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라는 명목으로 현장 노동자 3분의 1이라는 엄청난 인력이 감축된 상태에서도 전력생산과 국민의 안전에 누가될까 노심초사하며 휴일과 밤낮 없이 설비와 싸우고 있는 모든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자들을 통째로 매도하는 시선에 대해 우려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이인희 한수원노동조합 위원장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이 불거진 이후 원전 비리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인희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위원장이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건이 발생한 원인과 몸통은 외면한 채 원전 종사자 모두가 비리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격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일차적인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사건의 팩트(fact)는 정부가 인증한 시험검증기관에서 납품업체와 공모해 금품을 받고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데서 비롯된 것이고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자는 정부 인증기관을 믿고 구매해 정신적, 재산적 손실을 본 한수원과 국민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수원과의 유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비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방귀 뀐 사람이 성내는 꼴’로 권력의 우위를 이용해 엉뚱한 산하 기관을 질타하고 사장을 해임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반성해야 할 정부가 ‘꼬리자르기’로 ‘면피’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원자력산업 구조개편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정부는 들은 체도 하지 않다가 고장 및 비리가 발생하자 모든 책임을 한수원 노동자들에게 전가함으로써 정책실패를 교모히 위장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원전 마피아’라 불리는 권력실체에 대해서도 철저히 밝히고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해부터 이어져 온 원전 비리사건 수사가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을 계기로 원점에서 재조사되는 것에 대해서도 개탄해 했다.

“지난 1년 내내 검·경찰 출신을 투입해 안전운영의 파수꾼이 돼야 할 현장을 이리 저리 뒤흔들어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놓고는 또다시 원점에서 조사한다니 솔직히 기가 막히고 허탈한 심정”이라는 그는 “안전운영을 해치고 종사자들의 사기까지 꺾어놓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며 성토했다.

철저한 수사를 자처한 정부의 직무유기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정권의 실세와 전임 사장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현재 불거진 비리의 집중시기가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초 사태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초기임을 감안하면 인사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당시 한수원 사장과 정권실세 간의 밀착설은 어느 정도 개연성이 농후”하다며 “이번 기회에 검찰은 하나의 의구심 없이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것이야 말로 언론이 얘기하는 원전마피아의 실체를 밝히고 권력형 유착관계와 먹이사슬 관계를 밝혀 구조적 비리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비리 척결의 해법으로 구조적 비리에 초점을 맞춰 구조적 대안을 찾을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서 총체적인 상층부 권력형 비리조사가 필요하고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의 불안을 씻고 올바른 원자력안전 정책이 도출된다면 한수원 노조는 한시라도 응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일이 잘못된 먹이사슬 구조에 있다면 상층부 퇴임자와 정부관료가 유관기관으로 특혜성 낙하산으로 진출하는 권력형 관례가 척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관예우의 낙하산 관행이 공기업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권력형 비리의 악순환인 연결구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특히 이같은 행태가 대다수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는 현장의 전력생산 노동자의 자부심조차 앗아가는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는 현재 원전 노동현장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대규모 인원 감축으로 노동 강도가 높아진데다 피라미 한 마리 잡으러 온통 벌집처럼 쑤셔놓고 숙련노동자 모두를 죄인으로 몰아 타지로 강제 인사이동시켜 원자력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현장의 피로도가 심화되어 있는 게 현실입니다.”

“누적된 피로도는 고장건수 증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그는 “고장에 대한 현장 직원의 중징계 만능주의로 인해 작년에 이어 한 젊은 직원이 불면증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면서 “노동자의 피로도가 곧바로 설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제발’ 간과하지 말아달라”고 토로했다.

덧붙여 “방사선 구역 일선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도 일반 샐러리맨들과 다름없는 보통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갖고 있음을 부디 혜량해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한수원 노조는 “원전 비리 문제로 면직된 김균섭 전 사장의 후임 사장 공모에 김병기 한수원 초대 노조위원장을 추천·응모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원전 비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진짜 전문가여야 한다고 판단해 김병기 초대 위원장을 추천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