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5 정전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최중경 장관이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6일 국회에서 지식경제부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를 갖고 9·15 정전사태 책임 소재와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집중 논의를 벌였다. 여야 모두 지난달 26일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근본적인 개선책으론 한계가 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박진 의원은 “한전과 전력거래소를 통합해 계통운영기능을 조정과 지경부가 콘트롤 타워 기능 재수립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균 의원 역시 “정전대란은 부문별 유기적인 조율과 협력이 필요한 전력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구조개편이 가져온 재앙인 만큼 지금의 전력산업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라는 대책방향이 논의돼야 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앞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은 5일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기능(SO)을 한국전력공사로 통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과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 등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예방법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김재경, 조경태 의원 등 지경위원 25명 중 24명이 서명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 정기국회 안에 상임위를 통과, 본회의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경 의원 지식경제부와 산하기관 전체를 상대로 한 마지막 종합국정감사에서 전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현실화문제가 선행되어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고, 전력공급 측면에서는 현실적 대안이 원자력인 만큼 건설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현재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석탄 39.4% ▲원자력 30.4% ▲가스 19.4% ▲유류 7.3% ▲수력 1.8% ▲대체에너지 1.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석탄과 석유, 가스발전은 화석에너지를 연료로 하므로 탄소배출권이나 저탄소녹색성장에 역행하고, 수력은 환경파괴를 이유로 댐건설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는 비싼 생산원가 등을 이유로 적절한 대안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렴한 생산원가로 안정적이고 대규모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원자력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재경 의원은 “에너지절약은 그야말로 국민들의 선의적인 협조에 기대하는 것인데, 가격을 현실화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절약에도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아무런 말도 못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왜곡은 점점 심해져 에너지원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사내 유보금을 잔뜩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들에게까지 원가의 90%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는 것이므로 이런 점들을 정부에서 나서서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원자력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원자력 이외에 강력한 에너지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없으므로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재 방안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좀 더 용감하게 나서서 국민들을 상대로 설득하려는 자세와 노력”을 주문했다.

이에 최중경 장관은 “김 의원의 지적에 적극 공감하고, 김 의원의 주장대로 요금 현실화와 산업지원을 위한 방안을 정부가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답변했다.

○…박진 의원은 정전대란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다각적인 차원에서 규명하고, 이에 맞는 개선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단기적인 차원에서는 비상시 매뉴얼을 현실가능 한 수준으로 수정하되, 주파수 변화율 또한 매뉴얼 지침사항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장기적인 차원에서는 한전과 전력거래소를 통합해 계통운영기능을 조정하고, 지경부가 콘트롤 타워 기능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의원은 ▲한전과 전력거래소 통합 ▲매뉴얼에 주파수 변화율 추가 ▲지경부의 콘트롤 타워 기능 정비 등의 세 가지 사항이 향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력시스템 대책마련에 중요한 지침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정책자료집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전기요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산업경쟁력·물가상승·교차보조와 사회적 형평성 등과 관련된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전사태와는 별개로 체계적으로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일 의원은 최근 3년간 미운전 발전기에 대한 CP 지급내역을 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미운전 발전기에 대한 CP 지급액이 1조 2,092억원이나 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CP요금은 발전입찰에 참여하는 모든 발전기를 대상으로 고정비 보상차원에서 지급되고 있어 입찰에서 탈락해 전력공급을 할 수 없는 발전기에 대해서도 지급되고 있는 현실을 적발했다.

그러면서 수요 비수기에 발전사업자들이 일제히 발전정비에 들어가 공급능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공기업 발전사를 제외한 민간 설비 투자 효과가 거의 없는 등 제도 도입의 효과가 있는지를 질문했다.

강창일 의원은 전체 CP 정산 총액에서 미발전 CP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은 CP요금이 설비용량이 적은 민간 발전사업자들에게 단순히 이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수단으로 잘못 활용되고 있음을 보는 것으로 2001년 이후 관행적으로 유지해 온 CP요금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를 주문했다.

○…노영민 의원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전력거래소가 계통운영(SO), 한전은 송전망운영(TO)으로 분리되어 전력산업의 신뢰도와 효율성이 저하된 문제점은 이리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며 정전사태의 근본원인도 전력거래소의 전력수급 예측 실패, 예비율 허위 관리, 단계적 비상조치 미발령과 정부의 관리감독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지경부는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전에게도 징계조치를 했는데, 계통운영과 관련해 어떤 결정권도 없는 한전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재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한전과 전력거래소, 발전회사 분리는 전기 공급체계의 비상 대응력을 약화시켰고, 불안정한 전력공급과 가격불안, 대외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며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SO과 TO운영을 통합하고 전력거래소와 한전을 통합할 것을 주문했다.

더불어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경부는 이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고 밝힌바 있는 만큼 보다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발족한 ‘전력위기 대응 TF’의 인적 구성을 보면 2001년 전력산업 분할을 주장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인사 대부분이라며 이는 정전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계통운영과 송배전 분리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노영민 의원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단행해 현 수급위기를 초래한 장본인 격인 인사들이 수급위기 타개와 대정전 재발방지대책 수립의 책임자가 된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환 의원은 화력발전 5사의 지난 10년간 유연탄 구매물량 및 구매단가를 비교한 결과 남부발전이 톤당 62.5불로 가장 저렴하게 구매한 반면, 서부발전은 톤당 69.9불에 구매해 남부발전에 비해 무려 11.8%나 높은 가격에 유연탄을 구매한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를 전력거래소의 유연탄 화력발전소 발전거래량 및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남부발전이 유연탄 구매를 위해 1불을 투입할 경우 42.06KWh를 발전해 1,963.1원을 벌어드리는 동안 남동발전은 1불을 투입해 전력은 37.77KWh를 생산해 1,774.8원을 벌어드리는데 그쳤다.

이에 김 의원은 “유연탄 구매단가를 ‘6,080kcal/톤’으로 동일조건을 설정해 비교 분석한 결과, 서부발전이 가장 비싼 구매단가를 보이고 있으며, 1불당 전력생산성 측면에서는 남동발전이 가장 낮은 생산성을 보였다”며 “남동발전과 서부발전은 높은 구매단가가 발생하는 원인 또는 낮은 전력생산성의 원인 등을 파악해, 국민들에게 보다 저렴한 전력을 공급하도록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정식 의원이 지식경제부로부터 제출받은 ‘9월15일 정전사태에 따른 피해접수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태양광발전 및 송전 중단에 따라 25개 발전소에서 930만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정식 의원은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당시 동북지방에 발생한 정전으로 태양광발전소 역시 가동이 되지 않아 전력사용 및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던 일본 정전사태를 참고해 이번 정전사태 때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 일부 태양광발전소에 문의한 결과 정전으로 인해 외부전력(한전으로부터 배전받음) 공급이 중단되어 변환기가 작동되지 않아 발전을 하더라도 송전을 하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지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정전피해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전 당시 25개의 태양광발전소 가동이 중단되었고, 이로 인한 피해가 930만원으로 집계 된 것을 확인했다.

조정식 의원은 “태양광 발전을 비롯하여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중 정전사태시 전기를 생산할 수 없는 보조 전력임이 드러났다”며 이들에 대해 자립운전을 가능하도록 설비인증의 개선 등 보완책 마련을 전제로 보급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