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경남 혁신도시 한국남동발전(주)(사장 허 엽) 본사 신사옥 6층은 밤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땅과 바다에서 연일 재해가 일어나고 국민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재난대응 매뉴얼 (SOP: Standard of Procedure)을 전면 강화하라는 임원진의 특명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매뉴얼 점검은 일부 수정이 아닌 전면 검토라는 점에서 재난안전팀 직원들의 긴장감은 예년과 완전히 다르다.

지난 7일 본사에서 열린 <재난안전특별대책회의>에서 허엽 사장은, “최근 일어난 재해가 모두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는 점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특히 발전사 시설에서 재난이 일어나면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규모가 되며, 산업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평소에 더욱 더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매뉴얼 제작은 야간과 새벽 등 근무 중 취약시간에 발생하는 재난안전사고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또한 대응단계를 대폭 간소화하여 모든 근무자가 빠른 시간 내에 이를 숙지하고 실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실전과 같은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매뉴얼 검토 단계에서부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로 했다. 
 

 “현장형 재난안전대응 매뉴얼을 개발하라”

남동발전 허 엽 사장은 6일 암모니아 저장조 화재와 이로 인해 유독가스가 새어 나온 상황을 가정한 모의재난안전훈련이 각각 벌어진 삼천포화력본부를 시찰한 후 그 다음날인 7일 ‘CEO 주관 재난안전특별대책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허 사장은 훈련에 임하는 직원들의 긴장감이 충분하지 않다며 불호령을 내렸다. 훈련을 실전처럼 해야 마땅한데도 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이 훈련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훈련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능숙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난안전대응 매뉴얼을 제작과 운용을 맡고 있는 재난안전팀에게는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실무에 최적합한 SOP를 완성하라는 지침이 전달되었다.
 

회의장에는 본사와 여섯 개 사업소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었다. 임원진은 재난안전과 관련해 현장근무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처·실장 뿐 아니라 직급이나 직책에 관계없이 현장근로자에게 발언하도록 했다. 사업소 현장근로자들은 무엇보다 복합재난을 고려한 단순한 매뉴얼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의 매뉴얼은 재난을 자연재해, 화기, 방호 등 25가지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행동요령을 각각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재난발생은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재난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발생 가능한 복합재난에 대한 대응요령을 숙지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사용하는 SOP는 급박한 상황에서 직원들이 모두 이해하기에는 너무 길고 복잡하다는 지적도 공감을 얻었다. 단순할수록 이해도가 높아지고 반복훈련이 수월하므로, 현재의 매뉴얼보다 획기적으로 간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현장 근로자들은 입을 모았다. 유종주 재난안전팀장은, “실제상황과 같이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와 같은 긴장도를 유지하면서 훈련해야 보완해야 하는 부분을 알 수 있다”며, 실전과 같은 훈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재난 안전대응 인력을 보강하라.”

삼천포화력본부에서는 휴일과 야간 등 취약시간대 재난요인을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운영에 투입되는 근무인원만으로는 취약시간대 불시에 발생하는 재난상황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석부 기술본부장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현실과 다른 매뉴얼이 있는지 여부를 항상 점검하고 즉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이번 재난안전대응 보고체계 점검을 남동발전의 재난안전관리시스템 격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남동발전은 이번 기회에 안전관리체계를 일원화하고 총체적으로 재난상황을 관리할 수 있도록 안전부장제를 신설하는 한 편 현재 팀제로 구성된 재난안전관리 부서를 처급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휴일과 야간 당직근무자를 보충하고, 사업소별로 지역에 적합한 복합재난 SOP를 별도로 개발하여 이를 숙지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훈련할 계획이다. 영흥화력발전처는 발전처 운전원들은 평소 운전에만 몰입하기 때문에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없다고 밝히고, 비상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당직근무 인력을 보완하고 콘트롤타워의 지휘운영체계를 일원화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진규 기획처장은 “과거 총무기능에 있던 무게중심이 점차 재난안전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당직 차장이 재난상황에서 현장 장악력 등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엽 남동발전 사장은 “사업소 한 곳이 운영하는 시설은 수 조 원에 달하며, 국민 생활과 산업의 전반을 움직이는 국가 기반시설이니만큼 평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관리해야 하고, 효과적으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재난대응 SOP를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전면 점검하여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남동발전은, 이번 재난안전대응 매뉴얼 개편작업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완성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남동발전, 2014년 재난관리대책에 2천4백억 원 투자

남동발전은 2014년 재난안전경영계획에 ‘무재해ㆍ무결함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비전으로 정하고 재난안전사고ㆍ화재발생ㆍ품질결함 Zero를 목표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3대 추진전략은 첫째, 남동 신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남동 신안전문화 5대 실천과제 추진과 매월점검,  재난ㆍ안전 정예 전문요원 양성을 위한 화재현장 초동, 선제 대응능력배양을 위한 소방전문요원 집중 육성,  둘째, 동반 안전경영 실현을 위한 협업과 지원강화로 안전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전사 공정안전관리(PSM)를 최적 운영하여 안전사고 제로화와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안전 서포터즈 역할 수행, 셋째, 통합 재난안전시스템 구축으로 계절ㆍ특정시기별 선제적 재난대응 프로세스와 스마트 재난안전 기술개발 및 적용으로 위험성 평가 모형 시스템을 개발 후 조기정착과 단계적 확대 등이다.
 

남동발전은 올해 교육과 토건설비 보수보강, 전력설비 보수보강 등 재난관리예산으로 21억2천만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남동발전은 특히 여름철 재난과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3월 15일부터 5월 14일까지 전력설비 집중호우 및 태풍 대비 취약설비 및 구역 일제 점검을 완료했으며 본사 위기대응 실무매뉴얼 및 사업소 현장조치 행동매뉴얼 정비 등 위기대응체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3일 CEO 재난ㆍ안전대응 특별지시에 따라 대형 설비 사고 및 대규모 인명피해 우려 설비를 집중점검하고 28일에는 상임감사 주관 본사 처실장 및 사업소장 재난안전대응에 대해 집중 토의를 시행했으며 지난달 말부터 이달 8일까지 외부전문가 합동, 특별관리대상시설물에 대해 안전관리체계, 위기대응능력, 재난유형별 시설안전 등 특별점검을 시행했다. 또한 경영진이 직접 사업소 재난?안전관리 대응체계 점검 및 불시훈련을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