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 부산대 교수

“단순히 비용 최소화 관점에서 친환경 발전자원인 천연가스발전 비중을 대폭 축소시키는 정책기조는 장기적 측면에서 에너지업계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다.”

민간발전협회는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장기 전원믹스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로 제4차 전력산업 정책포럼을 개최하고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론화했다.

특히 가동률이 급감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SK, POSCO, GS 등의 민간 발전사업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협회는 LNG 발전 비중을 줄이고 기저발전 비중을 늘리는 정부 정책이 국제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포럼의 발제를 맡은 김욱 부산대 교수는 “국내 전력시장은 송전망, 온실가스 감축목표, 신재생에 불리한 조건 등의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 전원믹스에 대한 패러다임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비용 최소화 관점만을 가지고 천연가스발전소를 홀대하는 정책은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산업부와 전력거래소가 도입을 추진 중인 PCF(Performance Capacity Factor?성과연동형 용량계수)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연료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천연가스발전을 전력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정책적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PCF 도입 목적은 ‘전력 생산원가가 높고 설비 효율이 월등히 낮은 노후 발전기의 퇴출’이지만 실제로는 ‘민간 LNG발전 퇴출’의 부작용만 낳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에너지산업이 최우선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안정성”이라고 강조하며 “원전과 석탄, 천연가스 발전소간의 적정 비중을 결정할 때 전력생산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구조를 짜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당장 예비력이 조금 높아졌다는 이유로 천연가스 발전소를 퇴출시킨다면 5~10년 내에 전력 부족 사태를 다시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어진 2부 토론에서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정책방향은 21세기 저탄소?안전 위주의 발전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국제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전원믹스는 발전원가를 낮추는 방안에만 치중된 나머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확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우를 범했다”며 전원믹스 구성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한화진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온실가스 배출 세계 1, 2위인 미국과 중국이 최근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향후 20~30년은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저감의 병행이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전력산업은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큰 업종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친환경 천연가스발전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식에 대해 “전력수급계획 수립 과정 전반에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전력시장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전력거래소에서 추진 중인 PCF 도입은 근시안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정책 당국이 원칙을 가지고 제도개선에 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포럼을 주관한 신정식 아주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는 “경제성, 친환경성, 계통안정성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발전자원은 없다”고 단언했다. 신 교수는 “세계 에너지시장 변화의 추세에 발맞춰 전략적으로 전원믹스를 구성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하며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온실가스 저감을 모두 고려했을 때 천연가스발전의 적정 비중 유지가 필수적이다”라고 총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