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 한수원 사장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한국수력원자력을 일으켜 세울 적임자로 낙점된 조석 신임 사장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이전 사장들이 비리에 직접 연루되거나 성적서 위조사태의 책임을 떠안아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후 후임을 정하지 못하고 공석인 채 표류하다 겨우 적임자를 찾은 것이다.
그 와중에 한수원 사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거나 ‘잘해야 본전, 못하면 매장’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같은 주변 구설을 의식한 듯 조 사장은 26일 취임식에서 “독(毒)이 든 성배가 아니라 종갓집 맏며느리 같은 한수원 사장이 되겠다”라고 강한 의지를 표시했다.
한수원 사장이 되는 것이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종갓집 맏며느리’같은 마음과 자세로 일하겠다는 뜻을 비유적으로 밝힌 것이다.
취임식에 앞서 조 사장은 ‘대국민 사과’부터 했다.
“최근 한수원에서 발생한 문제로 국민들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리고, 발전소 정지로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긴 점에 대해 깊이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립니다.”
 “원전으로 인해 다시는 국민 여러분께서 염려하지 않으시도록 신임사장으로서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조 사장은 “하루라도 빨리 모든 잘못을 바로잡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확언하면서 다시 잘해보라는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부탁했다.
이날 조 사장은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하는 등 한수원의 향후 방향타를 제시했다.
핵심은 조직변화, 인사혁신, 그리고 문화개혁 등 ‘3대 혁신운동’을 적극 추진해 새로운 재도약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CEO가 혁신을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직급별, 사이트별로 한수원을 대표할 수 있는 직원들이 직접 참여,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내고 스스로 실천토록 한다는 복안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원전산업은 국민의 신뢰없이는 존속할 수 없다”고 전제한 조 사장은 “우리에게서 멀어진 국민의 마음을

조석 한수원 사장 취임식이 열리고 있다

돌려놓기 위해서는 지난 날의 잘못된 관행과 완전히 단절하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말해 3대 혁신의 추진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단적으로 시사했다.우선, 현재 진행 중인 조직진단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직을 재설계하기로 했다.
세계 원전환경과 한수원 사업여건, 대국민 소통 및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조직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인사혁신은 연공서열을 과감히 타파하고 지연과 혈연, 학연을 배제해 업적과 성과 중심으로 이뤄진다.
조 사장은 “청탁과 줄서기를 근절함으로써 조직의 사기를 높이고 정도경영을 할 것”이라며 “직군과 부서의 모든 벽을 허물고 서로 융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소프트웨어적인 문화개혁 운동도 함께 전개한다.
“우리 회사는 공익을 위한 기업인 만큼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을 위하는 투철한 사명감과 멸사봉공의 자세로 재무장해야 할 것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원활한 소통을 통해 건강하고 활력있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하며, 대외적으로는 국민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발전소 안전 운영을 위한 안전 문화 확립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 사장은 3대 혁신운동에는 단 한 사람의 예외가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3대 혁신은 직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추진될 것”이라며 “직급별, 사이트별로 직원 여러분이 직접 참여해, 구체적인 방안을 스스로 수립하고,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3대혁신은 CEO가 혁신의 길을 닦고 걸림돌을 치우는 역할을 맡고 한수원의 모든 임직원이 직접 운전토록 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가장 시급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조직원 사기진작책도 내놨다.
조 사장은 “장기간에 걸친 검찰수사와 CEO 공백 등으로 직원들이 많이 지치고 사기가 떨어진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우리의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만이 회사의 위상을 높이게 되고 회사의 위상을 높이는 것만이 직원 여러분의 자존심을 살리는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면서 조 사장은 “지금의 난관을 뚫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선 현재 운영 중인 23개 발전소를 모두 정상가동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신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 건설을 착실히 추진해 본연의 역할인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기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운영과 건설능력을 보여 줄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 베트남, 핀란드, UAE의 추가 호기 등 원전 수출을 위해 총력을 결집하여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줍시다. 현안 과제인 계속운전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를 해나갈 것이며, 이 모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에도 소홀함이 없을 것입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원자력의 비전도 다시 만들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원전 선진국과 후발개도국을 구분해 전 세계의 원전 정책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비전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차세대 원전 건설과 원전 해체, 방사성 폐기물 처분 등에 관해서도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라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해나가자”고 말했다.
덧붙여 조 사장은 ‘동이 트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로 ‘지금의 어려움이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마지막 진통’이라고 표현하고 “우리 모두가 하나 된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한수원 임직원의 저력을 믿는다”고 강조하며 “오늘 이 자리가 한수원 역사의 전환점이 되도록 우리 모두 다 같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