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거래소는 지난달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4일간 세계전력거래소협회(APEx) 제11차 연차총회를 서울 신라호텔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세계 21개국의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운영기관 대표자 60여명과 국내외 전문가 등 11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APEx 위도브로 의장(스페인 오멜 사장)은 “아시아에서 2번째로 열린 이번 회의를 계기로 APEx는 전력산업의 세계적인 공동관심사 뿐만 아니라 지역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아시아지역 전력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며 신규 전력시장 참여와 전력시장 개설,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도브로 의장은 또 “APEx는 경쟁적 전력시장을 통해 전력산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확신하며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시장스트레스에 대한 대처경험의 공유를 통해 세계적으로 전력산업이 더욱 발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각국 전력산업의 공동관심사에 대한 이해와 국제적인 협력이 회원사간 상호이해 증진에 도움이 되고 각국 전력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럽 배출권 가격이 전력가격 형성에 영향
북미지역 용량시장 도입여부·방식 쟁점화

APEx 총회에서는 임원 선임, 차기 개최지 결정 등 안건처리와 향후 발전방향 등에 대한 논의를 하고 2007년 제12차 APEx컨퍼런스는 프랑스의 PowerNext사 주최로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키로 결정됐으며 차기 의장은 노르웨이 NordPool의 CEO인 톨게르그 앨렌씨가 선임됐다. 
특히 이번 총회는 APEx가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첫 총회로서 매년 회의개최 및 정보 교류 차원을 넘어 세계 전력산업계를 선도하는 조직체로서의 위상과 면모를 가지기 위한 의견들이 활발히 개진됐다.

회의 3일차에 열린 산업회의에서는 ‘전력IT의 현황 및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로 세계 최고의 IT 기반 전력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PJM에서 전력계통운영시스템 및 시장운영시스템을 위한 차세대 아키텍쳐 소개에 이어 국내 전력IT 전문가들의 발표와 열띤 질의가 이어졌다.

한편 한국전력거래소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외국 거래소와의 개별 회의를 연이어 개최하고 행사기간 마지막 날에는 뉴질랜드 전력거래소인 M-co사와 양국의 전력시장의 주요현안과 관심사에 대해 의견교환을 했으며 다음날인 2일에는 루마니아 전력거래소(OPCOM)와의 개별 회의도 개최,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이번 APEx 총회에서 발표된 세계전력시장 현황 등에 대해 지면을 통해 게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 유럽지역 >

현재 유럽의 각 지역별 전력시장 가격은 서로 비슷하게 형성·수렴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전력가격 상승의 원인은 유가 및 이에 연동한 가스가격의 인상, 예비력의 부족, 온실가스 추가부담 등의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현재 전력시장의 환경에서 주로 발전사업자가 그 혜택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현재 국가간 전력 연계망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궁극적으로 유럽 전역을 커버하는 단일 전력시장을 형성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Nordpool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간의 국제 전력시장으로 기능하고 있는데 이어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를 연결하는 국제시장이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향후에는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을 통해 노드풀과 이번에 구축된 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 국제시장이 통합 운영될 예정으로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위원회의 유럽차원의 전력시장을 구축하려는 정책방향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전반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통합을 위해 국가간 가스 및 전력 연계망 확대,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보제공, 거래소와 송전사업자의 협력, 송전사업자간의 협력 등의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의지의 문제로 생각되고 있다. 시장통합과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이슈는 시장 투명성의 확보이며 각 시장의 정보제공 수준, 방식 등의 차이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배출권 거래 문제에 있어 유럽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현재 가장 활성화된 시장구조를 갖고 있으며 배출권 거래의 1기(2005~2007)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2기는 2008~2012로 예정돼 있다. 전력부문은 전체 배출권 중 30% 정도가 할당돼 있으며 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60%, 당사자간 거래가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배출권 거래가격은 톤당 15유로 정도로 발전사업자가 배출권 가격을 연료가격에 포함시킴에 따라 배출권의 가격변화가 전력가격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배출권 거래의 경험은 성공적인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시장 기술 측면이나 정치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 미주지역 >

 북미지역에는 AESO, California ISO, ERCOT, MISO, ISO-NE, New York ISO, Ontario IeSO, PJM 등 9개 전력시장이 개설돼 있다.(그림 참조)

북미의 각 전력시장의 경쟁이 활성화 돼 있으나 구체적인 전력거래제도에 있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실시간 시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Nodal Pricing도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이 예정돼 있다.

북미 시장에서의 현재 가장 큰 쟁점은 용량시장의 도입여부 및 그 방식에 관한 것으로 ERCOT와 MISO는 Energy Only Market으로 별도의 용량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않고 있으며 PJM, ISO-NE, NY ISO는 이미 도입, 운영하고 있는 현행 용량시장의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남미에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가 전력시장을 자유화했으며 이들 3개국과 인근 파라과이와 우루과이의 에너지 시장을 연계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남미 에너지시장의 연계는 효율성 보다는 공급안정성에 목적이 있으며 국가간 거래는 한계가격이 아닌 생산원가에 적정 자본회수를 더한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외환위기 등 거시적인 경제변수의 영향으로 남미는 전체적으로 시장보다는 공급의 안정성 확보 문제와 정부역할의 증대에 관심이 쏠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미에서는 콜롬비아가 경쟁 전력시장을 도입했으며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가 제한적인 경쟁시장을 도입했고 베네주엘라는 정치적인 사정으로 시장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콜롬비아 전력시장은 공급안정성을 위한 선도 옵션에 의한 용량확보 메카니즘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전력시장간에는 Market Coupling에 의한 국가간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  아시아·대양주 지역 >

일본 전력시장은 2003년에 개설됐으며 1일전 Spot 시장과 Forward Market(24시간형과 Day-time형 상품 거래)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까지 거래량이 많지는 않으나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 전력거래소(JEPX)는 지난해 4월 발족당시 예상했던 1차년도 거래량 360GWh를 초과, 달성했으며 손익분기점인 거래량 4만GWh는 당초 예상보다 1년 이상 앞당겨 6차 년도에 달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주 전력시장은 최종소비자의 소매사업자 전환율이 25%에 이르는 등 경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어가 어려운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증가로 계통운영의 어려움 증가 등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호주 전력시장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Gloss Pool을 운영하고 있어 시장운영자의 재정적 리스크가 큰 상황으로 이에 Net Pool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수요측 응답이 부족한 것이 현 전력거래제도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싱가폴 전력시장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국영 메이저 3개사 중심의 과도한 시장집중도와 민영화 문제가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시장지배력 규제를 위해서 Vesting Contract가 시행되고 있으나 이러한 Vesting Contract 외에도 발전과 판매가 수직 통합돼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참여자가 자율적인 위험관리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싱가폴 시장에서의 소매부분 개방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 약 75% 정도의 개방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호주, 싱가폴의 전력시장 모두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장도입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하며 전력시장은 이를 고려해야 한다.  

※ 세계전력거래소협회(APEx)란

APEx(the Association of Power Exchanges)는 전 세계의 전력시장 및 계통운영 기관으로 구성된 국제기구로 지난 96년 9월에 설립돼 전력시장을 운영하는 기관으로서의 동질성과 공통의 역할을 바탕으로 설립된 이 분야 유일의 국제단체이다.
현재 세계 26개국 33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으며 전력거래기관으로서 상호 필요한 정보, 주요현안 및 관심사항을 공유하는 유용한 만남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KPX)는 지난 2002년 5월에 정회원으로 가입, 2003년부터 연례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