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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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표 칼럼(33)
다양성을 인정해야 세계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다
2011년 11월 14일 (월) 10:05:36 전력경제 epetimes@epetimes.com

국내 최고 세계 최고가 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국내 최고는 자국 내에서 최고의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이며, 세계 최고는 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경쟁의 대상이 사람(Person)이든 재화와 용역(Goods and Services)이든 기술(Technology)이든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경쟁 대상이 없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겠는가. 경쟁 대상이 없으니 독보적이요 탄탄대로로 비즈니스를 순조롭게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지난 10월 5일 운명을 달리한 스티브잡스야 말로 금세기 세계 최고의 IT 기술자로 추앙을 받고 있다. 그가 거대한 컴퓨터를 소형 데스크탑과 랩탑으로 변형시키고, 나아가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IT 시장을 혁신한 천재과학자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이런 맥락에서 명실공히 스티브 잡스야 말로 미국 내 최고 전 세계 최고의 IT 기술자다. 스티브잡스와 같은 인재, 스티브잡스가 제공했던 재화와 서비스가 미국 내 최고, 세계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은 민간 기업체에서 중역으로 근무하면서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 열정을 쏟고 있는 과거 직장 동료 한 분이 생각난다. 그분은 한국전기연구원에 들어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일하고 있던 동료와 후배들에게 국내 최고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연구자로서의 길을 가자며 독려했다. 그 당시 그를 바라보던 나를 비롯한 직원들의 시선은 신선함과 시새움, 조소와 부러움 등이 상호 교차했었다. 그분의 이런 성정으로 미루어 볼 때, 지금도 회사 내에서 국내 최고 세계 최고를 선도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1988년 2월 중순 전기연구원에 첫 출근한 이래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우리 한국전기연구원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연구원 실현’이라는 경영목표를 표방하고 있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24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최고가 되지 못했다는 서운함에서다. 물론 전통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연구기관이기에 세계최고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전체적인 차원에서는 아직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특정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진입한 것도 있다. 시험 인증기술의 경우에는 네델란드의 전기연구소(KEMA), 이태리의 전력중앙연구소(CESI)와 세계 1∼3위를 다툴 정도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국내 유일의 전기전문 연구기관으로서 전기와 관련된 기술에 있어서는 명실공히 국내 최고라는 데 대해 나를 비롯한 전 직원들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있다.

나는 신입 및 경력 직원들에 대해 국제협력에 관한 교육에서, 예외 없이 연구를 통해 기술로 인생의 승부를 걸도록 요구하고 있다. 직책과 직위는 연구 성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일이기 때문에 국내 최고 세계 최고가 되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으면 하는 나의 바람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보직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마음에 두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유능하다고 생각되는 신입 또는 경력 직원에게 대학으로 가지 말고 우리 연구원에서 뼈를 묻어주길 개인적으로 간청하고 있다.

국내 최고 세계 최고가 될 자격과 능력을 갖고 있는 인재의 경우, 열에 아홉은 대학으로 가고 마는 사례를 수십여 차례 목격했다. 연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후학을 양성하는 것 역시 국가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직한 것이 또 다른 이유와 배경이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대학이 우리 전기연구원을 포함한 정부 출연연구기관보다 경제적 심리적인 압박이 훨씬 덜하고, 더 나은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정부 출연연의 유능한 인재가 요즘도 대학으로 유출되고 있다.

그런데 유능한 인재가 연구 외적인 대인관계의 호불호로 인해 연구원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개인의 다양성과 소양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주의 패거리 문화와 온정주의가 충돌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떠나고 마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노밸상 수상자가 선정되는 시기가 되면, 우리나라가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요인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주의와 기초원천 핵심기술 기반이 취약하고 성과를 조급하게 기대하는 조급성 등이 요인이라며 오피니언 리더들이 여기 저기 언론을 통해 지적하곤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 속담은 획일주의와 패거리 문화의 착근에 지금까지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모난 돌이 되지 않도록 훈육되고 학습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석가모니 공자 맹자 예수 그리스도가 되어야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길들여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역설적으로 노밸과학상을 타지 못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능력 부재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과연 아인슈타인이 우리나라에 태어났더라면, 상대성이론과 원자폭탄을 개발할 수 있었겠는냐, 빌게이츠와 스티브잡스가 우리나라에 태어났더라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탄생할 수 있었겠느냐, 에디슨이 우리나라에 태어났더라면 수 많은 발명품이 햇볕을 볼 수 있었겠느냐 강변하면서도, 아인슈타인과 빌게이츠 스티브잡스 에디슨 같은 세계적인 인재들이 평범한 갑남을여, 필부필부로서, 모난 돌이 되지 않도록 동질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이다.

천 번째에 이르러서야 전화기 개발에  성공한 벨, 구백 구십 번의 실패 끝에 전구 개발에 성공한 에디슨, 천 번만에 세계 최고 세계 최초의 파인 세라믹 개발에 성공한 쿄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수천 번의 오류 끝에 상대성 이론을 체계화한 아인슈타인, 과연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러나 대답은 보류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가 되고, 우리 국민들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은근과 끈기, 개인별 성향과 특성을 포함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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