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수력원자력(주) 등 원자력 공공기관을 피감기관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원자력 경제성, 노후원전 수명연장, 폐로사업 육성책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업무 보고를 통해 “지난 2년여간 연이은 비리사건으로 가동원전이 중지되고 원전에 대한 국민신뢰가 급락하는 등 창사이래 최대 위기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올 1월 신고리 1,2호기 및 신월성 1호기의 재가동에 성공하고 고장정지 없는 안정적인 원전운영을 통해 지난 동계 및 금번 하계 전력 수급에 기여, 국민 신뢰 회복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조직·문화에 대한 3대 혁신 추진 등 전 임직원의 각고의 노력을 통해 금년 들어 재무 및 원전 운영 등 전반적인 경영지표가 호전되고 있으며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현주소를 전했다.
 

조 사장은 앞으로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 안심 원전 구현을 위한 혁신을 지속할 것이며 전 임직원의 지혜를 모아 2014년이 새로운 한수원의 출발의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했다.
# 국감에서는 노후원전에 대한 여야간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홍문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활용하는 진짜 원자력 가격은 석탄보다 비싸다’는 연구보고서를 인용하며 원자력이 결코 싼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홍 의원은 “수명이 다 된 고리원전 1호기의 재연장은 안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전력수급계획 진행상황을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백재현 의원도 “올해 원전이 일곱 번이나 정지됐다. 잦은 고장이 일어나는 것은 수명이 다하면 폐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김동완 새누리당 의원은 “원전을 무작정 폐쇄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산업계의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경제적 효율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상황”면서 “에너지 안보와 환경오염을 함께 고려해 원전 폐기물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원전폐기의 신중론을 제기했다.

답변에 나선 조석 사장은 “원전의 안전성이라는 게 시간 지나 자동적으로 안정성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보강 등 설비투자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면서 “한수원 혼자만 하면 신뢰가 확보되지 않아 규제기관을 통해 하고 있다”고 수명연장을 하더라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원전 폐로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한수원이 폐로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라고 촉구했다.
 

전 의원은 에너지산업의 시대변화를 인식할 것을 주문한 후 지금부터라도 인원을 보강해 폐로사업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사성폐기물학회의 ‘원전해체의 경제적 파급효과 연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수명완료를 앞두고 있는 고리1호기를 폐쇄하면 해체비용 등으로 5,6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원전해체가 몰리는 시점에서는 재정적 부담과 해체사업 투입인력과 장비 등의 부족이 예상돼 해체비용 조달·관리 측면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원전해체가 지역사회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장기적으로 해체경험이 필요한 만큼 고리1호의 연장검토보다는 원전해체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석 사장은 폐로산업과 관련해 시장성과 중요성을 모두 지닌다면서 취임 후 전담조직을 처음 만들었고 앞으로 조직을 보강해 추진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어 그는 “11조 원 규모의 (폐로)시장을 외국에 뺏기게 될 판”이라면서 “일본과 독일에 비해 기술수준이 6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원전 하청직원에 대한 ‘안정성’과 ‘안전성’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원전 운영인력의  36.5%가 하청업체 직원이며 방사선 피폭은 정규직의 10배에 달한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원전 안전, 보안 강화를 위해 아웃소싱을 최대한 줄이고, 원전 종사자의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등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추 의원에 따르면 4개 원전 23개 발전소의 전체 인력 11,178명 중 36.5%인 4,081명이 하청업체의 직원이었다. 한수원 직원 대비 53%인 셈이다.
울진(한울)원전의 41%, 고리원전의 38%, 월성(한울)원전의 35%, 영광(한빛)원전의 29% 순으로 하청회사 직원을 운용하고 있었다.
 

#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원전비리업체 사업자가 다른 회사에 주주로 참여하거나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회사를 설립해 한수원 협력회사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원전납품비리문제가 불거진 후 원전비리개선종합대책을 세웠지만 원전비리업체 사업자가 타 회사에 주주로 참여하거나 다른 사람을 내세워 회사를 설립하는 등 이 같은 경우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비상장회사의 경우 주주확인도 불가능해 더욱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최근 원전용역과 납품기업인 삼창기업의 회장이 횡령과 배임협의로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이 회장은 일명 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전’이란 회사가 지난 3월 한수원의 협력사로 등록됐다고 추궁했다.

이어 그는 삼창기업은 이미 2011년 8월 포스코ICT에서 인수해 ‘포뉴텍’이란 회사를 세웠으나 의혹에 대한 정황증거(포뉴텍과 우전의 합의서)를 살펴보면 관련도 없는 삼창기업이 등장하고 우전이 한수원의 용역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것으로 나온다고 제시했다. 
 

우전의 대주주가 삼창기업 회장의 친인척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용역심사 때 제출서류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을 추가하거나 다른 방법을 연구해 이러한 부분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 정수성 새누리당 의원은 질의에 앞서 한수원을 상징하는 컬러링 음원파일을 들려줬다.
정 의원은 “한수원 임직원을 비롯해 가족들까지 한수원에 소속됨을 자랑스러워하며 사용했던 음원이지만 핸드폰에서 지원지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 더욱 가슴 아픈 것은 과거 학교에서 아버지 직업에 대해 ‘한수원에 다니신다’며 자랑스럽게 답했던 어린 자녀가 이제는 ‘회사원’이라고 답하며 부끄러워한다는 한 직원의 서글픈 답변에 먹먹함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데로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관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전재한 정 의원은 “전쟁에서 전력이 아무리 우수한 군대라도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군대는 백전백패 할 수밖에 없다”며 “한수원도 마찬가지로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아울러 안전한 원전 운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는 만큼,  오랫동안 고착된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바꿔나가는 데에는 피나는 노력과 뼈를 깎는 혁신이 요구되며 자신감을 가지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한다”면서 지금도 원전은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돌아가야 하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 이번 국감에서는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야당의원들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한수원 등 원자력 공공기관 국감에서도 ‘최경환 장관 증인 채택’요구가 불거졌다.
국정감사에 앞서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이명박 정부시설 해외자원개발 투자 실패로 26조 원에서 40조 원에 달하는 혈세가 낭비됐다”면서 “해외자원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을 국감에 불러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은 “한수원에 대한 감사일로 한수원 감사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최 부총리는 같은 상임위원회 위원이고 현직 장관으로 있는 사람으로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논쟁이 길어지자 김동철 위원장이 중재에 나서 “현직 장관을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경우는 관례상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 산업위 소속인 최 부총리가 오는 27일 산업부 종합국감에서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 일달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