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신문사 국장실의 전등을 끄고 차에 올라 타 태안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다 태안반도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국도로 옮겨 타고 한참을 익숙한 농촌 풍경과 꾸불 꾸불한 숲길을 지나고 지나 태안반도 북단에 다다랐다.
  외떨어진 곳에 위치한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는 산뜻한 대형 기념물처럼 고즈넉하게 방문자를 반겼다.
까다로운 경비실 절차를 통과한 후 발전소 내부에 들어서고 나서야 이 곳이 ‘전기를 생산하는 심장이구나’라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 곳 현장에는 터빈의 웅웅거림, 보일러의 뜨거운 열기 그리고 전력공급 최일선에서 뛰는 영웅들의 열정과 구슬땀이 베어났다.
 

우리나라 인구의 30%가 30W 선풍기를 동시에 돌리고 인구 500만명이 100W 백열등을 한 개씩 켤 수 있는 400만kW 전기는 그렇게 생산돼 우리 곁에 다가 온 것이다.
내 사무실에서 일상을 함께하는 전등, 에어컨, TV, 턴테이블, 컴퓨터에 생명을 불어 넣는 전기의 근원지에서 새삼 눈에 보이지 않는 태생적 전기의 모습을 떠올리며 같은 전력인으로서 뿌듯함이 밀려왔다.
 

# '60Hz 사이클'을 ‘사수’하려는 태안발전본부의 현장은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예비력이 빠듯한 비상시기에 발전설비가 한 곳이라도 정지하면 데미지가 크다. 1년에 한 두 번 일어날까 말까 할 트립이 이 때 발생하는 것은 상정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상황이다.
“단 한순간도 설비고장을 일으키지 않고 출력감별없이 전 호기가 400만kW를 내보낼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주재영 태안발전본부장

주재영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은 “전력수급 비상 시기를 맞아 발전설비의 완벽 운영을 통해 안정적으로 전력공급 안정화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급에 맞춰 최적의 컨디션으로 발전설비를 운영하기 위해 이미 지난 상반기에 간이정비를 성공리에 마쳤다. 9,10호기 송전선로 교체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나머지 예방정비공사는 하계전력수급이 끝나는 하반기로 늦췄다. 주 본부장은 “공기 예열기, 탈황설비 등을 점검하고 부품도 교체했다”며 설비운영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본사 차원에서 경영진이 현장 밀착경영을 펼치고 안전관리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발전소별로 책임운영제도 시행중입니다. 특히 발전설비 신뢰도를 확보하는 한편, 만약의 고장에 대비해 긴급 복구체계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주 본부장은 태안발전본부도 팀장급 중심으로 담당 설비별로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전설비 감시는 실시간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발전기술원이 현장 점검하는 것은 물론이고 설비부서 감독들도 각자 PC에서 온라인으로 발전소 운영정보를 통해 발전설비를 실시간 감시한다. 온라인 추적 감시에 나서기는 통상근무자도 예외는 아니다.
 

주 본부장은 매일 8시 30분이면 어김없이 각 처와 협력업체 간부 40여명이 참여하는 회의를 주재하고 주요 발전설비의 온도와 압력, 기기별 운전값 등 상태를 체크한다. 이상징후가 있을 때는 즉시 정비에 나선다.
 

여름철 최대피크에 대비해 공급능력을 극대화하는 모의훈련도 마쳤다. 태안발전본부에 부여된 용량은 18만kW로 상향출력 운전과 소내부하 이전을 통해 단 1kW라도 송출시킬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 놓았다.
 

지난 6월 30일부터는 제1 행정동 3층에 전력수급 대책 상황실을 설치, 운영 중이다. 본부장이 비상수급대책반장을 맡고 상황실장 밑에 총괄지원팀, 운영점검팀, 설비점검팀(긴급복구팀)을 두고 있다. 주중 24시간 팀장 2명 차장 2명이 비상근무하는 상황실은 오는 8월 31까지 61일간 운영한다. 휴일에는 본부장을 포함해 처장 급이 상황실장을 맡고 팀장2명 차장 2명이 상황실을 지킨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무실에 근무하고 야간에는 자택에서 유선 상으로 통신축상에 대기한다. 상황실 근무자는 언제든지 1시간이내에 응수할 수 있는 거리에서 머무른다. 이처럼 태안발전본부 모든 직원들은 발전설비의 심장이 뛰는 24시간 동안, 발전소를 벗어나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상황을 방증한다.
 

“설비 관리자는 필연적으로 긴장을 안고 삽니다. 근무 시간도 그렇지만 퇴근 후 밤이나 휴일 집에 있어도 몸과 마음은 설비 쪽에 가 있습니다. 항상 긴장이 사라지지 않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심적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마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을 모를 것입니다.”
 

주 본부장은 이같은 긴장감에서 벗어나는 길은 아마도 퇴직 후가 될 거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부임 후 가족이 있는 집을 찾는 날은 단 한 차례에 그쳤다. 집보다 오히려 발전소에 머무는 것이 더 편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마져도 수급기간 중에는 아예 집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항상 긴장하고, 모두가 쉬는 명절 기간에도 발전소를 세워 정비에 매달리기 때문에 집에도 가지 못하는 처지는 어쩌면 전력공급을 책임져야 하는 발전인의 숙명일 것”이라며 발전인 모두가 애국자임을 강조했다.
 

