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원 중앙연구원 원전기술지원센터 전기기술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진수환 과장이 창조동 1층에 마련된 실증센터에서 디지털여자시스템과 시뮬레이터를 시현해 보이고 있다.

완벽 정비가능한 시뮬레이터 구축…원전신뢰도 제고 ‘첨병’
여자시스템 전문가 양성의 산실…“인적실수 제로화 가능”

큰일 났다. 운전중인 원자력발전소에서 설비를 감싸고 있는 외함의 문 마저도 열지 못하게 할 정도로, 결코 멈춰서는 안 되는 ‘디지털 여자시스템’의 파워를 함부로 끄는 사람이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여자시스템은 발전소의 한주기 운영과정에서 결코 멈춰서는 안 되는 핵심 시스템 중의 하나다. 여자시스템은 발전기의 단자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기로 운전중에 시스템이 정지되면 발전정지와 곧바로 직결된다. 더구나 터빈과 발전기를 연결하는 회전축이 부러지는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결코 멈출 수 없는 시스템이다. 한수원은 그동안 기존 여자시스템의 오동작과 잦은 고장으로 고심해 왔다. 결국 한수원은 20개 원전을 대상으로 설계수명이 도래한 아날로그 여자시스템과 설계 결함이 발견된 EX-2000 여자시스템을 국산 삼중화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면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내년 9월이면, 이 프로젝트가 종료된다. 새롭게 설치되는 디지털 여자시스템은 2중화가 아닌 3개의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그만큼 멈춰서는 안 되는 기기임을 보여 주는 설비다.

그런데 이 삼중화 디지털 여자시스템의 전원을 내렸다 올렸다 하는,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이 부러운 작업을 하는 사람은 대전에 있는 한수원 중앙연구원 원전기술지원센터 전기기술팀에 근무하고 있는 진수환 과장이다. 그는 왜 디지털 여자시스템의 전원에 함부로 손을 대는 걸까?

▲ 실증센터에는 발전소와 동일한 독립형 삼중화 디지털 여자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전기기술팀에서 이 업무를 맡고 있는 진수환 과장이 이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30개월 프로젝트…실증센터를 구축하라
지난 2008년 3월 한수원 중앙연구원 원전기술지원센터 전기기술팀은 17.8억원의 예산을 들여 두산중공업과 공동으로 디지털 여자시스템 시뮬레이터와 운영프로그램의 개발에 착수했다. 30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 세계 최초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이 실증센터가 마침내 문을 열었다. 중앙연구원이 신축한 ‘창조동’ 1층에 자리 잡은 이 실증센터에는 한수원이 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국산 삼중화 디지털 여자시스템 실물이 원자력발전소와 동일하게 설치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여자시스템 시뮬레이터도 구축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방안을 언제든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진수환 과장이 전원에 함부로 손을 대는 시스템이 바로 이 실증센터에 설치된 삼중화 디지털 여자시스템이다. 진 과장은 한수원 중앙연구원 원전기술지원센터 전기기술팀에서 디지털 여자시스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바로 그가 30개월의 시간을 진두지휘하면서 이 실증센터를 만드는데 ‘매니저’ 역할을 수행했다.

‘디지털 여자시스템 시뮬레이터 및 운영 프로그램 개발’로 명명된 이 연구개발 과제의 목표는 바로 신규 여자시스템 운영을 위한 풀 패키지를 개발하기 위함이었다. 결과는 대 성공. 더구나 중앙연구원을 대표해 사내에서 열린 ‘2011년도 연구개발과제 활용발표회’에 참가 ‘동상’을 수상해 연구결과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실증센터에 설치된 시뮬레이터를 통해 한수원은 여자 시스템의 운영 기술력을 확보함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실증설비를 구축했다. 이로써 국내 최고 수준의 자체 시험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종합성능시험 지침을 개발한 것은 큰 성과다. 진수환 과장은 신규 디지털 여자시스템 프로그램을 초기에 세팅하는 과정에 기존 프로그램의 삭제와 함께 신뢰성을 위한 테스트를 바로 이곳에서 진행했다며 “최초 교체한 후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면서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뿐만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분석, 소스 코드 해석을 바탕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문제해결 능력을 확보함은 물론, 제어 알고리즘 해석 능력도 확보했다. 이 작업은 두산중공업의 기술지원이라는 대승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울러 하드웨어 분석을 통해 설계 분석 보고서는 물론 교육교재도 개발 했다. 제어카드의 상세 설명서도 개발했으며, 특히 경보원인 및 조치 절차를 만들어 설비이상시 자체적인 해결 능력을 확보했다.

