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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원자력 정책에 대한 이해관계자간 합의에 막연하게 의존하는 것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미래상을 시나리오로 작성해 놓고, 우리가 미래의 위험과 실패를 피하기 위해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해야 할 지 중지를 모으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은 2월 25일 ‘원자력, 갈등인가? 합의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에너지정책 국민 공감토론회에서 “가치논쟁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현실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이라며 소모적 논쟁을 종식하고 선택 가능한 대안을 찾아 생산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주문했다.
박 소장은 “원전정책에 대한 사회적 균열은 이제 이해관계 차원을 넘어 자칫 국론분열과 국가적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추진하려는 정부와 억제하려는 시민단체가 같은 현상, 같은 자료를 놓고도 자신들의 관점과 가치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 도출은 희망사항일 뿐이다”라며 현실대응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곁가지가 아닌 갈등의 뿌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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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성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
박 소장은 “갈등의 본질은 원전정책의 방향이다”라며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놓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주고 정치권과 국민이 책임감을 갖고 논의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에 기반해 대안을 마련하고 선택해가는 역동적이며 건설적인 논의 공간을 창출하는 대안으로 시나리오 싱킹(Scenario thinking)을 제안했다.
박 소장은 “시나리오 싱킹은 첨예한 갈등 상황에서 이해관계자간 전망없는 합의를 시도하지 않는다”면서 “과거의 잘못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우리가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래에도 우리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원자력발전을 확대·유지·축소·폐기했을 경우 발생할 상황과 효과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은 언제나 불안전하고 미래는 확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가능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한 박 소장은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고 탈출하기 위한 다양한 경로를 탐색한 후,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 어떤 것인지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살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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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후 산자위 의원(새누리당 원주을) |
이강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의원(새누리당·원주을)이 주최하고 원자력문화재단(이사장 김호성)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원전을 둘러싼 갈등의 본질에 대해 짚고 찬반 가치논쟁을 벗어나 국민이 책임감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논의 방법을 모색했다.
이번 토론회를 준비한 김호성 이사장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만나 충돌하는 갈등지점은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접점이기도 하다. 해양과 대륙이 만나는 한반도의 운명이 그러하듯, 찬반양론으로 뜨거운 원전정책이 새로운 가치를 꽃피울 수 있도록 범국민적 합의형성의 장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강후 새누리당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 에너지의 97%는 수입에 의존, 전기요금이 선진국보다 싼 이유는 원자력이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원자력 반대 의견이 높고 7차 전력수급계획을 준비해야 하는데 원전 신규 건설 등으로 인한 갈등이 존재하고 있으며 갈등해소를 위해 국민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잘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 토론회의 배경 취지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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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사회적 갈등지수 2위 국가, 사회갈등 심한 이유는 정부가 쌍방향 행정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분법적 사고 흑백논리는 지나간 것, 진영논리 세계에서 모든 갈등은 선-악으로 구분돼 나의 생각만 옳고 진리라는 오만한 생각으로는 관용을 찾아볼 길 없어서 최대 다수를 위한 최선의 미래를 찾는 사회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때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태순 소장의 발제에 이어 열린 패널 토론에는 시민단체, 언론, 학계, 연구계가 참여해 원자력 갈등과 해소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황용석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이정훈 신동아 기자, 이충재 YMCA 대외협력실장, 이정식 한국노동자총연맹 사무처장, 정지범 한국행정연구원 안전통합연구부 부장, 김두영 버슨마스텔러코리아 부사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갈등 해결 전문가인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이 발표한 발제문을 요약했다.