주 본부장은 협력업체의 대응자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전, 정비, 운송, 하역 등 협력업체는 맡은 바 영역에서 안정적 전력공급을 추구하는 상생협력의 동반자 관계”라며 “직원들에게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원활한 소통을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미리 공유해 예방하는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안발전본부는 7월중 ‘무재해 19배수’를 달성한 후 한 단계 더 높은 이정표를 향해 도전을 시작했다. 1995년 3월 25일 시작된 무재해 일수는 7월 8일 현재 7,044일을 기록했다.  지금 추세라면 오는 2015년 10월 무재해 20배수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본부는 지난 해 7월 화공운영팀(위험물), 총무팀(화재 소방), 품질안전실(산업재해)을 한 곳에 묶어 재난안전실로 확대 개편하고 본부장 직할에 배치하는 등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재난안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재난안전실 산하에 설치된 종합방재센터는 재난안전의 첨병이다. 종합방제센터는 2012년 6월 발전소 내 화재사고와 인명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첨단시스템을 갖춘 별도 건물을 지어 구축됐다.
 

센터는 소방관제실, 재난상황실, 당직실로 공간이 나눠져 있었다. 본부직원 3명 소방관제실에 6명 소방설비 위탁업체 4명 등 총 13명이 각자 자리를 지키며 발전소 곳곳을 감시했다. 소방관제실 근무자는 3조 2교대로 24시간 비상체제를 유지했다.
 

소방관제실 중앙에는 ‘종합화재수신반’ 화면이 커다랗게 걸렸다. 발전본부 곳곳에 설치된 3500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감시가 이뤄졌다. 좌·우측 화면에는 화재 가능성이 높은 곳을 감시하는 CCTV 272개의 현장이 고스란히 육안으로 들어 왔다.
 

이상동 종합방재센터장은 “대형화재 가능성이 높고 화재시 피해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11곳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설정해 중점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에는 소방사, 응급구조사가 1명씩 24시간 비상대기 중이었다. 화재가 나거나 시간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현장에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응급구조해 병원으로 후송한다.
센터 한 켠에는 특수 구급차와 고성능 화학소방차를 비롯해 각종 화재진압 장비가 자리했다. 특수 구급차는 일반 구급차와 달리 1급이상 응급구조 자격증 소지자만이 답승할 수 있는 차량으로 차량 내에서 응급처지가 가능하고 무전기등 통신장비를 갖췄다.
 

고성능 화학소방차는 1만 리터의 물과 화학약품(수성마포)을 탑재해 유류화재도 동시에 진화할 수 있다. 인근 지역의 화재발생 때는 현장으로 출동해 물이 부족한 소방차량에 물 보충을 해 주는 등 평상시 지역 소방서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센터는 월 1회 자체적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주기적으로 태안소방서와 태안군청, 경찰서와 함께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사고는 미리 예고하고 발생하지는 않는다. 출근할 때마다 항상 사고가 난다고 생각하고 긴장 속에 근무하고 있다”며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주재영 태안발전본부장

지난 5월부터 태안발전본부를 이끌고 있는 주재영 본부장은 이곳과 인연이 깊다. 직전 근무지인 평택발전본부(본부장)로 부임하기 전까지 2년간을 태안발전본부 제3발 처장을 역임했다.

앞서 2006년에는 태안 7·8호기 시운전 때부터 계전팀장을 맡아 4년간 근무, 태안이 생소하지 않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 설비 곳곳을 세세히 알고 지역주민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도 이같은 연유이다.
“발전설비 현장을 많이 다녀 특명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지난 해 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수급상황이 어려운 때를 감안해 CEO와 경영진이 설비관리를 잘하라고 보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주 본부장은 “서부발전의 핵심사업장이자 수익을 거의 다 내는 코어발전소의 장을 맡아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선제적인 설비관리에 매진해 모든 발전설비가 계획예방 정비기간 외에는 고장없이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설비 신뢰도를 최고로 유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내부평가 1등을 ‘독식’해 온 사업소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데 일익을 담당해 직원들에게 인세티브의 혜택이 주어지도록 하는 것이 간부의 사명이라며 1위 사수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장이나 안전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주 본부장은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안전재해 예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단지 내 후속기로 지어지는 9,10호기를 비롯 IGCC 등 신규 건설 공정이 많아 부임이후 건설본부와 함께 안전사고 없는 현장을 구현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왔다. 또한 발전소 출입 유동인구가 하루 3,000여명에 달하고 중장비등 차량이동이 끊임없이 이어져 교통안전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왔다.
 

주 본부장은 “직장 내에 희망의 ‘해피 바이러스’를 퍼뜨려 활기 넘치는 일터를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희망사항을 밝혔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회사에 들어 와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끼고 다음 날 아침 동료들이 보고 싶어 출근하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도록 직장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행복하고 소통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녹아들어 진정으로 옆 직장동료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샘솟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내부가 행복한 바탕 위에 태안 지역주민들과 동질화하고 지역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역 동질화·지역화는 내 마음부터 여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게 주 본부장의 소신이다.
“아무리 강요하고 떠민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태안에 근무하는 직원 개개인의 마음이 중요합니다. 직원 각자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협력하는 지역화의 마음을 가져주기를 소망합니다.” 
 

형식보다 실질과 현장을 중시하는 주 본부장은 담백한 성격만큼이나 업무스타일도 거품이 없다. 취임 후 기존 회의 횟수를 30%가량 대폭 줄였고 회의 시간도 30분 이내로 짧게 끝낸다. 결재단계도 줄이고 대면보고도 가급적 지양하는 주 본부장은 보고서나 발표자료를 만들 때 백데이터를 만들지 말 것을 주문한다. 실행을 중요시 해 검토로 시간을 지체하는 것도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