업자에 대한 공급의무 부여 등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구조와 전력수급계획 방식도 국제 프로토콜을 따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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