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위기를 불러온 복합적인 원인을 개선하는 대안으로 전력소비량이 많은 산업체에 대한 자가발전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오영식 의원은 6월 24일 에너지시민연대와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전력수급 위기 진단과 산업체 자가발전 도입 확대 방안’이란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강창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노영민 의원, 김춘진 의원, 한진현 산업부 제2차관을 비롯해 전력관계기관, 시민 단체, 전문가 60여명이 참석했다.

조영탁 한밭대학교 교수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조영탁 한밭대학교 교수는 ‘전력수급 위기상황에 대한 진단’이라는 발제를 통해 “수요예측 오류나 원전부품 비리 같은 현상적 측면과 더불어 전통적인 전력수급 패러다임의 한계에 기인하는 구조적 측면을 함께 파악해야 장기 수급위기의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현재의 전력수급 위기를 부른 전통적인 전력수급 패러다임은 가격체계의 왜곡으로 인한 전력수요 급증과 장거리 대규모 송전에 기초한 공급체제 불안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전력수급 패러다임의 전환과 설비의 분산화를 위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저탄소 설비의 분산배치 전략으로 조 교수는 수요의 측면에서 상대가격개선, 지역요금체계도입과 공급적인 측면에서 발전설비 분산배치와 이를 위한 제도개선을 꼽았다

석광훈 에너지 시민연대 정책위원

이어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전기 다소비 사업장 자가발전 확대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전기와 유류의 가격 역전추세와 제조업 전환수요 현황을 진단하면서 “향후 전력수급 상황 역시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 상반기까지 발전설비 준공이 예정돼 있지만 전환수요 증가와 전력계통 불안으로 발전설비가 증설된다 해도 전력수급위기의 근원적 해결은 어렵다”고 내다 봤다.
석 위원에 따르면 최근 전력다소비산업으로 급부상한 반도체, LCD 등 ‘영상음향 ICT’ 제조업, 특히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의 공장 대부분이 경기도에 집중돼있어 수도권 전력수급안정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석 위원은 업종별로 자가발전 확대방안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제조업 전력수요 증가를 주도하는 철강, 석유화학, 영상음향 등 3대 업종별로 유류·전기의 전환수요를 억제하는 한편, 자가발전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철강, 석유화학의 경우 부생가스, 폐열, 증기 등 생산공정에서 파생에너지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대책을 강구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파생에너지가 적고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영상음향ICT의 경우는 청정연료 구입비 지원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석 위원은 “자가발전은 한전과 달리 연료가격 변동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며 제조업체의 자가발전 확대를 위한 제도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고 현재의 왜곡된 에너지가격의 대폭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오영식 의원

주제발표에 앞서 오영식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8월에 전력수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수요량이 공급량을 뛰어넘어 정전대란의 가능성까지 염려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 의원은 “에너지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국민적 관심제고와 참여유도는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전력의 경우 산업용(2012년 기준 51.8%)과 일반용(2012년 기준 24.7%)이 전력사용의 약 76.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캠페인 진행 등을 통해 절약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전력사용량의 약 52%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전력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키 위한 정책적 대안 마련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와 에너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를 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뜻하지 않게 원전이 정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같이 심각한 수준의 전력수급위기를 겪지 않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전력공급에서 산업체자가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 의원은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업체자가발전 설비 비중은 국가 전체설비의 4.9%, 실제 발전량은 4.2%에 그칠 정도로 낮은 수준인데 반해 일본은 전체 발전설비의 19.1%가 산업체자가발전설비이고 발전량은 20.6%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산업체자가발전이 활성화 되어 있다”고 역설했다.
“계속되는 전력수급위기를 해결키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에너지, 전력산업 구조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에너지 이용요금의 합리화, 급속도로 진행되는 전력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에너지정책의 혁신을 통해 건강한 에너지생산·소비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미정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인사말에서 “전력수급이 위기에 빠져 있다.  장기간에 걸쳐 여러 전문

남미정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

가들이 예견해 왔고 경고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고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를 극복키 위해 발등의 불을 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과제는 위기를 부른 구조적 문제들을 직시하고 근본적 해결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위기는 계속 된다”고 경고했다.
 “잘못된 가격신호, 대형화되고 집중화되는 발전설비, 장거리 송전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고 전제하면서 “지속가능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전력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좌장을 맡은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의 진행으로 김대희 여수YMCA 정책국장, 김인수 에너지관리공단 기술지원본부장, 김재원 포스코 환경에너지기획실 기후에너지그룹 리더,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 전영환 홍익대학교 교수, 최광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실장이 패널로 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대희 국장은 “비굴뚝 산업단지의 자가발전설비 설치에 대한 법령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20~30만kW 규모의 설비는 석탄발전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자가발전은 10만kW 이하의 소규모 설비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광림 실장은 “전기 공급과 판매, 소비 등 각자의 역할이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과 자가발전 비용 등의 부담을 주면 사회적 역할 분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발전은 발전회사가 하는 것이 맞고, 기업은 비상용 발전기를 확보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인수 본부장은 “우리나라 전력요금이 싸다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OECD 평균에 비해 석유가격이 비싸고 전기요금은 절반에 불과한 에너지원별 가격불균형이 문제”라며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정부의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영환 교수는 “우리나라는 단위면적당 전기에너지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이에 대한 대책과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수도권의 고장전류 과다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고 전 교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