◆원전 갈등, 시나리오를 놓고 논의하자
▲우리가 직면한 현실=원자력 발전소 건립,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립, 연장운전 여부, 사용후핵연료처리 등 원자력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극심한 갈등은 그 내용과 성격 면에서 이전 것과 차이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까지만 해도 일부 시민단체와 유치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반대가 있었으나 국가가 원전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데 근원적인 문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가 일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전사업을 강행할 수 있었던 것에는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라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민의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면서 국민 사이에 원전 정책 확대, 유지, 축소, 등을 둘러싸고 견해차가 발생하고 있다. 인식에 있어 일종의 세력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삼척에서의 원전취소 주민투표, 영덕에서 원전건설 반대 기류의 확산, 고리1호기 및 월성1호기 연장운전 반대 확산, 사용후핵연료 관련 논의기간 연장 등은 이런 상황 변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아직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 정책에 대한 사회적 균열은 이제 이해관계 차원을 넘어 자칫 국론분열과 국가적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현실 대응의 한계=원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변하고 국가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국가와 관련기관의 문제의식과 해법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 머물고 있다. 국민 다수가 사업의 필요성, 타당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설득과 홍보를 주력하고, 갈등관리(Conflict Management)라는 도구적 수단을 통해 터미널(terminal) 차원의 문제해결에 매달리고 있다. 시민단체 역시 국민의 다원화된 의견을 결집하고 통합하기 위한 노력보다 변화된 현실을 자신들이 주장하는 반핵운동의 기회로 활용하는 세력 중심적, 가치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갈등은 피할 수 없고 오히려 확장되고 심화될 뿐이다.
원전 자체에 대한 선악, 가치논쟁으로는 문제해결도 갈등해소도 불가능하다. 추진하려는 정부와 억제하려는 시민단체가 같은 현상, 같은 자료를 놓고도 자신들의 관점과 가치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 도출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심의(審議)민주주의에 기반한 합의적(合意的) 의사결정 방식을 선호하고 있으나, 원자력 갈등의 경우 이념적(理念的) 성향이 매우 강하고, 국민적 대표성(代表性)이 약하고, 합의 결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受容性)이 매우 낮아, 많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현실성은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갈등의 뿌리에 대한 접근=곁가지가 아닌 갈등의 뿌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갈등의 본질은 원전정책의 방향이다. 원전을 확대, 유지, 축소, 혹은 폐지하든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놓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주고 정치권과 국민이 책임감을 갖고 논의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생산적 논의를 위해서는 논의 과정과 절차도 새로워야 한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논의틀을 만들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념과 가치에 기반한 소모적 논쟁 공간이 아닌 사실에 기반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선택해가는 역동적이며 건설적인 논의 공간을 창출해내야 한다.
이런 논의 방식 가운데 하나가 '몽플레(Mont Fleur) 프로젝트'로 잘 알려져 있는 시나리오 싱킹(Scenario thinking)이다. 시나리오 싱킹은 첨예한 갈등 상황에서 이해관계자간 전망없는 합의를 시도하지 않는다. 논의의 중심축을 과거-현재에서 현재-미래로 옮긴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우리가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래에도 우리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논의한다.
현실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미래는 확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가능한 대안들을 찾아내고 이에 기반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현재 상황을 기반으로 미래의 인구구성, 경제규모, 산업구조, 수요패턴 등을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에너지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을 확대·유지·축소·폐기했을 경우 발생할 일들과 효과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대상으로 경제성, 안전성,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안보적 측면에 대해 평가하고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이 갖는 강점과 단점을 바탕으로 문제해결에 필요한 조합(調合)을 구성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할 수 있다.
정글에서 길을 잃은 탐험대가 길을 잃게 된 책임과 원인을 놓고 백날을 논의해도 해법을 찾을 수 없고 갈등만 심화된다.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고, 탈출하기 위한 다양한 경로를 탐색한 후,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 어떤 것인지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살길이다.
▲소모적 논쟁의 종식과 생산적 논의의 시작=가치논쟁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현실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원자력 정책에 대한 이해관계자간 합의에 막연하게 의존하는 것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미래상을 시나리오로 작성해 놓고, 우리가 미래의 위험과 실패를 피하기 위해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해야 할 지 중지를 모으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
2024.4.18 목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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