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은 수요관리 중심과 분산형 체계로 가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기본법 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제남 국회 산업통산자원위 위원

국회기후변화포럼(주관 김제남 의원)이 에너지의 날 10주년을 맞아 21일 국회에서 개최한 ‘에너지 위기의 시대, 에너지 정책의 현재와 미래’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 대다수가 전기요금 현실화, 신재생에너지 확대,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부활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정부 에너지 정책의 기조와 관련해 정부와 산업계는 공급과 수요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연구계·시민단체·법조계는 수요 중심으로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력위기를 극복키 위한 전기요금 인상 방안에 대해 대다수의 발표·토론자가 찬성했지만 산업계는 기업 경쟁력을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법조계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여전히 에너지 관련 기본법으로써 기능을 하고 있어 체계적인 정책 추진이 되지 않는다면서 현행 에너지법을 에너지기본법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김제남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은 개회사에서 “공급과 수요를 병행하는 에너지 정책기조로는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은 말이 아니라 수요관리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성곤 대표의원, 강창일 산업통상자원위원장, 김제남 연구책임의원을 비롯해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변종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나완배 GS에너지 부회장, 조성식 에너지기후변화학회 상임고문, 남부원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 등 각계 주요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 과장

이어 주영준 산자부 에너지자원 과장이 ‘새정부 에너지정책,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이성호 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가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에 나섰다.
주영준 과장은 “에너지 문제는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한 수요 급증과 공급 차질로 전력수급 불안이 상시화되고 있다”며 “송·변전설비 확대, 전기·가스 요금의 현실화, 수요관리 확대 등의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국내 원전의 고장과 비리로 인해 국민의 불신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에 비리 재발을 방지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소통과 신뢰 회복을 위해 원전운영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라는 주 과장은 더불어 “임시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의 관리방안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기 위해 민간위원회를 구성해 부지선정 방식과 유치지역 지원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예정대로 2015년 도입을 대비해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세부지침을 올 하반기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육성을 위해 특정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태양열·바이오·지열 등을 확대하고, 과도한 입지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수송·열 분야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성호 교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이란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경제적으로 적정하며, 사회적 형평

이성호 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

성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에너지정책과 관련해 “정부는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이 공급정책에 밀려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정치권 눈치만 살펴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전기소비 쏠림현상이 심각한데도 전기요금 왜곡을 시정하기 보다는 전력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피크타임 수요조절을 위해 산업체에 과다한 보상비를 지급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지원 예산이 3년 연속 삭감되어 관련 산업의 존립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는 바람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풍력을 위한 입법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는 태양광 설치 공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태양광 송전망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산업부문의 전기 오남용이 심각하므로 전기요금을 1-2% 인상해 마련되는 재원을 산업부문에 재투자함으로써 효율 향상과 고용 창출을 하는 것이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건물부문 에너지는 80% 가량 절약이 가능한데 건물의 에너지 효율개선을 위한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국토·도시 계획을 수립할 때 수송·교통에 따른 에너지 영향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새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존재감이 상실됐다”고 평가한 이 교수는 “소규모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RPS와 함께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자들의 발언 내용을 요약했다.

이유수 에경연 에너지총괄연구 실장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 대한 견해(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총괄연구실장)＝우리나라의 에너지 환경은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다. 에너지의 대외 의존도가 약 97%로 거의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자급률이 불과 3%이므로 국내 에너지수급은 항상 에너지 물량 및 가격 변동 등의 대외여건 변화에 좌우되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유가의 변동성 증가와 셰일가스 생산 확대, 자원부국의 정치적 갈등, 온실가스 감축의 강화기조 등 에너지자원 환경은 빠르게 변화되고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내적으로 보면, 그 동안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에너지 자급률이 약 18%정도로 원전의 역할이 컸으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그것마저도 원전안전성 논란, 원전부품의 납품비리 등으로 신규원전 건설 및 운영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그 동안 공급중심으로 이루어진 에너지정책을 수요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에너지가격체계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시장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에너지원의 가격은 대외적으로 결정되고 설비확충의 문제는 갈수록 어려움에 처하면서 우리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에너지공급보다는 에너지수요 측면이다.
최근 여름과 겨울만 되면 심각한 전력위기로 온 나라가 노심초사하지만 강제 절전규제 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현실에서 소비자 스스로 전력사용 절감 또는 효율향상을 달성하도록 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절실하다. 현 시점에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확보와 온실가스 감축의 두 가지 에너지 정책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에너지 수요를 탄력적이고 가격에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산업, 가정 등 모든 분야에서 에너지 절약 및 효율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새 정부의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와 관련해 에너지 분야에서 ICT를 접목한 스마트그리드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수요관리 사업에서 새로운 에너지서비스 산업의 창출이 가능하듯이 에너지 생산 및 소비 형태와 시장의 변화를 수반하는 전체 에너지수급 시스템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즉 중앙 집중적 에너지 공급시스템에서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공급 시스템으로 전환, 가격변화에 대한 수요반응으로 에너지절약 및 효율향상의 자발적 추진 등과 함께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이 경쟁할 수 있는 시장조성 등의 제도적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에너지 현황과 산업계의 견해(최광림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전략조정실장＝전력 수급 위기