#실증센터 왜 만들었나
앞서 언급한대로 한수원은 20개 원전에서 사용중이던 기존 여자시스템을 삼중화 디지털 여자시스템으로 전면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고리1~4호기, 영광 1~4호기, 월성1호기, 울진 1~2호기에는 아날로그 및 회전형 여자시스템이 설치돼 있었고, 영광 5~6, 울진 3~6, 월성 2~4호기에 EX-2000이 설치돼 있었다. 한수원은 기존 여자시스템과 달리 신뢰성 확보를 위해 독립된 삼중화 제어기를 적용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반의 신규 디지털 여자시스템은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진수환 과장은 “제어알고리즘 및 제어특성 분석이 어렵고, 블랙박스 형태의 설비로 고장분석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시험 고장분석을 전적으로 설계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초기 설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설정 오류로 인해 발전정비가 발생하는 한편 초기 여자회로 소손에 따른 안전사고도 발생한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여자시스템의 동적 특성 확인을 위한 성능시험방법이 없고, 제작사의 시험방법은 여자시스템을 정지한 상태에서 모의신호(전압-전류)를 인가해 특성을 분석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계획예방정비중에 동적 특성 분석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제작사의 하자 보증기간이 만료함으로 인해 계획예방정비 기간중에 수행하는 성능시험의 비용이 발생하는 한편, 시스템의 문제 발생시 기술지원 수행에 따른 비용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수원 중앙연구원은 실증센터를 구축하게 됐다. 

#현장 일꾼 파트너 실증센터…원전 신뢰도 제고에 큰 몫
지난해 8월 구축이 끝난 디지털 여자시스템 실증센터는 여자시스템 교체 발전소의 현장인수시험 기술지원을 시작으로 영광5호기와 월성 2호기에서 운전중에 정비할 수 있는 작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실증하는 데 톡톡히 쓰였다. 아울러 월성1호기 발전재개와 관련해 여자시스템의 정비 점검을 수행한 바 있다. 또 영광1호기에서 운전중에 제어카드를 교체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 현장 작업의 신뢰성을 높였다. 아울러 영광6호기 여자시스템 파워 서플라이 모니터링 카드를 운전중에 교체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다수의 현장에서 발생한 여러 상황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수행, 완벽 정비의 산실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진수환 과장은 “계획예방정비 기간중 수행하는 성능시험의 자체 수행은 물론, 기술지원 비용 절감 등으로 약 137억원의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투자비 17.8억원을 빼면 약 119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박인규 전기기술팀장은 “무엇보다도 설비 신뢰성 향상을 통한 발전원가 절감으로 회사경영에 크게 기여하게 됐고, 발전정지 유발기기의 신뢰성을 확보해 안정운영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진수환 과장은 “내부적으로는 설비이상시 자체 해결 능력을 확보할 수 있어 현장 일꾼들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명품 기술지원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여자시스템 전문가 양성은 물론 한수원 중앙연구원의 위상 강화에도 큰 몫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수원 내부는 물론 제작사인 두산중공업과 정비를 담당하는 한전KPS도 실증센터에서 교육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외부 고객에 대한 교육 등도 추후 고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진 과장은 또 “설비 담당자의 전문교육을 연 1회 시행하고 있다”며 “연구성과물의 체계적 관리를 통한 표준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수환 과장은 “실증센터는 발전소와 동일한 여자시스템으로 구성돼 향후 25년 동안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세계적인 여자시스템 전문가를 양성, 배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시연을 해 보이고 있는 진수환 과장 오른쪽에 있는 장비가 바로 완벽한 정비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시뮬레이터’다.

현장 일꾼들의 반응도 뜨겁다. 울진2발 전기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오누리씨는 “전문과정 교육을 통해 이론은 물론 발전소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실습으로 여자기스템의 기술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영광1발에서 근무하는 표상훈씨는 “정상운전 중 정비상황 발생시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정비전에 실증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정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리1발에서 일하고 있는 이경운씨는 “블랙박스 형태의 여자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알기 쉽게 분석, 디지털 시스템의 제어 알고리즘 분석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월성1발 정진택씨는 “발전정지 유발기기인 여자시스템의 정비시 작업계획서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해 인적실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이 실증센터를 통해 울진1~2호기는 물론 신울진1~2, UAE 바라카 1,2호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