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기술선진국인 것은 인프라기술이 강고하기 때문이다
홍명표 (한국전기연구원 국내외협력팀장/국제협력전문가)

일본이 기술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안다. 일본이 기술 선진국으로서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인프라기술이 강고하기 때문이다.

국제협력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자연스레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경제정책동향과 기술추이에 대한 자료를 분석할 때가 많다. 미국의 전력연구소(EPRI)와 독일의 프라운호퍼 그리고 일본의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AT)와 전력중앙연구소(CRIEPI)가 주요 대상이다.

이 가운데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와 전력중앙연구소의 기술성과를 분석하노라면, 첨단 기술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검교정 측정기기를 기술의 연구개발 이전 또는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의 주도면밀함에 감탄하게 된다.

첨단기술을 개발하여 제품화하려면, 그 기술의 기술적 효율성과 경제적 효용성 등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검교정 측정기기가 필수불가결하다. 첨단 인프라기술이 적용된 검교정 측정기기가 있어야 첨단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요즈음은 많이 나아졌지만, 우리나라는 검교정 측정기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전기연구원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일제 검교정 측정기기를 수입하여 연구개발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기기들이다. 

내가 알기로는 일본은 전 세계에서 산학연관의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가장 앞서 있는 나라이다. 일본 산업기술연구소의 경우, 검교정기기 관련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있는데 비해, 전력중양연구소는 특수한 인프라기술을 제외하곤 산학연 협력 체제를 통해 새로운 검교정 측정기기를 개발하거나 구입 활용하고 있다.

자국 내 인적 기술적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어서 전중연이 개발하고자 하는 첨단기술이나 새로운 응용기술을 측정해야 하는 경우, 기존 측정기기로는 불가능하게 되면 서둘러 새로운 측정기기를 개발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검교정 측정기술, 표준화 기술은 인프라기술 가운데 핵심기술이다. 이들 기술은 경제적 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간과하기 쉬우나, 개발 시기를 놓치면 엄청난 외화를 유출하게 되는 낭패를 겪게 된다. 검교정 측정기술이 선진화되어 있지 않으면 결코 기술 선진국도 될 수 없다. 기술의 선진화 첨단화 여부를 자국 내 기술로 측정할 수 없는 데 어떻게 기술선진국이 될 수 있겠는가.

최근의 화두는 지구온난화, 그린 에너지, 녹색 성장,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지구 온난화 그린 에너지 녹색 성장 모두 저탄소 사회 실현과 궤를 같이 한다. 저탄소 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전기에너지원은 기존 기술의 개량과 새로운 첨단 기술의 개발을 전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모델국가를 자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연구 개발하는 녹색기술이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 기술 선진국이 개발한 검교정 측정기기로 경제성과 기술성을 검증받는다면 결코 체면이 서지 않을 일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산학연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국내 인적 기술적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국산 첨단 검교정기기를 연구개발 제작하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산 첨단 검교정 측정기기는 산업 일반기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의료건강기술의 선진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업체와 연구기관의 시설 장비를 견학하노라면 거의 모든 시설장비들이 자국산이다. 그래서 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에 비해 우리는 그렇지 않다. 외국인 내방자들과 연구실과 시험실을 돌아볼 때, 주요 핵심기기와 장비들이 외국제품이기에 내 가슴 한 켠에 부끄러움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거의 없을 터이다. 가까운 장래에 외국인 내방자들에게 우리 연구원의 시설장비 대부분이 국산품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