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연구원 국내외협력팀장/국제협력전문가

일본어 공부도 할 겸 일본의 중전기기 제조업체와 에너지 관련 기업의 기술동향도 파악해볼 겸, 틈나는 대로 연구원의 도서관에 들른다. 히타치평론(日立評論), 미쓰비시전기기보(三菱電機技報) 타카오카레뷰(高岳Review), OHM, 에너지 및 일본 전기학회지 등이 바로 나의 관심 분야 도서들이다. 자료를 보면서 연구와 시험인증 분야의 좋은 정보가 있으면 전체를 제본하여 해당 직원에게 주거나, 일부를 복사하여 주기도 한다. 그러노라면 당사자들로부터 “고맙다”는 회답이 온다.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미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과 영국 등이 왜 선진국이고 선진국으로서 왜 지재권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가에 대해 이들 일본 자료를 보면 더욱 더 실감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들 자료 모두 비싼 돈을 주고 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바다를 건너오기 때문에 가격도 만만치 않다. 신상품 신기술에 대한 정보나 정부 정책을 소개하는 자료가 한결같이 알차기 때문에 유가지인데도 불구하고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 독자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정확하게 현황을 파악하지 않은 까닭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한전과 현대 LG 효성 일진 등 국내 중전기기 제조업체에서 발간되고 있는 기술자료들이 얼마나 유가로 제공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의 가공 포장 기술과 기법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외장과 외관만 그럴 듯 하고 내용물의 질이 결코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개 기업체가 발간하고 있는 기술지조차도 관련 학계의 깊은 관심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을 정도이니까.

일본의 기업들과 연구기관이 이처럼 그들의 전문 기술지를 유료화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정부와 산하 관련 기관, 연구기관 대학 및 기업들의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수많은 전문부회를 조직, 운영하는 데에서 기인하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는 최근에 히타치평론 2011년 1월호를 통해 히타치라는 회사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감명을 받았다. 회사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시리즈로서 금년도 히타치기술을 전망하면서, 정보, 사회, 산업, 생활, 재료와 연구부문을 망라하여 개관한 논문들의 내용이 한결같이 나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기업이 상품을 통해서, 기술을 통해서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내용들이 여기 저기 담겨져 있어서다.

미쓰비시전기기보 역시 마찬가지다. 금년도 1월호에서 ‘기술의 진보’에 대해 특집을 발간하여, 미쓰비시와 관련된 연구 개발 분야. 사회 환경, 교통시스템, 발전 · 계통변전, 전력정보시스템, 우주 위성 및 전자응용, 통신, 영상기기, 주거환경, FA 및 산업메카트로닉스, 자동차기기, 반도체 전자디바이스 등을 총괄적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내는 그들의 저력에 다시 한번 부러움을 느낀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직장 한국전기연구원과 현대 LG 효성 일진 등 국내 중전기기 메이커들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우리나라의 전력산업과 전기공업 그리고 의료공업 및 시험인증 분야의 국내외 흐름을 전체적으로 분석해서 한권의 책으로 발간해내야 한다는 마음이다. 가까운 시일에 우리나라의 전기전문 Think Tank로서 소임을 다한다는 맥락에서 한국전기연구원이 국내외 전기관련 기술을 망라하는 백서를 출간하게 되기를 기대하며, 나부터 시간을 내어 관련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