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공략하기 어렵다는 중국원전 시장에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진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삼신은 지난 8월 프랑스와 독일 등 세계 유수의 밸브 공급회사들과의 경쟁을 물리치고 중국광둥핵전 소속 중광핵공정유한공사가 발주한 링아오 원전 3,4호기의 안전등급 밸브 공급자로 선정돼 1,500만 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신은 오는 2011년 6월 준공되는 100만㎾의 가압경수로형 링아오 3,4호기 원전에 원자로 설비용 안전등급 밸브 총 3,520개를 내년부터 2009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납품하게 된다.

원자로 설비용 안전등급밸브는 원전안전과 직결된 부품으로 고도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요구된다.

‘원자로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내압을 받는 원자로시설의 기기 및 계통에는 과학기술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바에 따라 과압에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전밸브 또는 방출밸브 등을 설치해야 한다.

이 규칙에 따르면 밸브 등의 원전 안전에 중요한 구조물·계통 및 기기는 지진·태풍·홍수·해일 등을 포함한 예상가능한 자연현상의 영향과 항공기 충돌, 폭발 등을 포함한 예상가능한 외부 인위적 사건의 영향에 의해 그 안전기능이 손상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자로 안전등급 밸브는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모든 예상 가능한 상황에서도 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설계되고 제작돼야 합니다. 한 마디로 완벽한 품질이 아니고는 원전에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만큼 높은 기술력과 고도의 품질을 확보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중국 원전시장에 진출한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김종배 회장이 “40년 동안 발전소용 밸브라는 ‘한 우물’을 판데 있다”고 답변한다.

삼신이 국내 유수의 원전산업계도 진출하지 못한 중국의 원전시장에 진출한 원동력은 바로 기술과 품질 확보 노력에 있다.

삼신은 지난 1966년 창사 이래 40년 동안 발전소용 밸브만을 생산하고 있다. 72년 국내 최초로 한전과 공동으로 밸브를 국산화했다.

또 지난 93년에는 밸브 생산의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해 아시아의 밸브 생산업계로는 유일하게 전 세계 밸브생산 기업 중 4개 기업만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기계학회(ASME)의 원자로 안전등급 인증인 ‘N’과 ‘NPT’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99년에는 4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스팀 테스트 보일러 밸브설비를 갖췄다. 이 설비는 생산된 밸브를 원자력 발전소의 운전 조건과 동일한 온도와 압력을 가해 이상유무를 파악할 수 있는 ‘기기 검증용 시험설비’이다.

김종배 회장은 “삼신의 기술력과 품질의 우수성이 중국 원전시장 진출의 원동력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수출 경험을 토대로 중국 원전 관계자를 한국에 초청해 원전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의 다양한 마케팅을 벌인 것이 주효했다”며 “밸브를 국산화 과정에서 한전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고 중국 진출 역시 한전과 한수원의 전·현직 관계자의 도움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고마워했다.

한전의 중소기업 협력연구과제를 통해 국산화의 단초를 마련했고 이것이 오늘날 중국 원전시장 진출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오는 12월 중국 산동성 연대시에 2만여평 규모의 ‘삼신연대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는 김 회장은 “광둥핵전만 하더라도 향후 30기의 원전의 신규로 건설하는 등 중국의 신규 원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며 “연대공장을 필두로 그간 경쟁력이 떨어졌던 저압 밸브와 고부가가치의 고압밸브로 아시아 시장은 물론 미국 등의 세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 일본, 호주, EU 등에 수출을 해왔던 삼신은 중국시장을 발판으로 현재 매출의 35% 비중인 수출을 7~8년 후에는 50%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