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식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 사상 초유의 ‘미션’이 주어졌다.
가동 중인 발전소 8기 가운데 2개 호기만 남기고 전 발전소를 동시에 ‘죽였다가 다시 살려야 하는 특명’이 내려진 것이다.
한전이 송전선로에 실리는 용량이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철탑에 걸려있는 기존 송전선로를 걷어내고 굵은 전선으로 바꾸는 대규모 송전선로 용량 교체공사를 예고, 발전소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당장이 아니라 오는 9월 말부터 10월 초가 D-데이로 잡혀 있다.
김중식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은 “만에 하나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면 전 계통망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션 수행에 앞서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춰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송전선로 용량 교체공사를 진행하려면 발전소 가동을 멈추는 것이 불가피하다.
태안화력이 건설된 후 발전소 6기 동시 정지는 초유의 일이다.
 

“대규모 송전선로 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6호기와 8호기를 뺀 전 발전소를 정지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멈춰선 발전기를 동시에 다시 살리는 고난이도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자칫 오조작해 발전소가 다 죽게 되면 큰 일이지요.”
그는 지정된 날짜에 작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사전 교육에 철저를 기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만큼, 마음상태를 정결하게 가다듬어 한 치의 오조작도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이유 불문하고 주어진 특명을 100%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션을 제 때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발전소 자체도 문제가 되지만 국가적으로도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펑크를 내면 당진발전소와 보령발전소 등 후속 일정에 큰 타격을 줄 것은 명약관화하니까요.”
 

완벽을 추구하는 그가 태안발전본부를 운영하는 핵심 축은 ‘안전’과 ‘직무역량 강화’다.
 “안전은 발전소를 운영하는 근간이자 단 한순간도 소홀할 수 없는 필연적인 과업입니다.”
서부발전 CEO와 감사의 모토가 ‘조금 늦어도 좋다. 사고 나면 바꿀 수 없다’는 것이라며 가장 먼저 챙기는 덕목이 안전이라고 덧붙였다.
“안전문제는 건설본부 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다. 하지만 오버홀 공사 작업을 하다 사고 났을 때는 에너지공기업으로서 치명타를 입게 된다”며 안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구성원의 직무역량을 강화에도 남다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구성원 스스로 자기 계발에 나서 기술적 역량을 키우고 보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업무를 맡더라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6기를 죽이고 살리는 과업의 성공여부도 직무역량에 달려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2012년 11월 본부장 보직을 맡은 후 태안발전본부를 ‘사랑과 믿음의 행복발전소’로 탈바꿈해왔다.
앞서 9개월 동안 태안발전본부 기술지원처장 직을 수행하면서 전임 본부장을 벤치마킹 하며 예비 수장으로서 수업을 쌓았다.
그는 수장이 되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고 준비했다고 술회했다.
“어떻게 하면 사업소를 잘 운영할 까? 후배들로부터 아름다운 선배, 본받을 만한 선배로 남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많이 생각했지요. 존경할 수 있는 선배로 남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하는 지도 고심했지요.”
그러면서 타겟을 반드시 톱(TOP)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태안발전본부는 서부발전의 주력사업장이고 48%의 마진을 내는 사업장이기 때문에  누가 맡더라도 무조건 1등 사업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그는 ‘구성원의 마음을 얻고 나부터 부지런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사업소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게으름을 피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나부터 수신(修身)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나부터 열심히 하고 후배들한테 열심히 하라고 해야지 따라오지 않겠어요.”

김중식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

그는 자칫 나태해질 수 있는 소지를 원천 봉쇄했다.
내심으로는 구성원들에게 결과는 내가 답을 주지 않고 본사나 타 발전소에서 1등이라고 인정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서부발전의 얼굴이자 생명과도 같은 대표 발전소를 책임진다는 자존심도 크게 작용했다.
취임 다음 날부터 즉시 실행에 들어갔다.
가정 먼저 매월 격주로 열리는 TM 미팅 때 얼굴을 내밀었다.