최광림 대한상의 전략조정 실장

는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므로 공급과 수요를 모두 고려하는 에너지정책 방향이 돼야 한다.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이유는 산업의 성장에 따른 결과이지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OECD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의 할인 비율은 가장 낮은 수준이며 고압 전기의 원가회수율은 이미 100%를 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산업용 전기요금은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할 것이다.
대규모 산업단지를 개발할 때 자체적으로 전기를 수급하는 대규모 분산형 발전소를 설치하도록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최근 축소되고 있는 정부 예산 지원을 확대해야 하고, 한시적으로 FIT를 부활시켜 RPS와 병행할 필요가 있다.
산업부문의 전기 사용은 제품 생산의 필수 원자재 개념으로, 전기를 사용하여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전기요금 문제는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조정해 기업의 경영활동 및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기요금 관련 논란을 해소키 위해 보다 명확한 정보 공유를 통해 전기요금의 적정성과 정책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에너지정책의 현안에 대한 진단과 대안(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새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포괄적이고 구체성은 떨어져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에너지정책 개선방안으로 가열/건조/난방 등 분야에서 비효율적 전환수요를 방지하기 위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다양한 교차보조 철폐, 온실가스, 방사선 등 위험 요소를 반영한 친환경적 에너지세제 개편 실시, 가스열병합 발전, 신재생에너지 등 분산형 전력 시스템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수도권 수요 분산, 대규모 발전단지 분산을 위한 송전거리별 요금 차등 실시와 법/제도를 정비해야하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에너지 믹스 확립,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확정된 석탄 화력발전소 증설 계획 취소, 신규원전부지 지정고시 철회,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수명 만료 원전 폐쇄, 원전비리 척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원전 감시 체제의 독립성 강화, 감시/안전인원 확충, 발전차액지원제도 재도입, 수용성 강화방안 마련, 재생가능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제안한다.

▲신재생에너지의 현안과 정책제언(박창형 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최근 신재생에너지의 시장이

박창형 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

침체되고 있지만 복원 잠재력은 충분하며 올해 들어 다소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다시금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원전에 대한 국민 불신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밖에 대안이 없다. 이를 위해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 요금의 현실화, 과도한 입지규제의 완화, 과감한 해외진출과 정부의 지원 강화 등이 필요하다.
금년 말까지 국가에너지 기본계획과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중장기적인 에너지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어떻게 끌고 갈지, 과거와 같은 원전 확대정책을 얼마나 조정할지 등 에너지의 중요한 과제들이 담길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가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발돋움해 향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키 위해 다음과 같은 발전방안에 초점을 맞춰 시장을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도록 수용성을 제고해야 한다. 환경부의 과도한 규제 완화, 주민과의 소통 강화(NIMBY 현상에 대응, 이익공유제 검토 등), 신재생에너지에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전환, 대국민홍보기금 신설 등을 통해 우선 활성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원가에 못 미치는 전력 요금의 현실화를 들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가 과다하고 전기 생산단가가 아직은 높아 어느 나라든 보조금으로 보전하고 있는데, 우리는 외국보다 전기 요금이 2배 이상 낮아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 이의 현실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셋째, 국내 시장의 보급을 확대하여 에너지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위상과 지배력을 넗혀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주택 및 건물의 보급 확대, 발전용(RPS) 시장의 체계적인 운영, RHO 및 RFS 제도의 조기도입 검토, 지원자금의 증액, 국산기술의 고도화 및 차별화, 국산화율 제고, ESS 및 스마트 그리드와 융합, 현장 중심의 실용화 기술로 전환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견고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거대한 시장이 존재하는 해외로 과감히 눈을돌려야 한다.(국내 보급 확산도 중요하지만 해외시장을 공략하여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수출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단품 수출에서 시스템 수출로 전환, 중국 저가제품에 대응키 위한 차별화 전략, 해외 시장 다변화, 지원제도의 확대(F/S 등), Track Record 조기 확보, P/F 등 금융여건 개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 진출 등을 추진해야 한다.

박서진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에너지 관련법체계 검토와 개정방향 모색(박서진 변호사/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새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에너지 관련 기본법이 불합리하게 제정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기초하고 있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에너지법을 에너지기본법으로 복원해야 하며, 차제에 지속가능발전을 지속가능발전기본법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 그에 맞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은 처리돼야 할 것이다.
참고로, 에너지 정책은 수요 중심으로 전환돼야 하며 기후변화 대응 측면이 강조돼야 한다. 많은 행정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에너지 문제는 행정부의 정책 수립, 집행으로 해결해 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1개 부처를 넘어선 여러 부처 간의 유기적 협조, 시민사회, 기업 등과의 지속적인 협의가 필수적이다.
현재 에너지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소속으로 에너지 위원회를 두고 있다. (과거에너지기본법에서 대통령이 위원장이고 국무총리가 부위원장으로 되어 있었다.) 그밖에도 원자력 위원회를 비롯하여 현행 법률에 의해 여러 위원회가 각 부처 단위로 존재한다. 이러한 위원회의 구성에 민간의 참여를 확대시키고 역할을 확대해나가는 노력, 혹은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부처를 아우른 보다 큰 단위의 위원회에 민간의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