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공조기술개발(주) 이건수 사장

이건수 한국공조기술개발(주) 사장을 만나러 가는 길은 즐거웠다. 아마 그를 만나면 느껴지는 ‘남다른 열정’ 탓일 게다.

이건수 사장은 항온ㆍ항습기 공조 분야의 전문가다. 이력도 독특하다. 법학도에서 공조기술 엔지니어로, 이제는 어엿한 기업체의 사장으로 불철주야 열정을 내뿜고 있다. 

“기계에는 혼(魂)이 있습니다. 기계를 만들 때 제 마음을 담으면 기계도 거기에 반응을 합니다. 이런 말 하면 웃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계에 혼 있습니다.”

기계에 혼이 담겨있다는 말을 빌려, 기계 하나를 만들기 위해 들이는 정성과 마음을 강조하는 이건수 사장.

얼마 전 한국공조기술개발은 중소기업청 산하 창업진흥원과 미래지식경영원이 주관하는 ‘지식서비스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3월에는 중소기업청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4월 창업진흥원으로부터는 도전적 기업가 상도 받았다.

‘세상의 공기를 컨트롤하자’는 비전 아래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항온ㆍ항습기와 가습기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엔지니어로 거듭나기까지의 그 과정이 분명 순탄치만은 않았을 터다. 이건수 사장은 법학과 졸업 후 공조기 전문 기업인 만도에 입사해 지금까지 공조기술 한우물만 파왔다.

“머리 속 발상을 적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며 “회사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느껴졌을 때, 박차고 나와 사업을 시작했다”는 이건수 사장.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 사장은 공들여 키운 인재가 회사를 떠날 때의 참담한 심정도 수 차례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수 사장은 독서를 스승으로 삼아, 늘 자신과 내면을 가다듬으려 한다고 했다.

이건수 사장은 “내 생활신조가 심취예요. 심취는 다른 말로 몰입, 미친다는 건데…. 얼마 전에는 거기에 열정도 더했어요.”라 말했다.

세상도 이런 그의 ‘심취’를 알아주나보다. 그는 ‘지식서비스 최우수기업’ 선정을 통해 공조기술 한 분야에서 우직하게 쌓아온 공로뿐만 아니라 항온ㆍ항습기에 ‘에너지절약’과 ‘친환경’을 가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식서비스 최우수기업은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점을 가장 높이사는 데, 한국공조기술개발의 항온ㆍ항습기는 그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건수 사장은 또한 도전적 기업가로서 새로운 기술을 고안해 내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항온ㆍ항습기는 이건수 사장의 머릿속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 수건의 건조현상을 보고 착안한 가습사이클은 특허 기술로 기존 가습 사이클과 비교해 95%이상의 전력을 절감시키는 에너지 절약기술이다. 게다가 가습을 위해 세라믹 소재를 이용하는 참신함으로 청정ㆍ향균효과를 확보했다. 이 같은 이건수 사장의 열정이 도전적 기업가상의 수여를 통해 드러났다.

‘심취’와 ‘열정’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는 이건수 사장은 공조 분야에서 참 열심히 잘하는 사업가로 정평이 나있다. 이건수 사장은 연구개발에 대한 의지가 강해 늘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는 발명가형 사장이다. 영업이 아니라면 연구개발에만 몰두하고 싶다는 그였다. 그럼에도 제품의 애프터 서비스 역시 철저하다.

새벽시간에도 고객 콜에 응대해 문제 해결은 물론, 주말을 비롯해 평일에도 17~18시간씩 사무실에서 보낸다는 그의 말에 현대중공업 민계식 회장도 얼굴에 난 종기를 인두로 지지며 하루 18시간을 일했다고 말하자 “그건 조금 심한 거 같네요”라면서 씨익 웃었다.

이건수 사장은 “자리는 타고나는 거 같습니다. 지금 제 자리는 소박하지만 만족합니다. 직원들에게 세상의 공기를 컨트롤하자는 비전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면서 내 할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지금 이 생활이 좋은 겁니다.”라 말했다.

#직원은 아랫사람 아닌 친구
이건수 사장은 직원들에게 존댓말을 쓴다.

“우리 직원들은 제 아랫사람이 아니라 친구고 동급입니다. 저는 직원들이 회사 터전 안에서 자신만의 기둥을 세우기를 바랍니다. 저보다도 더 공조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영역 넓혀가기를 바라는 겁니다. 직원들한테 자동차 부속품처럼 살지 말고, 목적의식을 가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일을 왜 하는지 고민하라는 말입니다. 우리 친구들과 부가적인 업무들을 같이 개발해 나가는 겁니다. 함께 나아가는 동료들에게 존댓말 쓰는 건 당연합니다.”

이건수 사장은 그 웃음 그대로 참 인간적이다. 얼마 전에는 직원이 집을 구하는 데 필요한 자금 2,000만원을 흔쾌히 빌려주기도 했다. 통장에 있는 돈 둬서 뭐하냐는 것이다. 본인의 표현대로, 사람을 완벽하게 믿는 스타일이라 기술하는 사람임에도 마음 여려 고생 많이 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가 저 젊을 때 ‘너는 남자가 마음이 여려서 안 된다, 아무리 강한 척 해도 내가 다 안다’ 했습니다. 근데 저도 인고의 세월을 보내서 그런지 이제는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한국공조기술개발
얼마 전 직원들과의 모인 자리에서 이건수 사장은 아주 거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이건수 사장에 따르면 항온ㆍ항습기 시장이 우리나라에서 50만대(추정) 정도인데, 이를 금액으로 추산하면 1년의 3조원 정도의 시장이라는 것. 이건수 사장은 이를 자사 제품으로 하나씩 바꿔본다면 어떨까 넌지시 되묻기도 했다.

게다가 앞으로 민간 친환경 가습기 시장에도 진출 할 예정이라 하니, 한국공조기술의 행보는 더욱 기대됐다. 글로벌 기업을 꿈꿀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건수 사장은 “예…글로벌 기업 될 수 있겠죠.”라 말하던 도중 일어나 관련 자료들을 챙겨주며 “여기 미국하고 유럽 국제 특허 받은 거 있습니다. 자동차 제습 기술과 관련된 건데….”라 밝히며 또 씨익 웃는다.

한국공조기술개발은 미국과 유럽 국제 특허뿐만 아니라 현재 일본과 공조 관련 특허를 공유하는 등 해외 진출도 조금씩 준비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우리 직원들한테도 얘기했지만 지금 우리 회사는 과도기입니다. 막 성장을 위해 달려가는 시기죠. 해외 진출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 여기서 멈추면 안됩니다. 우리 회사 좌우명이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입니다. 계속 달려가야 합니다.”

‘기술은 거짓말을 안한다’, ‘기술을 믿듯이 사람을 믿는다’는 이건수 사장의 신념은 오늘날 벤처ㆍ중소기업이 가져야 할 도전정신과 희망 그 자체로 느껴졌다. 기계에 혼을 담는 기업 한국공조기술개발의 미래가 기대된다.

한국공조기술개발(주)은?
한국공조기술개발은 1998년 법인 설립됐으며 에너지 절약 항온ㆍ항습기 특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항온ㆍ항습기는 발전소의 중앙제어실, 전자기기실 등에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며 특허받은 가습사이클 등을 통해 경쟁사 제품보다 에너지 절감효과를 50% 이상 향상시켰다.