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을 국제협력 대상국가로  삼는다면, 전기 분야 역시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의미있는 국제회의였다.

7월 20~21일 이틀동안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International Workshop for S&T Cooperation: 'Needs and Opportunities'에 발표자 겸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정부출연연 국제협력 실무책임자,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제협력정책담당자 그리고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루네이 터키 등 개도국 및 후진국 국제협력정책 입안자 등 30여명이 참석하여 10편의 자료를 발표한 후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나는 ‘Current General Status of R&D/ Testing and International Cooperative Activity in KERI: Focused on R&D Outputs and International Cooperation Results'라는 주제로 40여분 간 발표를 한 후 20여분 간 상호협력방안과 경험담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 발표자들은 주로 개도국과 후진국에 대한 기술이전 및 시설장비 공여 실적 등에 대해 발표를 한데 비해, 개도국과 후진국에서 온 발표자들은 자국의 기술개발정책과 우리나라와 협력 가능한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발표를 했다.

주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번 회의는 기술 전반에 대한 국제협력을 논하는 자리였지만,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경우, 각 분야별로 특화가 되어 있기에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토론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질의 응답이 전기와 관련된 내용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질의 응답시간에도 발표를 듣는 시간에도, 이번 회의에 참석한 해외 실무자와 정부 정책입안자들은 부러움 반 시새움 반으로 우리나라의 기술발전상을 언급하는 것을 매우 많이 들었다. 아마도 회의 개최장소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번화한 명동과 가까운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이었기에 더욱 그랬으리라는 개인적인 느낌이었다. 저녁에 휘황찬란한 레온사인과 각종 조명을 보고 풍족한 전기에 감탄하였으리라는 또 다른 생각도 들었다.

60여년 전 한국 전 당시 연합국 일원으로 참여했던 터키가 지금은 대한민국보다 경제사정도 기술사정도 훨씬 뒤져 있노라며 부러움으로 말하던, 터키 실무자의 이야기도 이와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교포로서 브루네이 다루살름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 황보열교수가 부루네이의 전력사정이 매우 열악하다는 이야기에 우리나라 중전기기 제조업체와 전기공사 관련 기업 등이 브루네이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베트남과 태국에서 온 정부 정책입안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을 언급했었다. 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번에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터키의 발표자료를 보면서, 일부 산업과 기술의 경우, 그들의 상황이 우리나라의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와 비슷하다는 것을 연상했다.

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28년여 국제협력 관련 실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국제협력에 대해서는 Protocol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협정서의 작성과 해석 그리고 국제회의의 Organizing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조예가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연구소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국제협력하면 으레 선진국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을 하기 위한 것으로 정의를 내리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선진국과의 기술협력은 정말 어렵다. 이에 반해 개도국이난 후진국에 대한 기술협력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기술의 무상 이전이나 시설과 장비의 무상공여는 지한파 친한파로 만드는 첩경이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기술후진국에 적용했던 국제협력 행태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해석하면 될 일이다.

시설과 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하더라도 그들 시설과 장비의 내용연한이 경과하면 신규 또는 대체 시에는 당연히 해당국의 해당제품을 도입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베트남이든 브루네이든 인도네시아든 후진국에 기술과 시설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당장은 손해를 보는 듯하지만, 먼 장래를 생각한다면 이득이 될 수 있는 잠재수요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협력에 대한 관점을 대국적인 차원으로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와 기업 정부출연연구원 그리고 대학이 Open Innovation을 실천하는 새로운 국제협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