“실무부서 팀의 정서와 마음을 읽어 내려면 그 팀에 가서 얼굴을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가능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직원들이 굉장히 좋아 하더군요. 회사의 정책이나 방향을 직접 전달하고 그 때 그 때 현안 사항을 그 자리에서 판단하고 지침을 내리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한층 높아졌지요.”
한편으론 직원 입장에선 잘못된 것을 수장이 직접 혼내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점차 팀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구성원 속으로 뛰어들어 소통하길 잘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는 아무리 안전사고를 내지 말라고 줄기차게 얘기해도 움직이는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치를 항상 가슴에 새긴다고 했다.
“본부에는 640여명이 근무합니다. 모두 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생각하는 바도 다 다른 것은 당연하지요. 그들과 부대끼면서 모든 걸 다 챙길 수는 없지만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무진 신경을 썼다고 자부합니다.”
논리를 제대로 세워 방안을 제시하고 구성원의 마음을 잡으려 노력했고 마음을 잡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직원들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상하탄기 위나 잔디밭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도시락 오찬을 갖는 소탈함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처럼 마음을 열고 다가서는 진정성과 뚝심의 행보(行步)는 서서히 값진 성과로 나타났다.
당초 그가 목표한 대로 지난 해 태안발전본부는 서부발전 사업소 내부평가에서 전체 1등을 차지했다.
1등을 따내니 발탁 진급 등 여러 가지 혜택이 구성원들에게 주어졌다.
 

그는 힘든 결실을 달성한 원동력을 구성원들이 마음을 열고 열심히 따라줬기 때문이라고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5개 사업장의 경쟁을 부추긴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장이 동원할 수 있는 툴(Tool)이 인사권과 평가입니다. 그것을 최대한 활용했지요. 분기별로 사업장을 평가해 경쟁을 유발한 것이 주요했다고 봅니다. 때론 동기를 부여하고 은연 중에 경각심을 자극하는 전략을 구사했지요.”
품질경영에서도 태안발전본부는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해 8월 품질인들의 경연장인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에 나가 금상 3개 은상 1개를 수상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그는 출전 팀 모두를 강당에서 모아 놓고 일일이 연습을 시키며 직접 담금질을 했다.

김중식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

실력이 쌓이고 미비점이 보완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리더는 반드시 점검하고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아랫사람을 믿는 것도 좋은 덕목이지만 리더는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확인하면 100% 성과가 나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알아서 잘 해보라고 맡기면 편하지요. 하지만 내 것과 남의 것의 중간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외면을 당해 사각지대로 남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자기 것은 잘하지만 내 것과 남의 것의 경계선상에 놓여 있는 공통부문은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는 제가 직접 나서곤 했습니다.”
사실, 사각업무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고 별 표시도 나지 않아 발을 담그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품질 관련 분야는 유독 공통부문이 많다.
그는 안전이나 품질, 소방 분야의 잠재된 사각업무를 집중적으로 빼내 직접 챙겼다.
“확인행정을 하지 않으면 최대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강조하는 그는 품질경진대회나, 비계량 평가 등 대외 수검분야도 직접 챙겼다.
타스크포스 팀을 꾸리고 직접 팀장을 맡아 ‘작품’을 만들어 낸다.
“본부장이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하니 사각업무가 많이 생기지 않고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니 업무 추진이 빨라지고 군더더기 없는 행정이 가능해지더군요.”
특히 태안발전본부가 주목받는 점은 지난 해 단 한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력 가뭄이 심했던 지난 해 발전소를 단 한 차례도 정지하지 않는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당연히 전력수급을 안정화하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그는 작년 여름엔 서울 집에도 가지 못하고 한 달 내내 발전소에서 살았다.
“발전소 근무는 3D업종에 속합니다. 남이 놀 때 놀고 남이 잘 때 자야하는데 그리 하지 못합니다. 죄인도 아닌데 죄인처럼 발전소에 갖혀 지냅니다.”
설이나 추석 때도 모두가 명절을 즐기지만 발전소 근무자는 오버홀에 들어가 가장 바쁠 때라는 설명이다.
 

그는 “명절 때면 직원들이 가족이나 집안 식구들을 만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입이 나온다”면서 그럴 때마다 “에너지공기업에 들어온 것이 죄다. 달리 방법이 없지 않느냐.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다독였다.
그는 “지난 겨울 전력수급은 날씨가 따뜻해 무난히 넘어갔지만 다가오는 여름과 겨울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것 같다”면서 “정부차원의 강도 높은 에너지 제재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부 원전이 가동을 멈춰 그 영향이 곧바로 석탄발전소에 지워졌다”라고 말하는 그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력수급을 지켜내는 최전선의 ‘영웅’들과 함께 차질없는 전력공급을 실현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